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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파리장서운동

구미 선산출신의 파리장서운동가 이능학(李能學) 선생. 파리장서운동(巴里長書運動)은 1919년 3·1운동이 일어난 직후 유림 김창숙(金昌淑)등이 주동이 되어 파리평화회의(Peace Conference at Paris)에 독립탄원서(獨立歎願書)를 보내다가 발각된 사건이다. 우리나라 유림대표 곽종석(郭鐘錫) 선생 등 137명은 김창숙 선생의 연락으로 독립탄원서를 작성, 김창숙 선생이 탄원서를 가지고 상해(上海)에 가서 파리평화회의에 우송하였다 그러나 이것이 발각되어 곽종석 선생 등 대다수가 일본경찰에 의해 체포되었으며 일부는 망명하였다. 곽종석 선생 등은 옥에서 순사 하였고 그 밖의 사람들은 형에 못 이겨 죽고, 대다수가 처형된 사건이 파리장서운동이다. 특히 이 가운데 구미 선산출신으로 유일하게 산동면 송산리(松山里)에 거주한 이능학(李能學) 선생이 있었다. 본관은 여강(驪江), 자는 명가(明可), 호는 긍와(肯窩)이며, 경주 양동 수졸당(守拙堂) 후손으로 안동 금계의 서산(西山)문인이다. 파리장서운동은 서문에 `한국의 유림대표 곽종석, 김복한(福漢) 등 137인은 삼가 파리평화회의 제대위(諸大位)에게 글을 드립니다. 무릇 천지간에는 만물이 공생하고 있으니 이에서 우리는 햇볕을 같이 쬐고 화육(化育)의 혜택을 함께 누리는 도리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싸우고 빼앗는데서 강약이 나누어지고 병합(倂合)의 권리를 남용하여, 대소의 차이가 생기면서부터 남의 생명을 해쳐 그 위세를 부리고 남의 나라를 훔쳐 가로채는 경우가 아! 천하에 어찌 이리도 허다합니까? 이것이 바로 하늘이 제대위로 하여금 천지의 정기를 받들어 햇볕처럼 밝히게 하고 교화를 행하여 천하를 하나로 묶어 대동의 세계로 돌아가게 하며, 만물로 하여금 각각 그 본성을 이루게 하는 것입니다. 이 만국(萬國)이 동일하고 사해(四海)가 일로인데도 소문만 듣고 실덕(實德)을 입지 못했거나 원통한데도 공의(公議)에 알리지 못한 나라가 있다면, 어찌 제대위의 배려가 홀로 여기에만 제외될 수 있습니까? 대저 제외시킬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그 피를 뿌리고 흉중(胸中)을 쏟아내어 억울함을 호소하는 일이 또한 비통하고 절박하여 참을 수 없는 심정에서 울어나는 것이니, 제대위는 살피십시오. 아! 우리 한국은 천하 만방의 하나입니다. 영토가 삼천리이고 국민이 2천만이며 4천여 년을 유지보존 하면서 반도의 문명을 잃지 않았으니, 또한 만방에서 제외될 수 없습니다. 불행히도 근래에 강린(强隣)이 밖에서 압박하여 맹약을 억지로 맺고 뒤이어 국토를 빼앗으며 왕위를 폐하여 우리 한국을 세계에서 없애버렸습니다. 이에 이론의 소위(所爲)를 거론 하자면 일본은 병자년(1876)에 우리나라 대신과 강화에서 맹약하고 을미년(1895)에 청국 대신과 마관(馬關)에서 조약 하면서 우리 한국에게 선전포고 할 적에도 명확하게 우리 한국의 독립을 굳건히 한다는 사실을 성명으로 공포하였으니 이는 만국이 다 아는 바입니다. (중략) 공판(公判)에 논의를 더욱 넓히시어 햇볕의 광채로 하여금 두루 미치게 하고, 화육(化育)으로 하여금 유행(遊行)을 순탄하게 한다면, 종석(鍾錫)등은 나라를 잃었다가, 나라를 되찾을 뿐만 아니라, 또한 도덕이 일세(一世)에 펼쳐져 제대위의 할 일도 마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종석(鍾錫)등은 차라리 머리를 나란히 하여 죽을지언정, 맹세코 일본의 노예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2천만 생명이 홀로 천지의 화육을 입지 못하고, 방창(方暢)한 화기(和氣)를 한탄해서야 되겠습니까? 제대위는 도모(圖謀)하시오.`라고 개국(開國) 528년 3월 청원인(請願人) 곽종석 등 137명으로 되어 있다. 이달은 8·15 광복절이 있는 달이다. 매년 광복절이 다가오면 이능학 선생이 그립다. 한 세상 독립운동에 몸바친 유학자 이 선생이 고향에서도 잊혀져가고 있는 듯해 아쉬움이 더한다. 지역 향교, 서원, 박약회, 담수회 등이 앞장서고 뜻있는 기업과 지역 유지, 심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고향마을이나 독립운동 근거지에 조그마한 비석이라도 세웠으면 하는 바램이 크다. 유림 즉, 지식인들이 독립운동에 참여한 사실을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 파리장서운동을 후세에 길이길이 전했으면 좋겠다. 파리장서운동, 지금 세대가 다음 세대에 물러 줄 정신유산이다.

2009-08-14

나를 이기면 군자, 나를 이기지 못하면 소인

미디어법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국회를 통과한 이후 정치현실은 여당과 야당이 자기 갈 길을 가고 있다. 여당은 민생을 챙긴답시고 전국을 순회한다며 야단이고, 야당은 국민에게 고함(高喊)한다며 장외 투쟁을 벌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민주정치에서 정당은 늘 국민을 생각해야 한다. 조선성리학의 퇴계 학맥 중에 정맥을 이은 안동의 조선 중기 학자요, 선비인 경당(敬堂) 장흥효(張興孝·1564~1633)선생은 경당집(敬堂集)의 신세잠(新歲箴)에 `나를 이기느냐 이기지 못하느냐에 따라 군자와 소인이 판가름난다`(克與不克 小人君子)는 글이 있다. 즉, 이 글은 경당(敬堂)선생이 68세 되던 신미년(辛未年)에 새해를 맞아 마음을 새롭게 하고자 지은 잠(箴)이다. 경당(敬堂)선생은 이 글에서 “산을 꺾을 기세로 분노를 다스리고, 구렁을 메울 기세로 욕망을 막으라 분노와 욕망이 모두 사라지면 구름을 열치고 해가 나오리니 문을 활짝 열고서 삿된 생각 안 먹으면, 온 세상 전 우주가 모두 내 집에 드네”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전날 나를 이기지 못했을 때엔 욕심에 빠져 있었지만, 이제 나를 이기고 나면 천리(天理)를 회복하리라. 나를 이기느냐 이기지 못하느냐에 따라 군자와 소인이 판가름나니, 군자가 되려 하면 자신을 이겨야 하네” 라고 이야기했다. 사람이 화를 내다보면 점점 걷잡을 수 없게 되어 산을 꺾을 기세가 되기 쉽고, 욕심을 내다보면 점점 불어나 구렁을 다 메울 기세가 되기 쉽다. 그렇게 되면 산을 꺾을 기세가 아니면 분노를 다스릴 수 없고, 구렁을 메울 기세가 아니면 욕망을 막을 수 없다. 분노가 자라기 전에, 욕심이 커지기 전에 그때그때 마음을 낮추고 비우는 것이 가장 좋은 수행법이라 했다.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여 국정을 심의·결정하는 국회의 구성원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국회의원을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 선거에 의하여 선출하며, 국회의원의 수를 200인 이상으로 할 것을 규정하고 있으며, 임기는 4년으로 정하고 있다. 현행 국회의원선거법에서는 지역구 국회의원 237명과 전국구 국회의원 62명을 합해 모두 299명의 국회의원으로 국회가 구성돼 있다. 여기서 비례대표제에 의한 의석수는 각 정당이 지역구에서 획득한 의석수에 비례하여 정당별 후보명부에 의해 추가 배분된다. 국회의원의 자격과 소멸은 대개 임기 개시와 동시에 발생하지만 국회의원선거법에서는 총선거에 의해 전임 의원의 임기만료일 다음 날로부터 개시된다. 다만 보궐선거에 의한 국회의원의 임기는 당선된 날로부터 개시되기 때문에 의원자격도 그때 함께 발생되며 임기는 전임자의 잔여기간으로 국한된다. 전국구 의원직을 계승하는 자격은 중앙선관위가 계승을 결정·통보한 때부터 발생한다. 그리고 자격이 소멸되는 경우는 의원의 사망, 임기 만료, 선거무효 또는 당선무효 판결의 확정, 사직의 허가, 국회의 제명, 국회의 자격심사에서 무자격 결정, 피선거권의 상실, 겸직이 금지된 직(職)에의 취임 등과 같은 사유가 발생할 때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국회의원직을 사직해놓고 국회의장의 허가도 없이 장외에서 대국민 투쟁을 하고 있으니, 국민은 걱정이 앞선다. 조금씩 서로가 양보하고, 서로가 겸손한 미덕을 발휘하길 바란다. 자기 자신을 이겨야 군자가 된다니, 자기 자신을 이기는 길은 참고 양보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길밖에 없다.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들은 군자가 되어 봄이 어떠한지? 국민의 박수를 받고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군자가 되길 바란다. 군자(君子)란 사전에 `행실이 점잖고 어질며 덕과 학식이 높은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2009-08-10

좋은 게 좋은 것인가?

이명박 정부 출범 때부터 갈고 만지작거리다가 드디어 미디어관련법이 7개월 만에 결국은 국회를 통과했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자축하고 야당인 민주당은 눈물로 통탄을 하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개인이나 조직이나 정당이나 정도(正道)가 있다. 법 이전에 윤리, 관습 등 우리의 현실사회 속에는 “좋은 게 좋지”라는 말이 있지만 고도의 산업사회와 개인주의 사회가 날로 변하는 세상에는 정도가 더 중요하다. 국회의장이 조정, 타협, 좋은 게 좋게 등으로 협상했으나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직권으로 상정한 것이 무리지만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다. 국회는 늘 국민을 생각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조선 중기에 호남의 문신이요 학자인 고봉(高峯) 기대승(奇大升·1527~1572) 선생은 고봉집(高峯集)의 논사록(論思錄)에서 “향기와 악취가 한곳에 있게 되면, 향기는 없고 악취만 있게 되며, 어린 곡식 사이의 잡초를 제거하지 않으면 좋은 곡식에 해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좋은 게 좋다는 말을 한다. 두루 뭉수리하게 현실과 타협하고자 할 때, 이보다 그럴듯한 말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태도는 자신의 가치관을 포기하고, 사물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회피하려는 소극적인 것이다. 그 결과 일시적인 화합, 외면적인 공정성은 담보할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고봉(高峯) 선생은 스승인 퇴계(退溪)와 사단칠정(四端七情)에 대해 논변한 것으로 잘 알려진 분이다. 고봉(高峯) 선생이 임금의 공부를 돕는 자리인 경연(經筵)에 참석했을 때였다. 마침 소인배들의 득세에 관한 주제로 토론을 하게 되었다. 이 자리에서 고봉 선생은 군자와 소인, 모두에게 공평한 것은 진정으로 공평한 것이 아니라고 역설했다. 고봉 선생은 “고식적이고 게으른 사람들은 또 매사에 공평해야만 한다. 군자를 후대하고 소인을 박대하는 것이 진정으로 공평한 것이다. 군자와 소인이 차별이 없다면 이는 크게 공평하지 못한 것이다. 이어서 그런 도식적인 공평은 오히려 불공평의 단초를 제공한다. 만일 향초와 악초를 한곳에 두면 향기는 없어지고 악취만 있게 되며, 어린 곡식 사이의 잡초를 제거하지 않으면 좋은 곡식에 해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우리의 정치현실도 다른 의견도 존중하고, 수용도 한다. 그러나 결정은 다수결로 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다수결은 국민이 많이 지지해준 정당이 늘 승리하는 것이다. 정당이 다수의석을 확보하는 것은 국민이 선택한다. 소수의 정당은 국민의 지지를 받도록 노력해야 하고 다수의 정당은 소수정당이 아니 되도록 노력해서 국민의 지지를 계속 받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정당설립 목적의 원칙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정당설립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정당이란 정치권력의 획득을 목표로 정견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공통된 정책에 입각하여 일반적 이익을 증진시키고자 결합한 정치결사체를 말한다. 그래서 그 목적은 국민의 정치적 자유, 특히 정치적 결사에 관한 자유가 인정되고 국민에게 널리 선거권을 비롯한 참정권이 인정되는 현대 민주주의국가에서는 자유로운 정당의 설립에 의한 복수정당제가 입헌 민주정치의 필수적 요건이다. 때문에 현대 민주국가를 정당국가라고 한다. 따라서 여당은 이번 직권상정으로 미디어관련법이 통과한 것에 자만하지 말고 국민의 민생관련법에 더 치중하고, 야당은 빨리 국회를 정상화하여 국민이 바라는 요구가 무언지를 파악하여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국민은 늘 어리석은 것 같지만 투표권에는 아주 현명하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니까?

2009-07-30

잘못은 빨리 바로잡아야

문민정부, 국민정부, 참여정부 시절부터 인사청문회와 인사 추천에서 구설수에 올라서 낙마한 분들이 많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몇 분이 있다. 이번 검찰총장 낙마는 아주 잘 처리했다고 생각한다. 인사권자의 빠른 판단을 국민은 잘했다고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고려시대의 문신이며 시인 이규보(李奎報)는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의 이옥설(理屋說)에서 “잘못을 알고서도 바로 고치지 않으면, 그것이 자신을 망치는 정도가 나무가 썩어서 못쓰게 되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즉, 집에 오래 지탱할 수 없이 퇴락한 행랑채 세 칸이 있어서 나는 부득이 그것을 모두 수리하게 되었다. 이때 앞서 그 중 두 칸은 비가 샌 지 오래되었는데, 나는 그것을 알고도 어물어물하다가 미처 수리하지 못하였고, 다른 한 칸은 한번 밖에 비를 맞지 않았기 때문에 급히 기와를 갈게 하였다. 그런데 수리하고 보니, 비가 샌 지 오래된 것은 서까래·추녀·기둥·들보가 모두 썩어서 못쓰게 되었으므로 경비가 많이 들었고, 한 번밖에 비를 맞지 않은 것은 재목들이 모두 완전하여 다시 쓸 수 있었기 때문에 경비가 적게 들었다는 것이다. 이규보가 집을 수리하면서 느낀 바를 적은 것이 `이옥설`이다. 여기에서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사람의 몸에 있어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잘못을 알고서도 곧 고치지 않으면 몸이 패망하는 것이 나무가 썩어서 못쓰게 되는 것 이상으로 될 것이고, 잘못이 있어 고치기를 꺼려하지 않으면 다시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집 재목이 다시 쓰일 수 있는 이상으로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라의 정사도 이와 마찬가지다. 모든 일에 있어서 백성에게 심한 해가 될 것을 머뭇거리고 개혁하지 않다가 백성이 못살게 되고 나라가 위태하게 된 뒤에 갑자기 변경하려 하면 곧 붙잡아 일으키기가 어렵다. 잘못을 알고서도 바로 고치지 않으면, 그것이 자신을 망치는 정도가 나무가 썩어서 못쓰게 되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와 반대로 잘못을 하고서도 곧 고칠 수만 있으면 한번 샌 재목을 다시 쓸 수 있는 것처럼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글의 주제이다. 따라서 이규보는 `이옥설`에서 “백성에게 심한 해가 될 것을 머뭇거리고 개혁하지 않다가, 백성이 못살게 되고 나라가 위태로워진 뒤에 갑자기 변경하려면 잡아 일으키기 어렵지 않겠는가. 그러니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며 나라의 정치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밝히고 있다. 세상에는 잘못이 없는 사람은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잘못을 아는 순간 얼마나 빨리 이를 고치려고 노력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는 나라의 일 뿐만 아니라 개인의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사는 국가의 중요한 정책이다. 투명하고 정직한 인격을 가진 공직자가 국민의 위임을 받아서 국정을 처리해야 한다. 공직은 국민이 법률에 의하여 일정기간을 위임한 자리이지 영원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공직은 위임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도 원칙이다. 국민의 기대 부응이란 위임 당시의 국민의 도덕적 가치이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국회에 인사청문회제도를 도입한 것도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가 정부가 추천한 공직자의 도덕적 가치를 점검하여 판단을 하라는 제도이다. 이번 모 검찰총장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해 낙마했다. 좋은 교훈을 주고 있다. 이제 공직자란 노블레스 오블리주 즉,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에 반하는 자는 공직에 임명할 수 없다. 공직이란 국민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헌법적 정신을 늘 생각하고 재차 다짐하길 바란다.

2009-07-24

비단옷 입는다고 영광될 게 뭔가

국민은 각자가 자기 자리와 위치를 잘 지켜야 한다. 분수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국민의 권리와 의무는 최상위의 법인 헌법에 규정하고 있다. 일부 국민 중에는 자기 신분과 위치를 파악 못 하고 법을 어기는 국민이 많다. 집회허가를 받지 아니한 곳에서 자기표현과 시위를 하고, 국민에게 위임을 받은 국회의원의 비정규직법 개정을 협상하는 모습, 쌍용차 노조의 공장 불법점거 파업, 학원이 학원비 과다 징수, 교습시간 위반 등 학원의 불법·편법 영업 행위, 특별권력관계가 있는 공직자가 표현의 의무라고 시국선언을 하는 작태가 심히 부끄럽다. 지금은 정부의 법 원칙과 질서유지에 대한 집행의지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본다. 자유민주주의는 법치다. 즉, 우리나라는 자유 민주주의의 법치국가를 지양하고 있다. 조선전기의 문인 허백당(虛白堂) 성현(成俔)의 십잠(十箴) 중 부끄러움을 아는 것에 대한 잠(知恥箴)에 “비단옷 입는다고 영광될 게 뭐며, 문지기 노릇 한다고 비천할 게 뭔가(衣錦何榮 抱關何卑)”라고 하였다. 맹자(孟子)는 “사람은 부끄러움이 없어서는 안 된다. 부끄러움이 없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면 부끄러워질 일이 없을 것이다.”(人不可以無恥 無恥之恥 無恥矣)라고 하였다. 이 밖에도 경전에는 부끄러움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많이 있다. 이 잠(箴)에서 허백당(虛白堂)은 “의(義)를 기준으로 해서 남만 못한 것을 부끄러워해야 행동을 바르게 할 수 있다”며 “악인(惡人)과 함께하는 것을 항상 부끄러워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비단옷 입는다고 영광될 게 뭐며, 문지기 노릇 한다고 비천할 게 뭔가? ”라며 “부끄러워할 일이 아닌 것에는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음을 말하고, 부끄러워할 일에 부끄러워할 줄 앎으로써 허물을 고쳐 훌륭한 인격을 갖출 수 있다.”는 말로 마무리하고 있다. 세상에는 의리를 지키다 부끄러움을 당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의리를 저버리고 살면서도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내 마음 안에서는 의리에 비추어 보아 떳떳할 때에는 누가 뭐래도 부끄러워해서는 안 되고, 의리에 비추어 보아 떳떳하지 못할 때에는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나는 “부끄러워할 일을 부끄러워하고, 부끄러워할 만하지 않은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가. 비단옷 입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지만, 비단옷 입는 사람이 비천한 건 아닌가. 문지기 노릇을 비천하다 여기지만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숭고한 건 아닌가? ”라고 말하고 싶다. 자유 민주주의(自由民主主義, Liberal Democracy)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결합된 정치원리 또는 정부형태를 말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을 세우고 민주적 절차 아래 다수에 의해 선출된 대표자들이 법치주의의 틀 내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체제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헌법은 기본권, 법 앞에서의 평등, 재산권, 사생활 보호권, 적법절차의 원리,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집회의 자유 등을 보장한다. 민주적인 선거 절차와 의회 제도를 갖춤으로써 다수가 그 정치적 의사를 실현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한편, 핵심적인 권리의 헌법적 보장을 통하여 다수의 횡포에 의해 소수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을 제어하고 또 시장경제원리에 의한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한다는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경제이야기를 할 때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을 한다. `누군가의 개입이 전혀 없어도 시장은 일정한 원리에 의해 잘 이루어진다는 것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국민과 정부는 각각 자기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누구를 위한 국민이며,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불교의 경전 중에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이 있다. 서로가 새로운 마음으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2009-07-20

난세를 구할 영웅은 어디에 있나?

지금의 정국현실이 나라가 위기라고 야단 들이다. 얼마 전에 온 국민이 겪어냈던 조문정국(弔問政局)을 비롯해서 정치권의 다툼, 노사갈등, 이념논쟁 등 나라 안의 문제부터 세계적인 경기침체나 인플루엔자, 남북관계 등 나라 밖 사정에 이르기까지 정말 안팎으로 위기는 위기인 듯하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는 역사상 한순간도 위기 아닌 때가 없었다. 오랜 역사 속에서 수없이 겪어온 시련과 위기는 세계 어느 나라도 유례가 없을 만큼 혹독하고 극심하였다. 그렇지만 그때마다 우리는 기적처럼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그 위기 극복의 중심에는 언제나 비상한 영웅이나 지도자, 혹은 비상한 국민이 있었다. 신라시대 학자 최치원(崔致遠)은 서천나성도기(西川羅城圖記)에서 “난세를 구할 영웅이 나타남은 비상한 인재가 있어야 비상한 일이 있고, 비상한 일이 있어야 비상한 공이 있다(有非常之人 然後有非常之事 有非常之事 然後有非常之功)”고 말했다. 중국의 서천(西川)이란 곳은 예로부터 하도 험준하여 성을 쌓을 엄두도 낼 수 없었던 곳인데 연공(燕公)이란 장수가 그곳에 성을 쌓아 백성들을 외적으로부터 온전히 보호하게 되었다. 그러자 최치원은 “하늘은 이 거창한 업적을 남겨 두고 날마다 훌륭한 인재를 기다렸다”고 칭송하면서 위에 인용한 것처럼 비상한 인재가 있어야 비상한 일이 있고, 비상한 일이 있어야 비상한 공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은 뒤집어 보면, “비상한 공을 세우려면 비상한 일이 닥쳐야 하며, 비상한 일은 비상한 인재가 준비되어 있을 때 일어난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맞이한 지금의 위기는 그걸 극복할 위대한 인물이 이미 어딘가에 준비되어 있다는, 그리하여 그 인물을 통해 곧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국민을 하늘같이 섬기는 정치, 국민을 어루만지는 정치, 가난한 자의 눈물을 이해하는 정치가 그립다. 요즈음은 소통(疏通)이란 말을 많이 한다. 국어사전에는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혹은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소통의 정치가 필요하다.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 즉, 나를 버리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본다. 소통의 정치는 조선시대의 상소(上疏)를 말한다. 율곡(栗谷)의 갑술만언봉사(甲戌萬言封事)에 의하면 정치에 있어서는 때를 아는 것이 소중하고 일에 있어서는 실질적인 것에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때에 알맞게 한다는 것은 때에 따라 변통을 하고 법을 마련하여 백성을 구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즉, 시대가 바뀌면 법제도 맞지 않기 때문에 현실에 맞게 제도를 개혁해야 하며, 이러한 변통을 통해 경장(張)이 이루어져야 안민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그가 당시 조선사회를 중쇠기(中衰期)로 파악한 구체적 증후로서 지배층의 기강 해이와 백성의 경제적 파탄을 들었는데, 그 원인은 각종 제도의 폐단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국가의 재정비를 위해서는 마땅히 잘못된 제도를 경장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남명(南冥)의 을묘사직소(乙卯辭職疏)는 “조정에 있는 사람 가운데 충성 되고 뜻있는 신하와 일찍 일어나 밤늦도록 공부하는 선비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미 나라의 형세가 극도에 달하여 지탱할 수 없고, 사방을 둘러보아도 손 쓸 곳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낮은 벼슬아치는 아래서 희희덕거리며 술 마시고 즐기는 일에 정신이 없고, 높은 벼슬아치들은 위에서 거들먹거리며 오직 백성의 재물을 긁어모으는데 정신이 팔려 물고기의 배가 썩어들어가는 것 같은데도 그것을 바로 잡으려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나라를 걱정하는 선비들의 소통요구가 있었다. 현실에서도 지식인의 소통정치를 요구하는 서명과 기자회견이 일어나고 있다. 즉, 그것이 상소다. 국민의 소리를 경청해 수렴했으면 좋겠다.

2009-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