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헌 스틸 스틸 대표이사최근 철강업계에 구조조정이란 말이 자주 회자되지만 정작 우리는 구조조정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분명하지 않다.정부 입장에서는 철강은 그래도 조선 해운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조선 해운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지만 철강은 시장의 자율적인 힘으로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보고 정부가 발을 빼는 분위기다. 철강협회는 이러한 정부의 흐름에 맞춰 일단 우리나라 철강 구조조정 현안에 대해 멀리 외국계 컨설팅사에게 물어 보겠다고 한다.이러한 정부와 철강협회의 움직임을 보면 아직 철강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너무 안이하다는 생각을 금할 길 없다. 단순히 부실의 규모를 보면 철강이 조선 해운보다 작을지 모르지만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철강 구조조정이 훨씬 더 어려울 수 있다.선진국들이 자기 입장에서 주장하는 세계적인 과잉의 논리를 지나치게 쫓아가거나 국제경쟁력 등 다소 추상적인 개념으로 구조조정 문제를 봐서는 안 된다. 철강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다음 3가지 영역에서 구체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스스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첫째는 과잉의 논리에 대한 고민이다. 과잉의 문제는 우리니라 철강산업의 최적규모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문제는 최적규모의 기준이다. 철강이 내수중심의 산업이라는 특성을 고려한다면 세계적인 과잉보다는 국내 과잉이 훨씬 더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중국산 수입을 적정규모에 넣을 것인가 뺄 것인가도 문제가 된다. 수출 역시 마찬가지다. 경기변동에 따른 최적규모도 과잉을 논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호경기를 기준으로 최적규모를 잡을 것인가 아니면 불경기를 기준으로 잡을 것인가도 매우 어려운 문제다.또 하나 중요한 것은 최소산업규모에 대한 관점이다. 철강산업의 후퇴가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너무 빨리, 너무 많이 후퇴하면 수요산업 생산활동의 안정성에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철강산업의 최소산업규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러한 첫번째 접근은 국민경제를 구성하는 산업구조상 철강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최적 혹은 최소산업규모를 찾아가는 노력이다.둘째는 최적 경쟁구도에 대한 고민이다. 철강산업 경쟁력은 경쟁구도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최적산업규모와 함께 최적경쟁구도에 대한 고민도 같이 해야 하는 것이다.현재 한국 철강산업의 성장단계와 규모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복점적 경쟁구도가 최선의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구조조정 과정에 이러한 복점적 경쟁구도의 효율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힘든 구조조정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철강사 퇴출이 아니라 구조조정 이후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인 철강시장의 최적경쟁구도에 대한 고민도 동시에 하는 것이 당연하다.마지막은 개별 철강사 구조조정 속도에 대한 고민이다. 구조조정 속도가 너무 빠르면 많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게 되고 너무 늦으면 철강산업 전반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구조조정 속도를 조절하는 다양한 정부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법정관리나 원샷법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최적의 철강사 구조조정 속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예를 들어 현재 우리니라 철강산업 구조조정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인 동부제철 구조조정에서도 `최적산업규모` `최적경쟁구도` `최적구조조정 속도` 문제를 동시에 고려하면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동부제철이라는 한 철강사의 구조조정이 산업구조도 바꾸고 경쟁구도도 바꾸기 때문에 한 철강사의 구조조정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3가지 관점이 동시에 고려돼야 성공적인 구조조정이 가능한 것이다.
2016-05-16
▲ 서정헌 스틸앤스틸 사장이제 우리나라 철강시장에서도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구조조정하면 생각나는 단어가 감산, 해고, 매각, MA, 설비퇴출, 워크아웃, 법정관리 등이다. 이러한 단어들은 산업구조에서 철강의 비중이 줄어드는 축소지향적 구조조정 과정을 보여준다. 그런데 철강산업의 비중이 늘어나는 확대지향적 구조조정도 있었다. 철강산업은 경직적인 산업의 특성 때문에 후퇴가 어렵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많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게 된다. 그래서 철강산업의 경우 비중이 늘어나는 구조조정보다 줄어드는 구조조정이 훨씬 어렵고 힘들다. 일국의 산업구조는 그 나라 모든 경제활동의 결과물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계속 변화한다. 그렇다면 산업구조는 어떤 힘에 의해서 변화하는가? 하나는 시장의 힘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의 힘이다. 산업구조는 시장의 힘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변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산업구조조정은 시장이 아닌 정부의 힘에 의해 추진되는 구조조정을 말한다. 각국이 경제정책의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최적산업구조를 그리게 된다. 그리고 최적산업구조로 만들어가기 위해 정부가 산업정책을 추진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정부가 최적산업구조에 대한 얼마나 명확한 그림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철강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이러한 최적산업구조에 대한 밑그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의 철강관련 산업정책에서는 향후 10년동안 우리나라 철강산업 후퇴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것인가 혹은 최소산업규모는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에 대한 개념이 미흡하다.철강산업의 비중이 줄어드는 구조조정에서는 시장에서 퇴출할 철강사를 선정해야 한다. 문제는 누가 퇴출할 철강사를 선정하느냐 하는 것이다. 시장이 선택할 수도 있고 정부의 힘에 의해 정해질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시장에 의한 선택이 가장 무난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철강시장은 이러한 선택을 할 수 있을 만큼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따라서 시장의 기능을 더 복원시키거나 시장의 기능을 보완하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철강 고유의 산업적 특성이나 한국 철강시장의 비효율성을 보면 철강시장이 스스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시장보다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따라서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는 정부의 역할이 불가피한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구조조정은 한편으로 철강시장의 효율성을 복원시키는 노력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시장에 개입함으로써 시장의 기능을 보완하는 노력이 불가피하다.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시장의 힘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당연하다.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힘을 발휘하는 철강사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 철강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 범위는 산업구조조정, 시장구조조정, 기업구조조정 3가지로 정리된다. 이중 산업구조조정은 이미 앞에서 설명한 내용이다.시장구조조정은 바람직한 경쟁구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한 나라 철강산업 경쟁력은 상당부문 시장구조에서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의 경쟁구도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 포스코 독점적 시장구조의 선택이 한국경제에 얼마나 유용했던가는 차치하더라도 지금 만들어진 포스코, 현대제철의 복점적 경쟁구도가 잘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기업구조조정은 개별 철강사 구조조정으로 현실에서 우리가 자주 접하는 구조조정 과정이다. 현실적으로는 기업구조조정이 잘 돼야 산업경쟁력이 회복된다. 경쟁력이 없는 철강사가 계속 시장에 남아있으면 산업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기업구조조정을 추진함으로써 반드시 퇴출돼야하는 철강사부터 먼저 퇴출됨으로써 산업전반에 부담을 줄여주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철강산업의 연착륙도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기업구조조정이 너무 빠르게 추진되면 철강산업이 경착륙이 우려되기도 한다.
2016-01-26
▲ 서정헌 ㈜스틸스틸 대표이사우리나라 철강사 경영전략의 변화를 함축적으로 정리하면 시장지배력 중심의 전략에서 시장적응력 중심의 전략으로의 전환이다. 과거 수십년간 우리나라 철강사 경영전략에서 가장 중요시 된 것은 시장지배력이라고 생각한다. 철강사가 어떤 문제에 부닥치면 대부분 투자와 규모확대를 통해서 문제를 풀 수 있었다. 상공정은 하공정으로, 하공정은 상공정으로, 철강사는 원료시장으로, 유통은 제조업으로 투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때만 해도 투자가 철강사의 모든 문제를 풀어주는 만병통치약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만큼 철강사에서는 투자를 통한 규모의 확대와 시장지배력 강화가 중요한 전략의 흐름이었던 것이다.그러나 어느 때부터 투자의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가 발휘되지 못하게 된다. 투자가 오히려 부담이 되기 시작한다. 투자를 통한 양적 확대가 시장지배력 강화로 연결되기 보다는 시장적응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때부터 각 철강사는 시장지배력 대신에 시장적응력을 높이는 노력을 하게 된다.그러나 철강사에 있어서 시장적응력을 높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철강은 거대한 장치산업으로 생산이 경직적이기 때문에 시장적응력을 높이기 어렵다. 여기에 오랜 세월 한국 철강시장을 지배해온 공급자 중심의 시장구조가 시장적응력을 높이는데 큰 걸림돌이 된다. 그러기 때문에 한국 철강사에게는 시장지배력의 힘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한국 철강사 경영전략은 시장지배력 중심의 전략에서 시장적응력 중심의 전략으로 바뀌고 있으며 대부분의 철강사가 시장지배력과 시장적응력 중심의 전략을 적당히 혼합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의 철강시장 지배력이 강화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철강시장 지배는 포스코와는 또 다른 성격이다. 현대차의 철강산업 지배는 철강수요산업이 철강을 지배하는 것이고, 한국경제의 큰 특징인 재벌기업의 철강산업 지배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철강시장 지배력은 시장적응력 중심으로 가고 있는 철강사 경영전략의 흐름을 엄청난 힘으로 시장지배력 중심으로 되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시점에서 현대차의 철강시장 지배에 대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아야 하는 것이다.한국 철강산업이 과거 시장지배력 중심의 전략을 선택함으로써 양적성장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배력이 강한 철강사가 한국 철강시장을 주도하면 철강산업의 양적성장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철강의 산업경쟁력에는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장지배력 중심의 전략이 개별 철강사의 수익성에는 큰 도움이 되지만, 산업이 성숙기를 지나가면 시장지배력이 산업경쟁력 강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우리 나라도 철강재가 자급자족되고 수출입이 시작되면 산업의 국제경쟁력이 더 중요시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철강사 경영전략도 시장지배력 중심에서 시장적응력 중심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한국 철강사 경영전략은 시장지배력에서 시장적응력 중심의 전략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현대차그룹이 시장지배력으로 거꾸로 되돌리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중심의 새로운 철강시장 지배력은 성격상 포스코 시장지배력보다 철강산업 발전에 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산업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하는 현대자동차 그룹의 철강시장 지배력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2015-11-13
▲ 서정헌 (주)스틸스틸 대표이사철강은 거대한 장치산업으로 자동차에 비유하면 후진이 어려운 산업이다. 그래서 철강사가 망해도 설비퇴출은 어렵다. 투자를 통한 설비확장과 같은 전진은 모두를 행복하게 하지만 감산이나 설비퇴출과 같은 후진은 철강인 모두를 불행하게 한다. 양자 사이는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것과 같다. 철강은 생산의 경직성 때문에 불황이 되면 더 어렵게 한다. 불황이 되면 생산을 줄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철강재 가격은 더 떨어지고 철강사가 느끼는 불황의 골은 더 깊어진다. 지역경제가 이런 철강산업에 의존할 경우 더 많은 위기를 느끼게 된다.지역경제가 철강과 같은 특정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산업도시라고 한다. 포항과 같이 철강의존적 산업도시는 철강산업이 사양화 되면 더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산업의 특성상 철강은 위기 대응능력이 떨어지는데 이런 철강에 의존하는 철강 산업도시 더 큰 위기로 빠져든다.철강산업이 사양화 단계로 들어서면 사양화를 되돌리기 보다는 사양화 속도를 늦추는 일이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철강은 타 산업과 강한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철강산업 하나만 보고 산업정책을 할 수는 없다. 철강산업이 너무 빠른 속도로 후퇴하면 연관산업과 거시경제 전반이 큰 타격을 받게 된다.철강산업의 사양화 속도를 늦추는 데는 개별 철강사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철강산업이 본격적으로 사양화 단계에 들어서면 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줄어들고 정부가 더 많은 역할을 할 수밖에 없어진다.사양화 단계에서 정부는 먼저 수입규제를 통해 국내 철강산업을 보호하려고 한다. 철강은 전통적으로 내수중심의 산업이기 때문에 수출입 물량이 많아지면 국가간 무역마찰이 불가피해진다. 수입규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산업의 후퇴가 계속되면 철강사는 감산이라는 좀더 강력한 수단을 동원하게 된다. 장치산업인 철강에 있어 감산은 아주 극단의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철강은 고정비용이 높기 때문에 감산을 하면 바로 원가상승으로 이어지고 원가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철강사는 상황이 어려워져도 최대한 가동율을 유지하다가 불가피하게 감산을 선택하게 된다.그러나 감산을 한다고 항상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감산을 잘못하면 큰 성과도 없이 경쟁사에게 시장점유율만 뺏길 수 있다. 수입이 너무 쉬우면 수입재의 국내시장 점유율만 늘려줄 수도 있다. 특히 한국 철강시장에서는 선도기업과 여타 철강사간 입장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철강사간 공조가 어렵다. 이런 저런 이유로 감산이 어려워지면 철강산업의 사양화 속도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철강산업이 사양화 단계에 들어서면 사양화 속도를 지연시키기 위해 공정위 등 정부가 철강사간 공조에 대해 좀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철강사는 감산 등으로 사양화에 적응적으로 대응하지만 더 버티기 어려우면 설비매각이나 퇴출과 같은 구조조정을 시작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되면 포항과 같은 철강도시는 아비규환이 된다. 철강산업 후퇴로 지역경제가 급속히 악화되고 노사문제와 환경이슈도 같이 포출되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철강산업에서는 사양화를 극복하는데 노사관계가 아주 중요한 변수가 된다.이쯤 되면 정부의 역할도 철강사를 살리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설비퇴출을 용이하게 하는데 맞추어진다. 정부가 나서 철강설비를 쉽게 매각하고 인력을 쉽게 조절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철강은 후진이 어려운 산업이기 때문에 정부의 이러한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가 이런 노력을 게을리하면 결국 나중에 더 큰 사회적비용을 치르게 된다.
2015-10-09
▲ 서정헌㈜스틸앤스틸 대표 지금 한국 철강시장의 상황에서 철강사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이 있을까? 구매에서 원가를 줄이는 방법도 있고, 생산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판매에서 경쟁사보다 더 비싸게 파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런 것들은 거의 개선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아직까지도 구매 생산 판매에서 개선의 여지가 많다면 그만큼 그동안 철강사 경영에서 문제가 많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이제 한국 철강사에서는 부문전략으로는 철강사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다. 철강사에서 각 부문의 역량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줄어들고 전사적 전략으로 하여야 하는 일은 늘어나는 것이다. 감산이 그렇고 설비 퇴출이 그렇다. 수익성 문제도 최고경영자를 중심으로 하는 전사적 전략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구매 생산 판매 각 부문에 아무리 유능한 인력이 많고 부문의 경쟁력이 높다 하더라도 부문간 조율과 통합의 힘이 약하면 철강사 경쟁력 확보는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각 부문의 경쟁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부문을 통합하고 전사적 차원에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전사적 전략으로 무장한 경영층이 얼마나 두터운가가 철강사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이제 철강사에서 투자가 중요한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우리나라 철강사들도 어떤 문제에 봉착하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많이 선택한 방법이 투자였다. 철강사는 투자를 통해 성장도 가능하고 시장지배력도 강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공정은 상공으로 상공정은 하공정으로 철강재에서 원료나 수요산업으로 구색을 위해 관련 철강재로의 다각화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던 것이다.그러나 이제 투자가 이러한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투자와 시장지배력의 논리는 아직도 영업 등 일부 전략에서는 유효하지만 전사적으로는 예전처럼 강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과잉의 시대 투자는 경쟁력은 커녕 많은 위험요인만 유발할 뿐이다. 투자를 통한 시장지배력 강화는 철강사를 비대하게 하여 시장적응속도를 떨어뜨린다. 이제는 투자보다 판매의 논리가 더 강조된다. 때로는 판매가 투자를 결정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렇듯 투자와 시장지배력의 논리가 잘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철강사가 할 수 있는 경쟁력 강화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시장적응력을 높이는 것뿐이다. 그런데 철강은 산업의 특성상 시장적응속도를 높이는 것이 쉽지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생산의 경직성 때문이다. 장치산업인 철강의 경우 감산이나 퇴출과 같이 생산을 유연하게 하는 일이 너무나 힘이 든다. 철강사가 시장적응속도를 높이는데 또 하나 큰 걸림돌은 구매 생산 판매의 부문간 갈등이다. 철강사를 구성하는 주요 부문인 구매 생산 판매는 외형적으로 보기보다 훨씬 강한 갈등관계를 가지고 있다.철강사 구매 생산 판매의 각 부문에 있는 핵심인력들이 한 자리에 모여 철강사 주요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부문간 갈등은 표출된다. 이렇게 다양한 부문간 갈등을 최대한 많이 표출시키고 각 현안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하면서 부문간 균형을 잡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사적 차원의 의사결정을 하는 시스템이 얼마나 잘 구축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 철강사 경쟁력을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전사적 전략으로 임원의 역량을 강화하고 전사적 전략을 중심으로 통합하는 것이 철강사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이런 노력의 성과는 현장을 잘 아는 실무 전문가와 각 부문의 주장을 조정하고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내는 경영자의 능력에 달려있다. 각 부문의 전문가가 한 자리에 모여 부문전략을 통합하는 학습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철강사 시장적응속도를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이제 각 부문의 능력만큼 중요한 것이 부문간 조정 통합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2015-02-02
▲ 강영화 ㈜진심식품 대표이사·시인중국 역사를 통틀어 시선으로 추앙되고 있는 성당시대의 이백이 고구려의 춤을 감상한 시가해동역사(海東譯史)에 수록돼 있다. `절풍모에 금꽃을 꽂고/백마 타고 느릿느릿 돌아들며/넓은 소매 자락 너울대는 춤/해동에서 금방 날아 든 새 같아``절풍모`는 양옆에 깃털을 꽂고, 황금 장식을 한 고구려인들의 모자이고 `넓은 소매 자락 너울대는 춤`은 고구려의 춤, 광수무(廣袖舞)인데 구당서(舊唐書)에는 이 춤의 해설도 실려 있어 매우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수당 시절의 중국인들이 고구려의 춤과 깊은 관계를 맺는 게 과연 가능했을까?수서(隨書)의 음악지(音樂志)에는 칠부기(七部技)와 구부기(九部技)라는 용어가 나오고 당에 이르러서도 십부기(十部技)라는 용어도 보인다. 이는 수와 당의 궁중 연회용 춤과 음악을 유형별로 나눈 예기(藝技)들의 이름이다. 놀라운 것은 고구려의 음악과 무용을 고려기(高麗技)라 하여 저들의 연회에 하나의 부로 편입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고구려 역시 1세기 초부터 중국과의 교류가 활발하였고 실크로드를 통해 수입된 서역의 문물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시기였다. 서역계의 무악(舞樂)과 함께 비파와 공후 그리고 호악(胡樂)과 호무(胡舞)가 전해지고 고구려 무덤인 동수묘(冬壽墓)의 후실벽화와 장천 1호분 북쪽 벽의 `백희기악도(百戱伎樂圖)`에 그려놓은 서역인과 서역 집시계 유랑집단의 기예 장면을 보면 의문의 여지가 없어진다.수와 당의 궁정 연회용 춤과 음악에 고구려기가 편성돼 있었다는 사실과 서역의 가무백희가 그대로 고구려에서 연희되고 고구려의 그것이 중국의 궁정 연회에서 연희되는 시대! 그리하여 서로가 소통하고 벽화로 시가와 춤으로 서로 공유하고 향유하는 문화였다는 이런 정황들은 사실, 고구려의 예기가 중국의 그것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반면에 향가를 만든 신라인들은 초기에는 4구체, 8구체 형식으로 중국의 노래 형식을 따르다가 전혀 새로운 형식인 10구체를 창안해낸다. 한자를 빌려 쓰면서도 노랫말의 섬세함을 포기할 수 없어서 향찰문자를 만들어 불렀던 신라인들은 중국의 옷이 못내 불편했을 것이다. 그리고 `처용가`가 처용무로 추어졌던 만큼 거개의 향가는 당연히 춤과 함께 한 것이었으니 새로운 형식에 맞는 장단과 그 장단에 맞는 춤이 당연히 생기지 않았겠는가?나는 지금 돋을새김으로 우아하게 모두 앉은 상원사 동종의 비천상을 만나고 있다. 에밀레종으로 널리 알려진 봉덕사종의 비천상이 성숙한 여인이라면 상원사 동종의 비천상은 청순한 소녀의 이미지다. 소녀가 부르는 노래와 연주는 이전에는 전혀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음악이다. 드디어 춤이 시작된다. 옷자락이 하늘하늘 나부낀다. 춤사위는 장단을 따르는가 싶더니 그의 춤길은 박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장단의 마디를 무시한다. 그 때마다 부드럽게 원을 그리며 내려앉던 옷자락들이 일순 거꾸로 돌아든다. 섬세한 발사위로 마치 뱃길을 노니는 듯 출렁이다가는 또박또박 박과 박만을 짚어간다. 급기야는 한껏 신명이 오른 현란한 가락을 허리춤에 동여매고 그저 어깨사위로 어르는가 싶더니 무심히 걷기만 한다.새로움의 요체는 엇박이다. 나는 진짜 우리 것이 탄생하는 장면을 본 것이다. 신라인들의 울음소리가 온몸을 타고 밀려온다. 눈물이 솟구친다. 눈물과 함께 속 깊은 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신라의 예술혼, 엇의 미학을 형상화 시킨 비천상의 속삭임이 가슴에서 들린다. “새기고 배워라! 나는 최초의 차이(差異)이자 한류의 시작이며 진정한 창조의 기원이다”
2015-01-30
▲ 강영화㈜진심식품 대표이사·시인 일이 이뤄지거나 실현될 수 있는 것을 가능성이라 하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숨겨져 있는 힘을 잠재력이라 한다. 그 의미의 현저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 둘은 미래의 성취를 위해 개인이나 집단에게 요구되는 능력의 이름이다. 따라서 개인이나 집단이 지닌 그 가능성과 잠재력에 대한 제대로 된 판단은 조직은 물론,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데 대단히 중요하다.드라마 `미생`에서 장백기의 사수인 강대리는 장그래를 `정답은 모르지만 해답을 아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이 문장을 화두로 삼아 세 가지 소스를 끄집어내어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늠하는 열쇠로 사용하려 한다. 세 가지 소스는 `정답`과 `해답`이란 조합과 장백기와 장그래의 조합, 그리고 강대리의 평가를 말한다.정답과 해답의 사전적 의미는 정의영역답게 참으로 명쾌하다. 정답은 어떤 문제에 대하여 옳은 답이고 해답은 맞닥친 문제나 현안에 대한 해결 방안이다. 하지만 정답과 해답을 가치영역으로 끌고 나오면 정답에는 옳고 그름만 있고 해답에는 최선책과 차선책도 있다로 변모한다. 정답 속에 내재된 이분법적 발상보다 해답은 다양성을 전제로 한다.장백기는 화려하다 못해 완벽한 스펙을 자랑한다. 반면에 장그래는 직무에 필요한 스펙은커녕 아예 기본 자체가 없다. 하지만 장그래는 지금까지 노력을 쓰지 않았으니까 자기 노력은 신상이니 자신의 노력을 팔겠다 한다. 사실 장그래의 신상 `노력`은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졌다는 그의 독백처럼 절실함의 다른 이름이다.강대리는 장백기의 사수다. 자신의 스펙이 허접한 일 따위에 매몰되어 회사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있는 장백기에게 일의 동기는 스스로 성취하라며 그것이 안 되면 버티기 힘들 것이라 조언한다. 그래서 강대리의 `정답은 모르지만 해답을 아는`이라는 대사는 스펙은 없지만 절실함이 동기 부여와 해답을 찾는 기제로 작용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수로 읽혀진다.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가능성의 크기를 판단하기 위해 대상의 스펙을 중요시하고 있다. 곧 과거를 들여다본다는 얘기다. 반면에 잠재력의 크기는 문제 해결 능력에서 감지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 해결 능력은 이미 해결된 문제가 아닌 해결을 해야 하는 문제라야 평가가 된다. 곧 잠재력은 현실에서 출발한다.대한민국 인재를 거의 싹쓸이하다시피 하면서도 늘 위기를 말하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삼성그룹이 드디어 신입사원 채용 방식을 전면 개편한다고 한다. 출신대학, 어학연수 여부 등 이른바 스펙은 일절 반영하지 않고 기존의 정답을 맞히는 시험 위주의 획일적 방식에서 직군별로 다양한 기준으로 평가를 진행하는 `직무적합성평가`와 `창의성 면접`을 도입한다고 한다. 이는 사실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들의 채용방식과 유사한 것이다. 드디어 삼성이 정답이 아닌 해답을 찾겠다는 것이다. 가능성이 아닌 잠재력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다.그래. 회사가 전쟁터라면 우리의 현실은, 우리의 모나드는 지옥이다. 숨 쉴 새도 없이 생존이 걸린 문제들과 맞닥뜨린다. 결국 강대리의 평가는 회사 차원에서는 공유되지 못했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선도적으로 강대리의 눈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나아가 정답만을 맞히라는 수능, 그래서 철저히 우리의 청춘들을 박제로 만드는 수능의 평가방식도 혁신시키는 불씨로 작동되기를 소망한다.
2015-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