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는 이제 지방 도시의 구조적 현실이 됐다. 주민등록 인구를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새로운 인구 전략으로 ‘생활인구’ 정책에 주목하고 있다. 생활인구는 주민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 기간 지역에 머물며 소비하고, 관계를 맺고, 활동하는 인구를 뜻한다. 관광객처럼 스쳐 지나가는 방문객이 아니라, 며칠 혹은 몇 주간 지역의 일상 속으로 들어와 경제와 공동체에 실제 영향을 미치는 인구다. 정주 인구와 관광 인구의 중간 지점에 있는 개념으로, ‘관계 맺는 인구’라는 점에서 기존 관광 정책과 분명한 차이를 가진다. 문경시 마성면 신현1리에서 추진된 지역 살이 프로그램 ‘두다리여행사’는 이러한 생활인구 정책을 마을 단위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신현1리 주민회가 보조사업자로 참여해 주민 주도로 기획·운영한 이 사업은, ‘2025년 경북도 인구활력 공모사업-1시군-1생활인구 특화 프로젝트’의 마지막 일정으로 지난 20일 성과공유회를 통해 그 결실을 공유했다. 두다리여행사는 지역 주민과 외부 참여자가 함께 신현리의 자원과 일상을 체험형 관광 콘텐츠로 만들어가는 주민 주도형 로컬관광 프로젝트다. 핵심은 체류였다. 마을에 조성된 게스트하우스 2동을 활용해 동시에 4명씩 숙박하며, 단순 방문이 아닌 ‘살아보는 경험’을 제공했다. 그 결과 12명이 2주간 문경 살이를 체험했고, 54명이 1박2일 단기 체험에 참여했다. 이들은 총 97일 동안 문경시 관광지와 음식점 등 120곳을 방문하며 지역을 깊이 이해했다. 이 과정에서 의미 있었던 것은 수치 이상의 변화였다. 마을 주민과 공무원들은 외부 참여자들이 문경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직접 듣는 기회를 가졌고, 체험자들은 “문경에는 문경새재 말고도 볼 것이 많다”, “여기서 살아보고 싶다”, “다시 놀러 오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생활인구 정책이 단순 체험을 넘어, 지역 인식과 이미지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신현1리가 지닌 공간적·역사적 자산 역시 생활인구 정책과 맞닿아 있다. 이 마을은 조선시대 원(院)이 설치됐던 마성면의 중심지로, 장터와 양조장, 약국, 면사무소, 지서, 기차역 등이 자리했던 흔적이 남아 있다. 고모산성과 봉생정, 진남교반, 토끼비리, 성황당, 주막과 꿀떡고개, 삼태극 지형과 태극정 등은 단순 관광지가 아닌 ‘이야기와 맥락이 있는 생활 유산’이다. 여기에 철로자전거, 오미자테마터널 같은 체험 시설과 대를 이어 성업 중인 민물매운탕 등 지역 먹거리가 더해지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머물며 즐길 수 있는 생활형 관광 환경이 형성돼 있다. 두다리여행사는 이 자원들을 ‘보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보는 공간’으로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생활인구 정책의 핵심은 “얼마나 많이 왔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머물렀고, 무엇을 남겼는가”에 있다. 짧은 체류라도 반복 방문과 관계 형성이 이어질 경우, 이는 향후 귀촌, 창업, 재방문, 복수 거점 생활로 확장될 가능성을 가진다. 전국 곳곳에서 생활인구 프로그램이 청년 창업과 지역 기반 일자리로 연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현1리 사례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주민 주도성이다. 행정이 설계하고 주민이 참여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민회가 주체가 되어 사업을 이끌었다는 점은 생활인구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주민이 중심이 될 때, 생활인구 정책은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마을의 일상으로 정착할 수 있다. 문경시는 전통적인 관광자원과 농촌 마을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여기에 생활인구 정책이 결합될 경우, 문경은 ‘지나가는 관광지’를 넘어 ‘머무는 지역, 다시 찾는 지역’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신현1리 두다리여행사는 그 가능성을 현장에서 증명한 작은 출발점이다. 생활인구 정책은 인구 감소 시대의 임시 처방이 아니라, 지역의 삶과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전략이다. 신현1리에서 시작된 이 실험이 문경 전역, 나아가 경북 농촌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
2026-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