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포항시 남구 대잠동 포항시청의 비상계단에는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한 통로를 남긴 채 난데 없이 대형 옷가방, 혁대 가방 10여개가 진을 치고 양복차림의 20대 한명이 웅크리고 있었다.
문을 통해 들어간 한 부서에도 이미 2명의 남성이 줄자와 혁대를 들고 책상 사이를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홍보전달을 돌려 한눈에 보기에도 세일즈사원들임을 짐작케 했다.
별다른 제지는 커녕 오히려 같은 직원처럼 느긋한 태도로 접근하는 이들의 권유에 일부 직원들은 업무를 멈춘 채 제품을 착용하거나 전단을 살펴보며 이것저것을 묻는 등 다소 산만한 광경이 연출됐다.
확인 결과 이들은 J콜렉션이라는 상호로 ‘공직자 고급정장’의 제목 아래 ‘서울시청 외 25개 구청’ 등 전국 지자체 이름과 공기업 등을 주요실적이라며 전단에 나열해놓았다.
직원들에 따르면 이들은 심지어 ‘오늘 보너스 타시죠’라며 은근히 구입을 유도하는 말을 거는 등 그동안 여러 차례 시청 방문 판촉을 펼쳐왔다.
비슷한 시각 또 다른 층에서도 50대 남성이 짝퉁 명품이 분명한 가죽제품을 파느라 이 부서 저부서를 기웃거렸다.
이 같은 불청객들에 대해 한 직원은 “손에 붕대를 맨 구걸인, 탁발승, 유학비를 마련중이라는 몽골인 등 길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행려인과 잡상인들이 불쑥 나타나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며 “시민에 개방된 시청사의 특성상 통제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업무효율을 높이고 각종 사고의 방지를 위해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시청사에는 회전과 줌업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진 최첨단 CCTV 71대가 현재 가동 중이며 청원경찰 20여명도 근무하고 있다.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