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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화다" ①

관리자 기자
등록일 2009-04-17 21:17 게재일 200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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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남자의 다른 삶을 "무채색"으로 표현한 본질적 인간의 모습

지난 해 김기덕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장훈 감독의 데뷔작 ‘영화는 영화다’가 13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고 한다.

신인 감독의 저예산 영화라는 측면에서 이 정도의 관객 동원 숫자는 놀랄 만하다. 원래는 이 영화의 각본을 썼던 김기덕 감독이 연출까지 맡아 하려다가 장훈 감독에게 바통을 넘긴 이 영화는 곳곳에 김기덕 감독의 이미지가 남아 있다.

예를 들면, 영화와 현실이 경계를 깨고 서로 스며든다든지, 영화라는 허구와 현실 중 어느 것이 더 많은 진실을 내포할 수 있는가의 긴장 관계를 묘파하는 것이라든지 하는 형이상학적인 주제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김기덕 감독은 우리나라 감독 중에서 형이상학적인 주제를 영화에 직접 구현하는 몇 안 되는 감독이기 때문이다.

보도에 의하면 소지섭은 처음 김기덕 감독이 쓴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예술 영화의 느낌이 너무 강해서 출연을 고민했었는데, 장훈 감독이 각색한 시나리오를 다시 읽어 본 후에는 선뜻 출연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소지섭이라는 배우가 김기덕 감독과 장훈 감독의 시나리오에서 느낀 차이는 바로 대중성에 대한 입장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김기덕 감독은 대중성은 희생하더라도 자신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며 구현하고 싶은 예술 세계를 추구하는 감독이라면, 장훈 감독은 대중 예술인 영화의 장르적 속성을 중시하는 감독이라고 볼 수 있다. 같은 시나리오로 대중성이라는 장르적 속성을 최대한 살렸기 때문에 많은 관객 동원을 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영화는 영화다’ 의 내용을 보면, 캐릭터를 구현하는 감독의 미장센에서 특징적인 것을 우선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수타(강지환 분)’와 ‘강패(소지섭 분)’의 의상에서부터이다. ‘겨타’가 즐겨 입는 흰 색 정장과 ‘강패’가 즐겨 입는 검은 색 정장에서 두 캐릭터의 대비가 이루는 긴장감이 나타난다.

‘검은 색’이라는 어두운 세계와 ‘흰 색’이라는 밝은 세계는 컬러의 측면에서 ‘무채색’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지만 보색이다. 색채를 제거한 ‘무채색’이 갖는 의미는 우리 삶의 색채인 겉모습을 제거한 본질적인 삶의 모습에 천착한다.

조폭 사회의 중간 보스이며 아르마니 수트를 입고 기사가 운전해주는 멋진 차를 타고 다니는 ‘강패’의 내면적 갈등은 아무리 그렇게 살아봐야 그가 살아가는 삶은 폭력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이다.

‘수타’ 역시 겉보기에는 인기 스타로서의 명성을 누리고 있는 듯 하지만 애인과의 데이트도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버젓이 할 수 없으며, 다혈질에 주먹질을 하느라 액션 스타로서 상대 배우를 구할 수가 없는 극한적 상태까지 와버렸다. ‘강패’와 ‘수타’는 그런 점에서 묘하게 닮아 있다. 액션 배우가 되고 싶었던 깡패와, 깡패처럼 주먹이나 휘두르는 액션배우가 갖는 공통점은 바로 ‘폭력’의 세계이다.

단 실제 ‘폭력’의 세계인가 허구의 ‘폭력’의 세계인가가 다를 뿐이다. 대립적이면서도 서로 닮아 있는 실제와 허구의 긴장관계가 이 영화의 핵심이다. 강패가 여배우의 입술을 훔치고는 “87신 한 번 연습해 봤습니다.”라는 대사를 내뱉자, 그런 강패에게 뺨을 때리고는 “저도 87신 해 봤어요.”라는 여배우의 받아치는 대사는 일품이다. 이후 감독의 “이건 뭐 연긴지 진짠지”라는 대사 역시 그런 맥락이다.

<다음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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