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과 명예를 좇는 그는 짙은 화장과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의상을 완벽하게 갖추고, 필요할 때가 아니면 웃지도 않는다. 그에게 남자들의 뺨을 올려붙이는 일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가수로서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파격적이고 당당한 모습의 엄정화는 배태진 역에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그러나 엄정화는 “내 안에는 그런 캐릭터가 없다”며 영화 출연을 망설였다고 말했다.
17일 만난 그는 의외로 말투가 차분하고 조용했다.
“사람이 여러 가지 모습을 갖고 있겠지만 배태진처럼 막 소리지르고 남자들을 때리는 그런 강함이나 차가움은 제겐 없어요. 제가 생각해도 전 조용하고 차분한 편이에요. 여러 사람과 어울려도 주도하기보다는 끌려가는 사람이죠”
그는 강하고 독한 배태진의 캐릭터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거절하기 위해 감독을 만나러 갔다고 했다.
그러나 2시간여 동안 캐릭터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감독에게 믿음이 생기고 결국 설득당했다.
“좋은 배우가 된다는 건 끝이 없는 것 같아요. 연기를 하면서 벽에 부딪히고, 잘하고 있는 건가, 내가 이걸 할 사람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두려워질 때가 있어요. 여태까지 해 온 게 신기할 정도로요. 오히려 처음엔 겁 없이 했었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