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새가 구슬피 우름 운다.
구름 흘러 가는
물길은 七百里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이냥하여
달빛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 靑鹿集(을유문화사·2006)
‘청록파’ 시인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 그들이 1939년 ‘文章’에 정지용의 추천으로 함께 등단하고, 1946년 을유문화사에 펴낸 3인 공동시집 ‘靑鹿集’을 펴낸 데서 ‘청록파’라는 이름이 연유한다. 위 시는 당시 ‘靑鹿集’에 발표된 원문 그대로다. 원래 이 시의 제목은 ‘玩花衫’이고, 부제(副題)는 ‘木月에게’라고 표기되어 있다. 그러니까 이 시는 지훈이 목월에게 준 작품으로 박목월의 절창(絶唱)인 ‘나그네’를 쓰게 한 작품이다. 또 목월의 ‘나그네’도 부제가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芝薰.’이라고 되어 있는데, 두 작품은 함께 읽어보면 시구가 서로 조응하는 것이 기가 막힌다. 시의 제목인 ‘완화삼(玩花衫)’의 뜻이 ‘선비의 소매적삼에 꽃잎이 젖어든 것을 감상하는 것’을 말함이니 그 얼마나 낭만적 풍류인가. 소리 내어 읽어보면 절로 느끼는 전통적인 가락(7·5조의 3음보 율격)과 애상적 정조,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에서 확인할 수 있는 후각적 이미지와 시각적 이미지의 감각적 표현 그리고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하게 하는 회화성. 시가 갖는 이러한 특징으로 많은 사람들이 우리 전통적 서정시의 전형적인 작품으로 거론하고 있다. 전통적 서정의 멋스러운 저 풍류의 품이 우리 시단과 사회에 좀더 널리 번져나가면 어떨까 싶다.
해설<이종암·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