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연마 서예 · 문인화 80점 선보여
‘영일만의 봄향(香)’이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자기만의 서체를 단련한 연마의 노력이 역력한 서예와 시서화(詩書畵) 3절의 최고 경지를 향해 나아가듯 문인화 작품도 함께 선보이며 한껏 필력을 펼쳐놓는다.
포항에서는 처음으로 작품을 선보이는 만큼 그동안 연마해온 필력과 창작혼을 다 쏟은 서예와 문인화 작품 총 80점을 선보이는 보기 드문 대규모 전시회다.
많은 이들이 심화하는 경제난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때, 잠시나마 화창한 봄기운 속에서 다양한 서화작품을 통해 묵향을 만끽하며 시름을 날려버릴 수 있는 자리가 될 듯하다.
서예작품은 한문을 위주로 하면서 한글작품도 곁들이고 있다. 한문 작품은 전서·예서·해서·행서·초서 등 다양한 서체를 구사하면서 작품 바탕색과 화면구성에 다양한 변화를 시도,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한글 작품은 큰 글자와 작은 글자를 병행한 작품들이 자유롭고 대담하며 또한 편안하고 순졸하다.
작품 소재는 교훈적 글귀, 자연과 삶의 도리를 묘사한 문구를 주로 하고 있고, 한문 작품의 경우 대부분 한글 해설을 화면에 함께 담아 관람객들의 감상을 돕는다. 석저가 다양한 서체를 가진 한자의 어려움을 해소하면서 서예작품의 대중화를 시도한 ‘현대 서예’의 면모이다.
서체 이외에도 화면 구성이 단조로워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빨간 색, 노란 색 등의 색지와 문양지를 사용하고 있다.
서산대사의 시구를 담은 ‘山自無心碧, 雲自無心白(산은 무심히 푸르고, 구름 또한 무심히 희도다)’ 작품이나 채근담 구절담은 ‘水流任急境常靜, 花落雖頻意自閑(물이 아무리 빨리 흘러도 경계는 늘 고요하고, 꽃이 비록 자주 떨어지더라고 마음은 절로 한가롭다)’ 작품 등에서 선인(先人)들의 지혜와 여유를 만난다. 서화전에서 맛볼 수 있는 각별한 묘미다. 620X70, 340X70 크기의 대작은 특히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 듯하다.
문인화 작품은 채소, 곤충, 새 등을 소재로 한 ‘초충조어(草蟲鳥魚)’ 작품이 중심이다. 국화와 귀뚜라미, 조롱박과 사마귀, 나팔꽃과 나비, 연꽃과 새우, 닭과 대나무, 물고기, 개구리 등이 어우러진 조화롭고 복된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현대 감각에 맞는 작품을 하려고 노력했으며, 정성을 다해 준비했다”며 “사상초유의 경제난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때이지만, 잠시 틈을 내어 작품을 둘러보며 근심 걱정을 잊어버리고 한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는 내달 22일까지 계속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