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더 이상 인터넷을 통해 검찰 수사에 반박하거나 해명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검찰의 박연차 비자금 수사 이후 여섯번째로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 에 올린 글을 통해서다.
그는 이 글에서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의 구속과 관련해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라며 “이제 제가 할 일은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죄하는 일입니다”라고 했다. 또 “사실 관계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나면 그렇게 할 것” 이라면서 “이제 ‘사람 세상’(홈페이지)은 문을 닫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노 전 대통령의 인터넷 글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숱한 논란을 불러왔고 그의 항변에 실망감을 표시하는 여론과 함께 ‘수사방해’라는 비난도 적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일단 바람직한 결정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국민은 지금 정 전 비서관의 청와대 공금 횡령을 비롯해 권양숙 여사가 받았다는 돈의 행방 등 검찰의 수사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새로운 사실이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충격과 실망, 그리고 분노를 참을 수 없는 지경이지만 그래도 ‘나는 몰랐다’는 노 전 대통령의 말만은 진실이기를 국민은 바라고 있다. 처음 형님 얘기가 나올 때 ‘설마’ 했다는 그의 말도, 그런 기대가 무너진 다음 사과하려 했으나 적당한 계기를 잡지 못했다는 설명도 믿고 싶다. 이렇게 그의 말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노 전 대통령이 할 일은 그의 결심대로 ‘인터넷 항변’을 끝내고 검찰의 서면 질의서에 성심성의껏 답하는 일이다.
그리고 검찰의 직접 수사에 앞서 국민들에게 먼저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 고개 숙여 사죄해야 한다. 정말로 ‘국민들의 실망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고 싶다’면 늦지 않게 국민 앞에 나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