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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에 쓰는 편지 한장

관리자 기자
등록일 2009-05-15 22:19 게재일 2009-05-1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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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남겨주신것

나에게는 잊으려고 해도 절대 잊혀지지 않는 선생님이 한 분 계신다. 현재의 나는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맡겨진 일도 책임감 있게 열심히 하는 착한(?) 학생이지만, 어렸을 때는 낯가림도 심하고 고집도 세어서 부모님의 걱정이 많았다. 나는 그런 까칠한 성격을 가진 채 초등학교에 입학하였다. 초등학교 첫 담임선생님은 문귀현 선생님이었다. 날카로운 눈과 꼭 다문 입술, 마른 몸매의 선생님은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에게는 무섭고 낯설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외모나 첫 인상만을 가지고 사람을 섣부르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선생님과 학교생활을 해나가면서 깨닫게 되었다. 선생님은 날카롭게, 그러나 정확하게 수업을 이끌어 가셨고, 어떤 때는 친구 같은, 편안한 행동과 미소를 보여 주셨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선생님이 그냥 ‘좋은 선생님’ 이라는 것만 느꼈을 뿐 더 이상의 느낌은 없었다. 그런데 선생님을 다시 생각하게 한 일이 일어났다. 어버이날이 점점 다가오는 어느 날,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순간을 맞게 되었다. 그날은 연습장 쓰기 숙제 검사가 있었는데, 나는 연습장에 글씨를 내키는 대로 아무렇게나 썼던 것 같다. 선생님께서는 평소와 다르게 나를 무척이나 혼내셨다. 나는 야단을 맞는 것이 당연했지만, 그 정도의 일에 그렇게 혼난 것이 무척이나 서러워서 그날 마지막 수업 때까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마지막 시간에는 부모님 그리기를 하였다. 나는 그때까지도 기분이 토라져 있었지만, 집중해서 정성스레 그림을 그렸다. 그러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나를 바라보면서 미소를 짓고 계신 선생님을 발견했다. 우울한 나를 바라보는 눈길에 안쓰러움과 미안해하는 마음이 담겨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식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길이 그럴 것이다. 나는 그리기를 멈추고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선생님은 나의 눈길을 의식하셨는지 그대로 눈을 돌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선생님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 나에게 큰 기대를 한다는 것, 내가 ‘나쁜 짓’을 하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것, 선생님으로부터 어떤 말을 들은 것이 아니었지만 무언가 짜릿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그때부터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학교 수업에서나 집에서의 공부, 친구들을 사귀는 것 까지. 그리고 나는 1학년 2학기 반장에 당선되었다. 초등학생들 중에 학교 가는 것이 좋은 학생들이 얼마나 될까 모르겠지만 나는 학교 가는 것이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공휴일에는 친구들만큼이나 선생님이 보고 싶어서 학교 가는 날이 기다려지기까지 했다.


그렇게 가을이 가고 푸르고 울창했던 교정의 나뭇잎이 떨어지듯 1학년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을 무렵, 선생님이 학교에 나오지 않으셨다. 나는 의아했지만 단순하게 어디가 아프거나 감기에 걸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선생님이 너무 오래 학교에 나오시지 않아서 나는 선생님의 건강이 심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머니께 여쭈어봤더니 선생님은 큰 병에 걸렸다고 하셨다. 선생님이 영영 우리들을 지도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어렸을 때 특별히 누군가와 헤어지는 것을 경험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 사실이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얼마 뒤 선생님은 먼 곳으로 떠나가셨다. 육체를 벗고 자유로운 영혼이 되신 거다.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고 떠나신 선생님이 병마의 고통이 없는 좋은 곳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계실 거라고 생각한다. 선생님과의 만남은 짧고 간결해서 더더욱 기억 속에 남는 것 같다. 선생님이 내 주위에서, 내 옆에서 나의 성장과정을 지켜보고 있음을 믿으며 선생님께 쑥스러워서, 부끄러워서 하지 못했던 말을 진심을 담아서 전하려고 한다.


“선생님 사랑해요. 그리고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꾸지람은 마음 아팠지만 선생님의 미소는 만 마디의 말보다 더 큰 의미가 되어 제 삶의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따라 훌륭한 사람이 될 게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세요.”


<광양서초등학교 5학년>


※게재된 원고는 포스코교육재단이 스승존경운동의 일환으로 주최한 2009 ‘선생님’ 주제 글쓰기 초등학생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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