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장의 경우 오랜 ‘기수 관행’을 깨고 사법고시 22회 출신을 수직 승진시켰고, 국세청장은 학자 출신의 외부인사를 기용해 양대 권력기관의 획기적인 변화를 주문한 셈이 됐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검찰총장은 가장 먼저 검찰조직 일신이라는 것에 큰 방점을 두고 인선했다”면서 “이번 내정으로 검찰에 상당한 세대교체가 과감하게 이루어지게 됐다고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천 후보자의 경우 사시 22회 출신으로, 전임자인 임채진 전 검찰총장(19회)보다 3기수나 아래인데다 유력한 후임 후보로 거명되던 권재진 서울고검장과 명동성 법무연수원장 등 20기 2명도 제치고 검찰 수장에 올라 예상을 깬 파격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또 문성우 대검차장을 비롯해 김준규 대전고검장, 문효남 부산고검장 등 21기 5명도 현직에 있는 상황이어서 향후 검찰내 후속인사에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변인은 또 국세청장 인선에 대해서도 “외부인사와 전문성에 주안점을 뒀다”면서 “백 후보는 오랜기간 이 대통령을 보좌했고 공정위원장을 하면서도 업무역량을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세청 내부 승진케이스인 전임 국세청장 3명이 모두 불명예 퇴진한 것이 외부인사 기용이란 기준을 만들게 했다는 분석이다. 또 한상률 전 청장의 퇴진 이후 5개월여 허병익 차장이 직무대행을 맡으면서 어느정도 조직이 안정됐다는 인식하에 외부인물을 기용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충청권 출신 2명이 모두 내정된 점이다.
당초 검찰총장의 경우 ‘코드 인사’관행에 따라 영남권 인사가 기용되거나 ‘지역안배’차원에서 호남권 인사가 발탁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으나, 이 대통령은 이같은 예상을 모두 깨고 파격인사를 단행했다.
또 국세청장도 검찰총장에 연계해 호남 출신이나 논란이 상대적으로 적은 서울, 강원 등의 지역에서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언론에서 한번도 거론되지 않은 백 위원장이 내정됐다. 특히 백 위원장은 현재 장관급인 공정거래위원장에서 차관급인 국세청장으로 자리를 옮겨 더욱 의외로 여겨지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백 위원장의 인사와 관련, “이런 것이 바로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 인사의 상징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한 뒤 “이번 인선작업은 언론 등에서 예상한 것과 처음부터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으며, 지역안배는 우선 고려사항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