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앞바다의 작은 섬 하의도에서 태어난 김 전 대통령에게는 한국 현대사의 어제와 오늘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특히 투옥과 연금, 망명의 고통을 딛고 헌정사상 첫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고 해방 후 첫 남북정상회담이란 열매를 맺은 그의 인생 질곡은 드라마 그 자체였다.
71년 첫 대선 도전에서 97년 4수 끝에 최고 통치권자에 오르기까지 36년간의 대권 도전사를 비롯 73년 일본 도쿄에서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 요원들에 납치돼 수장당할 뻔했던 일, 80년 `서울의 봄`을 맞아 민주화의 꽃을 피우려다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돼 사형선고를 받았던 사건과 87년 6월 직선제 개헌 쟁취와 노벨평화상 수상 등 우리 현대사에서 그가 등장하지 않은 적은 거의 없다.
그 험하고 긴 여정 끝에 최고 통치권자의 자리에 올랐지만 아들들과 측근 비리 사건이 잇따라 터져 나와 정권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기도 했고 심혈을 기울인 햇볕 정책은 북한에 `퍼주기`로 비쳐지면서 지금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민주주의와 서민경제, 남북관계가 위기에 빠졌다고 비판하면서 민주개혁세력의 연대를 주문하는가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에는 이명박 정부를 독재로 규정하며 대정부 투쟁의 선봉에 서라며 현실정치에 개입, 보수층의 반발을 불러오는 등 지병이 악화돼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 그는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한국 정치의 중심에 있었다. 아무튼 한 시대를 노도와 같이 살아온 김 전 대통령은 이제 우리 곁을 떠났고, 그에 대한 공과와 평가는 역사의 몫으로 남게 됐다. 일생 동안 민주화와 인권, 남북 관계를 위해 숱한 고초를 겪고 떠난 김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며 애도를 표한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우리 정치권도 분열과 지역갈등을 없애는 등 한층 더 성숙해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