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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한지, 공간을 창조하다

윤희정기자
등록일 2009-10-06 22:30 게재일 2009-10-0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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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내년 3월28일까지 … 영천 시안미술관 2009 특별기획 김호득 작품전

김호득 作
영천 시안미술관(관장 변숙희)이 2009년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김호득(60) 작가의 `흔들림- 문득, 공간을 느끼다`전이 오는 10일부터 내년 3월28일까지 1, 2, 3층 전시실 5개 전시장에서 열린다.

의고한 필묵기법의 파격, 전통의 파기, 나아가 작가 스스로 파괴자가 됨으로써 비로소 새롭게 탄생하는 창조의 역설을 보여주는 김 작가는 이번 특별전에서 기운생동의 현대적 변용을 시도하고 수묵화의 새로운 전통을 확장시키는 설치, 입체, 드로잉 작품을 선보인다.

1년 전부터 전시를 준비해온 작가는 이번 시안미술관 특별전에서 그간 무수한 한지 반죽으로 납작한 점들과 손의 궤적이 생생하게 응집된 수 백 개의 작은 입체 작업들과 눈을 감고 촉각의 묘미를 탐닉한 한지 입체 작업을 통해 관객들에게 가시적인 세계 너머 사의(瀉意)적 세계로의 공간 확장을 연출한다.

이는 10여 년 전부터 이어져 온 그의 `흔들림- 문득` 연작의 연장 작업으로서 그것이 이번 전시에서 공간으로 확대 표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시안미술관 1층에서부터 3층의 5개 모든 전시장은 수묵화의 본질인 획, 그리고 획의 시원인 점으로부터 출발해 점진적으로 작가와 유희하는 공간, 마침내 신체와 정신이 합일하는 공간의 탄생으로 완결된다.

1층 첫 번째 공간에서는 전시장 벽면 그 자체와 종이에 콩테와 검은 안료를 작가의 치열한 손동작으로 접착시킨 드로잉 작품들과, 손의 흔적이 결정(結晶)된 한지 입체작업이 서로 대비하는 동시에 교류한다.

두 번째 공간에는 바닥에 놓인 붓질의 반복으로 먹이 완전히 침투된 검은 종이와 흰 종이가 쌓여있다. 이는 흑과 백으로 분리된 먹과 여백 너머에 있는 근원적 세계에 대한 물음을 묵시적인 검은 획의 분리와 만남으로 해석한 `사이` 연작의 공간 이동이다.

1층 세번째 전시장 바닥엔 관람자들의 눈길을 기다리는 각각의 표정을 지닌 한지 입체작업들이 선보인다.

2층 전시장에는 보일 듯 말 듯, 움직이듯 정지된 점들이 한가롭게 부유하는, 검은 연못을 연상케 하는 작업들이 높고 낮은 입체적 공간으로 조성돼 관람자들은 제3의 공간 감상의 세계로 산책할 수 있다.

마지막 3층 전시장은 천정에서부터 바닥으로 점진적으로 떨어지는 여백으로 충만한 한지들이, 먹물로 채워진 야트막하지만 깊이를 측량할 수 없는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수조에 반영되는 공간이다.

또한 잔잔한 진동을 멈추지 않는 수조의 물결은 미풍으로 나뭇잎이 일렁이듯 천정과 벽면에 미세한 선들의 순환을 끊임없이 생성하면서 생명력의 원천을 반영하고 있다.

작가는 대구 출신으로 서울대 회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영남대 한국회화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김 작가는 그동안 개인전 20회, 그룹전 100여 회를 가진바 있으며 제22회 금복문화상 수상, 제15회 이중섭미술상 수상, 제2회 토탈미술상 수상, 제4회 김수근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삼성리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대전시립미술관, 대전·대구문화예술회관, 포스코미술관(서울)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이번 전시기간 중 전시연계 시안미술관 멤버십 프로그램, `모던살롱콘서트 2009` 등 다양한 특별행사도 마련될 예정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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