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문화

경북 역사·문화를 K-콘텐츠로···안동서 ‘K-스토리 페스티벌’

세계적 K-콘텐츠의 근간인 ‘스토리’를 경북의 풍부한 역사·문화 자원과 결합해 산업화하는 축제가 열린다. 경북도와 안동시가 주최하고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이하 진흥원)이 주관하는 ‘2025년 경북 K-스토리 페스티벌’이 오는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간 안동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에서 개최된다. 2022년 프리 페스티벌 이후 4년 연속 열리는 경북 유일의 스토리콘텐츠 축제로, 지역 스토리 자산의 콘텐츠화 및 산업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이번 페스티벌의 주제는 ‘K-스토리, 경북에 펼치다’다. 경북의 고유한 설화, 역사적 사건, 문화적 정체성을 현대적 콘텐츠로 재해석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K-콘텐츠의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취지다. 진흥원 측은 “경북은 오랜 역사 속에서 축적된 이야기의 보고(寶庫)”라며 “지역의 숨겨진 스토리가 영화, 드라마, 웹툰 등 다양한 매체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창작자와 산업계의 교류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유명 창작자들이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끈다. 차인표 작가는 영국 옥스퍼드대 필수 도서로 선정된 소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의 저자로, 역사적 트라우마를 문학으로 승화한 경험을 공유한다. 장항준 감독은 영화 ‘리바운드’, 드라마 ‘싸인’ 등으로 유명한 스토리텔러로서 창작 과정의 노하우를 전수한다. 서이레·한산이가 작가는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와 드라마 ‘정년이’의 원작자로 참여해 장르별 스토리 기획 비결을 나눈다. 이들은 강연과 토크쇼를 통해 창작 현장의 에피소드와 성공 전략을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특히 스토리 IP 피칭 프로그램에서는 경북을 배경으로 한 지역 작가들의 작품이 국내 유수 제작사·OTT 플랫폼 관계자들에게 공개되며, 현장에서 1:1 비즈니스 미팅으로 연결될 기회도 주어진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필수 도서로 선정된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의 저자 차인표 작가, 영화감독이자 방송인으로 다재다능한 매력을 보여온 장항준 감독, 드라마 ‘정년이’와 ‘중증외상센터’의 원작자인 서이레와 한산이가 작가 등으로 이들은 강연과 토크쇼를 통해 창작 현장의 에피스도와 성공 전략을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특히 스토리 IP 피칭 프로그램에서는 경북을 배경으로 한 지역 작가들의 작품이 국내 유수 제작사·OTT 플랫폼 관계자들에게 공개되며, 현장에서 1:1 비즈니스 미팅으로 연결될 기회도 주어진다. 개막식은 안동MBC 어린이합창단의 애니메이션 ‘강치 아일랜드’ OST 공연으로 시작해 제23회 경상북도 영상콘텐츠 시나리오 공모전 시상식이 진행된다. 이외에도 △K-스토리 포럼 △스토리 콘텐츠 우수 작품 전시 △엄마까투리 싱어롱 쇼 △스토리 낭독극 △디지털 드로잉 체험 △밤하늘 별의별 이야기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연계한 웹툰 작품 전시 등 일반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마련됐다. 특히 60년 전통의 지역 서점 ‘교학사’가 팝업스토어를 열고 참여 작가들의 저서 판매 및 사인회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진행해 향수와 새로움을 동시에 선사할 계획이다. 이종수 진흥원장은 “경북은 신라부터 현대까지 이어진 유구한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스토리의 요람”이라며 “이번 페스티벌이 지역 작가들에게는 창작 역량을 펼칠 무대가, 산업계에는 새로운 IP를 발굴할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한 “K-콘텐츠의 진정한 힘은 우리 삶의 이야기가 녹아 있을 때 발휘된다”며 “경북의 스토리가 세계인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콘텐츠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스티벌 세부 프로그램과 참여 방법은 공식 홈페이지(www.k-story.kr)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오는 17일까지 프로그램별 사전 신청을 받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8

포은중앙도서관 ‘인문학 in 포항’, 24일 방종임 작가 초청 강연

포항시립도서관(관장 서양진)은 9월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오는 24일 오후 2시 포은중앙도서관 1층 어울마루에서 ‘인문학 in 포항’의 일곱 번째 강연으로 교육 전문 작가 방종임씨를 초청한다고 밝혔다. ‘인문학 in 포항’은 지역민의 인문학적 소양 확대를 위해 마련된 프로젝트로, 3월부터 10월까지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 각 분야 명사를 초청해 강연을 진행 중이다. 방종임 작가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과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조선일보 교육 섹션 ‘조선에듀’ 편집장으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교육 전문 유튜브 채널 ‘교육대기자 TV’를 운영하며 학부모와 교육 관계자들에게 실용적인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대한민국 교육 키워드 7’, ‘자녀교육 절대공식’, ‘초등 공부 전략’ 등이 있다. 이날 강연 주제는 ‘놓치면 후회할 대한민국 교육트렌드’로, 급변하는 교육 환경 속에서 효과적인 학습 전략과 미래 지향적 교육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사전 접수는 10일 오전 10시부터 포항시립도서관 홈페이지(https://phlib.pohang.go.kr) 내 ‘문화행사 신청’ 코너를 통해 가능하며, 선착순으로 마감된다. 자세한 내용은 도서관 홈페이지를 참조하거나 포은중앙도서관(054-270-4609)으로 문의하면 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8

포항 철강산업·예술의 융합… ‘숨쉬는 기계’展

철강과 과학기술로 성장한 포항의 도시 정체성을 인공지능(AI), 미디어아트, 키네틱 아트 등 기술 기반 예술로 재해석한 융합전시 ‘숨쉬는 기계’ 전이 지난 1일부터 포항의 복합문화공간인 동빈문화창고1969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10월 18일까지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철이라는 산업 유산과 예술을 융합한 현대미술의 진수를 선보이며, 포항이 지닌 독특한 문화적 자산을 미래지향적인 시각으로 조명한다. 과거 냉동창고를 개조한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산업 유산과 예술이 공존하는 장소인 동빈문화창고라는 공간의 역사성과 포항의 산업적 맥락을 반영해 더욱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총괄기획자 김진우 작가를 비롯해 노진아, 한호, 신교명, 안효찬, 정국택, 이탈 등 국내 24명의 작가가 참여해 도시의 산업적 서사를 예술적 언어로 풀어냈다. 특히 포항 지역 청년예술인과 청소년(포항예술고 재학생), 미래 산업 인재(국민대 자동차공학과 재학생)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돼 세대 간 협업을 선보였다. 전시관 1층 입구에서는 노진아 작가의 ‘히페리온의 속도’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흰색 대형 두상 조각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인공지능 로봇이다. 관람객이 지나가면 눈동자가 움직이며 관람객이 말을 걸면 대답도 해준다. 신교명 작가는 ‘Machina Sapiens‘ 시리즈 작품을 통해 인공지능 페인팅 로봇을 활용해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을 탐구한다. 이 작품은 포항 칠포리 암각화에서 발견한 형상을 학습해 사람의 기억과 추억을 기계의 시각으로 표현한다. 한호 작가의 ‘Eternal Light-Eclipse‘는 두 개의 원형 오브제가 검은색 프레임 안에 배치된 기계적 설치 작품이다. 이 작품은 모터와 센서를 활용해 관객의 각도와 시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정국택 작가는 ‘Blue sky’로 이름 붙인 설치 작품을 통해 바쁜 현대인의 모습을 표현한다. 이 작품은 꿈과 현실, 서글픔과 작은 행복 사이를 오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포항 출신의 설치미술가 겸 엔지니어 김진우는 공장용 기계를 활용한 작품 ‘숨쉬는 기계’를 선보이고 있다. 실제 공장에서 사용되는 기계를 활용해 동력이 내부 구조를 움직여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듯한 장면을 연출한다. 2층 전시실 안쪽에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안효찬 작가는 ‘생산적 미완’의 신작 ‘Form work’을 선보이며 디스토피아 도시를 표현한다. 시멘트와 철근 구축물 위에 건설 중인 건물과 타워크레인, 과장된 돼지 모형 등을 배치해 인간이 쌓아 올린 디스토피아적 도시와 자연의 희생을 표현한다. 설치미술가 이탈 작가의 ‘발견된 오브제’는 100여 개의 백열전구를 두 줄로 배열한 라이트 아트 설치 작품이다. 얇은 종이가 빛과 에너지로 인해 바닥에 떨어지는 모습에서 예측 불가능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숨쉬는 기계’전을 주최·주관하는 포항문화재단 이상모 대표이사는 “이번 전시는 포항의 산업 정체성을 기술·예술로 융합한 작품들로 도시 예술의 새 방향을 제시한다"며 “동빈문화창고의 역사적 공간성을 활용해 지역 자원을 재해석함으로써, 지역 전시문화 활성화의 모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7

‘제25회 재생백일장’ ··· 문학정신·문화예술 가치 재조명

(사)한국문인협회 포항지부(지부장 손창기)가 주관하고 (재)애린복지재단이 후원하는 ‘제26회 재생백일장’이 오는 20일 오후 2시 포항시 북구 덕수동 덕수공원 충혼탑 앞에서 열린다. 올해로 26회째를 맞이하는 재생백일장은 포항에 문화의 씨를 뿌리고 일생을 문화예술 발전에 헌신한 고(故) 재생 이명석 선생의 지역 문화에 대한 공헌을 기리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참다운 문학 정신과 문화 예술적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포항 출신의 이명석 선생은 당시 문화예술 단체가 전무했던 지역 현실을 개선하고자 포항문화원을 설립했으며, 도서관 건립 운동을 주도했다. 또한 문학 강연회, 미술 전람회, 연극 공연, 음악회 유치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이끌었다. 특히 지역 최초의 문화제인 개항제 개최를 비롯해 포항문화원 설립, 문맹자 퇴치를 위한 공민학교 설립 등 1910~1960년대 문화·사회 운동의 선구자로 활약하며 지역 사회에 깊은 영향을 남겼다. 이명석 선생의 아호를 딴 재생백일장은 1998년부터 매년 9월 애린복지재단의 지원으로 개최돼 왔다. 이는 문화의 불모지였던 지역에 예술의 기반을 다진 선생의 업적과 정신을 계승하며, 후대에 문학의 가치를 전파하는 뜻깊은 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백일장은 시와 산문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되며, 참가 대상은 포항 지역 초·중·고등학생과 일반인(대학생 포함)이다. 참가 신청은 당일 현장에서 접수 가능하며, 대상 1명에게는 상금 200만원이 수여된다. 또한 부문별 장원 등 수상자에게는 상금과 함께 포항문인협회장상이 수여될 예정이다. 입상작 발표는 30일 포항문인협회 카페(http://cafe.daum.net/pohangliterature) 등을 통해 공개될 계획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7

‘딥 스테이트’와 ‘단일 행정부’···美 정치의 두 얼굴

파괴된 민주주의와 곤경에 처한 체제를 되살리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신간 ‘두 유령‘(이매진)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사례로 삼아 미국 민주주의의 현재와 과거를 깊이 있게 분석하는 이 책은 ‘딥 스테이트’와 ‘단일 행정부’라는 두 가지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미국 정치의 현실을 조명한다. 저자들인 세계적인 대통령학 권위자 스티븐 스코로넥(예일 대학교 정치학·사회과학 석좌 교수), 존 디어본(밴더빌트 대학교 정치학과 조교수), 데스먼드 킹(옥스퍼드 대학교 너필드 칼리지 연구 교수 겸 미국정부학 석좌 교수)은 “대통령 직위를 둘러싼 제도 배치가 민주주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라며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직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단순히 돌출된 인물이 아니라, 오늘날 대통령직의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심층 국가’로도 번역될 수 있는 ‘딥 스테이트’는 원래 튀르키예나 이집트 등에서 정치를 통제하는 군부 세력을 가리키는 용어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행정부 내에서 대통령과 대립하는 비밀 네트워크로 확장해 해석했다. 반면, ‘단일 행정부’ 이론은 대통령과 행정부가 하나의 단위로 움직여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 양극화와 파당 정치를 배경으로 대통령이 모든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체제가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고 설명한다. 정당과 대통령 행정부를 초월하는 밀집된 행정 기구에 기반한 ‘딥 스테이트 음모론’과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직접적 관계를 강조하는 ‘단일 행정부 이론’은 ‘민주적 책임성(accountability)’을 매개로 연결된다. 저자들은 이런 논의를 배경으로 2부 ‘풀려난 유령들’에서 단일 행정부와 딥 스테이트 사이에 벌어진 대결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5장 ‘참모진의 심층’에서는 공화당 기득권 세력과 포퓰리스트 반란 세력이 맞붙은 백악관 참모진을 돌아본다. 딥 스테이트는 무역 협정 초안을 훔치고 충성파가 보낸 서한을 중간에 막아선다. 6장 ‘규범의 심층’은 대통령이 내린 지시와 정부 기관이 수행하는 행동이 충돌하는 장면을 묘사한다. 대통령은 러시아가 대선에 개입한 문제와 힐러리 클린턴을 기소하는 사안을 두고 연방수사국하고 충돌하는데, 트럼프가 볼 때 자기 뜻을 거스르는 이들은 선거 결과를 부정하고 미국을 망치는 딥 스테이트 도당일 따름이었다. 7장 ‘지식의 심층’에서는 단일 행정부와 과학이 부딪친다. 트럼프는 정치에 상관없이 중립 지대에서 존중받아야 하는 과학에 개입한다. 자기가 선호하는 정책에 안 맞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농무부 산하 국립식량농업연구소와 경제연구소를 워싱턴에서 캔자스시티로 쫓아낸다. 대통령이 보유한 임면권을 둘러싼 갈등은 8장 ‘임명의 심층’에서 조명한다. 트럼프는 ‘대행이 좋다’는 말까지 하면서 전문성, 경력, 독립성이 아니라 충성도를 기준으로 사법부와 정보기관을 비롯한 여러 국가 기관을 좌지우지한다. 9장 ‘감독의 심층’에서 단일 행정부는 의회를 상대로 싸운다. 의회가 주도한 탄핵 과정에서 많은 하위 공무원이 증언에 나서자 트럼프는 딥 스테이트가 마침내 실체를 드러내고 선거로 당선한 대통령을 쫓아내려 마녀사냥을 벌인다며 여론전을 펼친다. 저자들은 헌법에 집착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정치적 해결책이 고갈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단일 행정부와 딥 스테이트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제도적 배치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4

플래닛랩스·넷플릭스 일군 엉뚱한 호기심·통찰력

앤드루 맥아피의 신간 ‘긱 웨이:초격차를 만드는 괴짜들의 마인드셋’(청림출판)은 세계적 혁신기업인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기술보다 조직문화 혁신을 통해 초격차를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MIT 슬론경영대학원 부교수와 디지털비즈니스센터 수석연구원으로 활동 중인 저자는 “실리콘밸리의 진정한 발명품은 조직문화”라며 아마존·넷플릭스·구글 등 혁신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긱(Geek·괴짜)’ 문화의 핵심 가치를 조명한다. 맥아피가 정의한 ‘긱’은 호기심으로 문제를 탐구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데이터 기반의 열린 사고를 지향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엉뚱한 질문에서 출발해 창의적 해결책을 도출한다. 플래닛랩스는 “우주선 비용이 왜 5억 달러인가?”라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해 NASA의 1/1000 비용으로 위성을 발사하는 혁신을 이뤄냈다. 리드 헤이스팅스(넷플릭스 창업자)는 DVD 배송 시스템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의 전환을 주도하며 영화 산업을 재정의했다. 맥아피는 혁신 기업들이 과학, 주인의식, 속도, 개방성이라는 네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문화를 구축했다고 강조한다. 구글은 디자인 결정 시 전문가 의견보다 A/B 테스트와 데이터 분석을 우선시한다. 넷플릭스는 ‘컬처덱’을 통해 직원에게 자율성과 책임을 부여해 생산성을 극대화한다. 아마존은 ‘워킹 백워드’ 방식으로 고객 니즈에 맞춰 빠르게 제품을 개발한다. 허브스팟의 CEO 브라이언 핼리건은 신입사원의 반대 의견에도 귀 기울이며 열린 소통 문화를 정착시켰다. 플래닛랩스는 NASA의 1/1000 비용으로 위성을 발사하며 ‘빠른 반복’을 실현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보고 대신 토론을 통해 오류를 즉시 수정하는 문화가 정착됐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 문화가 활기를 띠는 기업들은 2000년대 기술의 발전과 함께 승승장구해왔다. 우리가 흔히 실리콘밸리 기업이라고 부르는 회사들이 바로 그 예다. 이 책은 넷플릭스, 아마존, 구글 등 혁신을 이룬 실리콘밸리의 긱들이 과학, 주인의식, 속도, 개방성이라는 네 규범을 토대로 어떻게 새로운 문화를 구축해왔는지 보여준다. 긱 방식은 처음 접하면 이상해 보인다. 전문가, 계획과 절차 중시, 실수 걱정, ‘승리’ 집착을 존중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개념은 몬테소리 교습을 받은 아이가 자라서 창의적 사상가가 되는 이유부터 새로 산업에 진출한 이들이 어떻게 잇달아 기존 산업을 파괴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런 현상이 이제 겨우 시작됐을 뿐이라는 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설명한다. 네 가지 규범이 모두 기업에 자리를 잡을 때, 자유분방하고 빨리 움직이고 평등하고 증거 중심이고 토론을 장려하고, 자율적인 문화가 출현한다. 긱 방식이 왜 그렇게 잘 작동할까? 저자는 독창적인 답을 내놓는다. 그 방식이 인간의 초능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바로 집중적으로 협력하고 빨리 학습하는 능력이다. 그러나 잘못된 조건에서 적용한다면, 관료주의, 만성 지연, 침묵의 문화, 등 산업 시대의 전형적인 기능 이상들을 빚어낼 것이라고 경고한다. 맥아피는 “긱 문화가 인간의 초능력인 협력적 학습을 이끌어낸다“고 말한다. 그러나 잘못된 조건에서는 관료주의와 침묵의 문화가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결국, 호기심→실험→학습→혁신의 사이클을 지속하는 조직만이 급변하는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4

국내 고등학교 최고(最古) 학생 동아리인 포항고교 ‘라솔라(LaSolar)’ 창립 70주년 기념식 개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등학교 학생 동아리가 포항에 있다. 한국기록원(KRI) 기록검증서비스팀의 1차 검토를 통과하며 세계 기네스 등재 신청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올해 9월 창립 70주년을 맞이하는 포항고등학교 학생 서클 라솔라(La Solar)가 화제의 동아리다.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한 당나라 시인 두보는 70세를 ‘고희’라 칭하며 축하했다.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특히 고교 학생 동아리의 고희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로 꼽힌다. 라솔라 회원들도 스스로 놀랄 정도다. 회원들은 긴 세월 묵묵히 이어져 온 그 뜻을 모아 오는 6일 오후 4시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서울클럽에서 자축 행사를 개최한다. 라솔라는 1955년 포항고 1학년 학생 9명이 모여 결성했다. 6·25 전쟁 직후 폐허가 된 포항을 보며 어떻게든 성공해서 지역에 기여하자는 순수한 마음과 우정이 서클 출발의 모토였다. 허화평, 김현준, 박제영, 이낙필, 이용우, 박춘식, 신기복, 이태우, 허쟁(후자 4인은 작고) 등이 초대 멤버다. 다들 성적은 상위권이었다. 이들은 2학년이 되자 1학년에서 9명을 선발해 2기를 창설했고, 이러한 전통을 이어오며 올해 70주년을 맞았다. ‘라솔라’라는 명칭에는 특별한 사연이 담겨 있다. 원래 Solar는 프랑스어로 ‘solaire’(남성명사)다. 여기에 정관사 ‘le’를 붙이면 ‘le solaire’가 된다. 우리나라 말로는 ‘르솔레르’다. 그런데 불러보니 발음이 어딘가 다소 어색했다. 1기 회원들은 포항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해 문법적 관례보다 부르기 편해야 한다며 여성명사 전용 정관사 ‘la’를 갖다 붙였다. ‘라솔라(La Solar)’는 그렇게 이름지어졌다. 이는 발음과 기억하기 쉬운 이름을 우선시한 창의적 선택이었다. 현재 라솔라는 서울·포항·대구에 지역 지회를 운영 중이며, 재학생을 제외한 600여 명의 회원이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동아리 정신에 부합하도록 저마다 지역과 우리나라 각계각층에서 큰 기여를 하며 국가발전에 힘을 보태왔다.   70주년 기념식에는 90세를 바라보는 1기부터 현 재학생 70기까지 15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라솔라는 재학생 후배를 위한 장학기금 2억원 조성을 발표하고, 향후 100년을 향한 비전을 공유한다. 또 회원들이 공동 집필한 창립 70주년 기념문집 ‘형산강은 흘러서 영일만에 깃들고, 우리 청춘은 그 푸른 바다에 빛나고’를 출간해 선보인다. 동아리 21기 회원인 이대환 작가는 자신이 집필한 소설 ‘붉은 고래’(허씨 삼형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함)를 1기 허화평 명예회장에게 헌정하며 참여 회원들에게 증정한다. 라솔라 고희행사에는 포항고 류성연 교장이 학교를 대표해 축사하며 세계적 바리톤 우주호(포항 대동고 출신)의 축가와 국가무형문화재 이수자·박현주 선생의 가야금 병창 공연 등도 예정돼 있다. 허화평 라솔라 명예회장(전 국회의원·포항북)은 “포항고가 존재하는 한 라솔라의 정신은 지속될 것이다. 회원 누구도 개인적 이익이나 외부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순수함을 지켜왔기에 가능한 일이다”라는 소회를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4

수묵화 거장 박대성 개인전… 10월 18일까지 리안갤러리 대구

“마음을 닦고 다스리는 것이 먼저고, 맑고 부끄러움 없는 삶의 태도가 먼저다. 자비로움과 자유로움, 거리낄 것 없는 삶의 태도를 100% 실천하느냐가 목표이다. 그래야 붓도 제자리를 간다”- 소산 박대성 화백 리안갤러리 대구는 지난달 21일부터 오는 10월 18일까지 한국 수묵화의 거장 소산(小山) 박대성(80) 화백의 개인전 ‘화여기인(畵如其人)’을 개최한다. 박대성 화백은 한국화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자신만의 개성 있는 화풍을 통해 현대미술이 주를 이루는 아트씬(Art Scene)에서 작가 특유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특히 수묵이라는 전통적인 재료를 활용해 생동감 있는 필선으로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고유한 문화를 묘사한다. 지난 2022년 미국 서부 최대 규모의 미술관인 LACMA 미술관(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에는 한국인 최초로 박대성 화백의 전시 ‘고결한 먹과 현대적 붓(Park Dae Sung: Virtuous Ink and Contemporary Brush)’이 개최됐다. 전시는 약 두 달 연장전이라는 반응을 이끌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고 이후 하버드대학교 한국학센터, 다트머스대학교 후드미술관 등을 포함한 총 8곳의 미술관에서 순회전이 진행됐다. 다트머스 대학 김성림 교수 주도로 발간된 전시 도록 ‘Ink Reimagined’는 한국화 작가를 미술사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영문 연구서라는 점에서 미술사적 의미가 깊다고 볼 수 있다. 한국 고유의 민족성, 역사뿐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담는 것이 한국화라고 생각한 그는 오방색에 모든 우주의 색이 깃들어 있다고 믿은 선조의 믿음을 따라 작가의 먹빛은 단순하면서도 간결하다. 그의 작품은 전통적인 재료와 강렬한 필법, 단순 색채배합을 바탕으로 공간을 아우르는 대규모의 작품 스케일 및 다시점(multiview)으로 바라본 구도가 함께 더해져 비로소 완성된다. 특히, 박 화백의 작품 스케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압도적이다. 지금까지 선보인 전시작 중 11m에 가까운 큰 대작 ‘몽유도원도’(2011년) 외에도 12m에 달하는 ‘코리아 판타지’(2022년)는 한국화 중에서도 보기 힘든 위용을 자랑한다. 이번 리안갤러리 개인전의 제목인 ‘화여기인(畵如其人)’은 ‘그림이 곧 그 사람이다’라는 뜻으로, ‘인간과 작품을 동일시하는’ 이른바 ‘~과 같다(~如其人)’에 그림의 의미를 더했다. 여기에는 박대성 작업의 근간이 되는 철학을 관람객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하는 뜻이 담겨있다. 이번 전시에는 약 16점의 작품이 출품됐으며 전시장 1, 2층에 걸쳐 ‘폭포’와 ‘덕수궁’, ‘설경’과 같은 작가 특유의 필선이 담긴 대형 작품이 거침없이 펼쳐진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만한 작품은 1층에 있는 9m 높이 전시벽에 설치된 ‘폭포’다. 이 작품은 세로 7m, 가로 3m의 거대한 크기로 일반 전시 공간에서는 쉽게 선보일 수 없는 규모지만 리안갤러리의 높은 층고와 어우러져 작가의 작품 세계를 유감없이 펼칠 수 있게 됐다. 두개의 폭포가 세차게 내려오는 바닥 아래에 작가가 직접 고안한 한글체가 정갈하게 나열돼 있는데 글을 따라 읽다 보면 마치 관객과 폭포수가 혼연일체가 되는 착각이 든다. 2층에 설치된 ‘유류’는 이번 개인전을 위해 작가가 특별히 2024년부터 준비해온 버드나무 연작 시리즈다. 작가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만월과 함께 생명력 넘치는 능수 버드나무 가지가 화면 전체에 일렁인다. 하루하루를 정진하며 전통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과정을 올 곳이 지켜가는 작가의 신념이 이번 전시를 통해 여과 없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수묵화 대가’, ‘불국사 화가’, ‘한국 산수화의 거장’ 등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다양하지만 한 획으로 그는 소산(小山) 박대성이다. 박 화백은 1945년 경북 청도 출생으로 현재 경주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그는 1969년부터 8년 연속 대한민국미술대전에 입선했고, 1979년 중앙미술대전 대상, 2020년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이나 호암 미술관 등 국내는 물론 미국 LACMA미술관을 비롯해 다트머스 대학교 후드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아시안 미술관, 휴스턴미술관 등 해외 미술관에도 소장돼 있다. 2015년에는 작품 830점을 경주엑스포대공원 솔거미술관에 기증하면서 솔거미술관 건립 기초를 마련하기도 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2

25만 포항 여성 역량 결집 ‘화합의 장’으로

포항 여성들의 최대 문화 축제의 장인 ‘제26회 세오녀문화제’가 3일 오후 1시 포항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이 행사는 포항시가 주최하고 포항시여성단체협의회(회장 김신영)가 주관하며, 양성평등주간(매년 9월 1~7일)을 기념해 25만 포항 여성의 역량을 결집하는 장으로 마련됐다.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 실현 및 일·가정 양립으로 양성평등 문화 확산을 도모하고자 개최하는 브랜드 행사다. 올해 세오녀문화제는 2025년 양성평등주간 기념식과 함께 ‘다름을 품다! 모두가 행복한 포항’이라는 슬로건으로 시민들이 함께 실천해야 할 생활 속 양성평등 의식 개선 메시지를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함께 하는 자리로 준비되었습니다. 특히 시민 모두가 양성평등 가치를 공감·실천하고 여성이 안전한 도시를 위한 다양한 문화 확산 행사를 마련해 모든 영역에서 함께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고 일상에서 성 평등 실천을 다짐하는 화합의 장을 펼칠 예정이다. 행사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1부 기념식은 식전공연, 여성단체 활동 영상 상영, 29개 단체기 입장, 2025 포항시 양성평등상·양성평등발전 유공자 시상, 내빈 양성평등 실천 다짐 퍼포먼스 등의 순서로 진행되며, 2부 화합행사는 어린이 치어리딩, 여성단체 예술제, 양성평등 O/X 게임 등이 이뤄진다. 부대행사로는 여성 예술인 작품 전시, 차인회 전통차 시음회, 여성친화도시 포항 홍보,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여성 일자리 홍보, 포항시 돌봄 및 육아 시책 홍보, 여성안전체험, 찾아가는 건강 서비스, 포항환경학교 기후변화 교육, 여성 플리마켓 등 10여 개의 부스 운영과 양성평등 콘텐츠 공모작 전시, 성 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폭력 예방 안전 포항 만들기 캠페인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됐다. 김신영 포항시여성단체협의회장은 “2025년 세오녀문화제는 포항 여성의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실질적인 양성평등 문화 정착을 목표로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다. 더불어 포항시 여성들이 지역 사회의 핵심 주체로서 활약하며, 남녀 모두가 상호 존중과 협력을 바탕으로 공존하는 문화를 선도해 나갈 것입니다. 이를 통해 여성의 사회적 역량 강화와 참여 기회 확대에 앞장서겠다는 다짐을 전한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2

포항시립합창단 제123회 정기연주회 ‘가을 그리고... 시절 인연’ 개최

포항시립합창단이 오는 4일 오후 7시 30분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제123회 정기연주회 ‘가을 그리고···. 시절 인연‘ 을 공연한다. 이번 연주회는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최원익의 지휘 아래, 소프라노 이현진과 피아니스트 박정혜, 김영화가 협연해 관객들에게 각 계절의 정서를 느끼고 인생의 소중한 순간들을 되새길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선사할 예정이다. ‘겨울(冬)’의 정취를 담은 곡들로 구성된 첫 번째 섹션에서는 박나리의 ‘조그만 사랑의 노래’, 정남규의 ‘먼 곳’, 그리고 김대관의 ‘꿈꾸는 개미’가 연주된다. 이 곡들은 겨울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따뜻한 사랑을 노래하며,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멜로디로 관객들의 마음을 녹일 것이다. 이어지는 ‘가을(秋)’ 섹션에서는 박나리의 ‘오래된 가을’과 조혜영의 편곡 ‘석별’이 연주된다. 가을의 쓸쓸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이 곡들은 계절의 변화를 음악으로 표현하며, 특히 ‘석별’은 이별의 아쉬움을 담아내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낼 것이다. ‘여름(夏)’을 주제로 한 로저 퀄터의 ‘Three Shakespeare Songs’도 빼놓을 수 없다. ‘오라! 죽음이여’, ‘오, 나의 여인이여’, ‘불어라, 겨울 바람아’ 등 셰익스피어의 시를 바탕으로 한 이 곡들은 여름의 열정을 담아내며, 문학적 감성을 자극한다. ‘봄(春)’의 생동감을 표현한 조혜영의 편곡 ‘소녀’와 이범준의 편곡 ‘노란 셔츠의 사나이’는 밝고 경쾌한 멜로디로 새로운 시작의 기쁨을 전달한다. 특히 ‘노란 셔츠의 사나이’는 테너 솔로와 함께 연주돼 더욱 특별한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또한, 콘트라베이스 김경림, 세트 드럼 강맹기, 트럼펫 이다혜, 색소폰 서예일이 특별 출연해 공연에 깊이를 더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2

홍명순 동시집 ‘그게 무슨 말이야’ 출간

아이와 어른, 모두의 마음을 두드리는 동시집 ‘그게 무슨 말이야’(학이사)가 세상에 나왔다. 엉뚱하고 궁금증 많은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홍명순 시인은 따뜻한 시선과 유쾌한 언어로 펼쳐 보인다. 총 75편의 동시는 1부 ‘무슨 말인지 알지?’, 2부 ‘언제쯤 용기가 생길까?’, 3부 ‘햇볕 맛 아니?’로 나뉘어, 류상애 수녀의 그림과 어우러져 눈과 마음을 함께 즐겁게 한다. ‘이해하지’에서는 “소파에 곰팡이처럼/ 피고 싶은 날이 있지”라며 솔직한 속마음을 보여주고, ‘방울토마토’에서는 “탱글탱글/ 햇볕 맛 아니?”라며 소소하지만 반짝이는 일상의 순간을 포착한다. ‘준비됐어’ 속 “이제 말해 줄래? / 내 귀가 / 너에게 열려 있어”라는 구절처럼, 아이와 어른이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홍명순 시인은 2017년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후 다수의 동시집과 글쓰기 관련 저서를 출간했고, 대구가톨릭대학교 강의와 전통 이야기 전승 활동 등을 통해 삶의 지혜와 이야기를 전해왔다. 이번 동시집은 아이와 어른이 질문을 던지고, 서로의 마음에 귀 기울이며, 함께 웃고 생각하는 따뜻한 순간을 선물할 것이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09-02

“기억, 안개처럼 흩어지다” – 이지혜 사진전 ‘기억의 부유’ 개최

대구 김광석길 예술상회토마는 17일부터 30일까지 사진가 이지혜의 개인전 ‘기억의 부유(Brouillard de la Mémoire)’를 연다. 이번 전시는 2025 대구 사진비엔날레 개막을 기념해 기획된 초대전으로, 약 2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지혜 작가는 ‘심리적 정물(Psychological Still Life)’이라는 독자적 조형 언어를 통해, 기억과 부재, 존재의 껍질을 응시한다. 작품 속 장식용 새, 시든 꽃, 파손된 인형 등 정물들은 현실의 부재를 상징하며, 영화적 이미지와 교차하며 사라져가는 기억의 윤곽을 포착한다. 관람객은 현실과 환상, 기억과 망각이 겹쳐지는 복합적 시각 경험을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오랫동안 잊고 있던 구글 포토 속 꽃 사진을 AI로 흑백 변형하며, 과거를 단순히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시선으로 다시 읽는 행위를 시도했다. 색이 사라진 자리에서 감정과 질감은 더욱 선명해지고, 기억은 새로운 형식으로 부유하며 재구성된다. 작가는 “기억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안개처럼 흩어지고 부유(浮游)하며 끊임없이 재생된다”고 전한다. 이지혜 작가는 영남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실내건축 전공, 파리 건축 4대학(DPLG 과정)을 수료했다. 국내외 건축·디자인 분야에서 활동하며 2014년부터 사진 작업을 통해 심리적 풍경과 내면의 시각화를 탐구해왔다.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미술관, KP갤러리, PLACE M 도쿄 등에서 다수의 전시를 개최하며, 건축적 시선과 정서적 밀도를 융합한 독자적 사진 언어를 구축했다. 안개처럼 흩어지는 기억의 순간을 사진으로 마주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관람자 각자의 내면과 무의식에 질문을 던지는 경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09-02

분단 조국 80년··· 격랑의 한반도 살아낸 허씨 삼형제의 대서사시

‘한반도의 살벌한 격랑을 헤쳐 나간 허 씨 삼형제의 대서사시. 분단 조국을 품고 순정한 신념으로 삶을 견뎌낸 청춘들의 사상 여정.’ 광복 80년이 곧 분단 80년을 기록한 지금, 포항 출신 삼형제가 젊은 날 걸어간 실화를 바탕으로 한 포항 출신의 중진 이대환(67) 작가의 장편소설 ‘붉은 고래’(아시아)가 출간됐다. 760쪽의 두꺼운 책에는 ‘1945년 해방 후, 이 땅 모든 청춘의 사상 여정’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140개의 소제목으로 이어지는 이 소설은 마치 기나긴 에세이를 쓰듯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첫째(허경민)는 가족을 북녘으로 보낸 조총련 간부, 둘째(허경윤)는 1980년대 초반 남한의 막강 권력자, 막내(허경욱)는 일본으로 밀항해 큰형을 만난 뒤 동해를 종단하다 무기 징역을 선고받았다. ‘붉은 고래’의 첫 장면은 공민권을 회복한 허경욱이 21세기 초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작은형 허경윤의 아들 허시우(영문학 전공 유학생)와 조우해 ‘마르크스 묘소’를 찾는 모습이다. 이후 두 사람은 달포에 걸쳐 유럽 대륙을 거의 한 바퀴 돌며, 허경욱이 조카 허시우에게 삼형제의 젊은 날과 가족사를 차근차근 들려준다. 종착지는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그곳에서 허경욱은 큰형 허경민의 아들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교관을 단 한 번이라도 만나겠다는 불확실한 약속을 기다린다. 유럽 여행을 마친 허경욱이 자신의 아들과 딸을 미래의 독자로 상정해 노트에 적어 내려간 이 소설은 날줄과 씨줄을 선명히 드러낸다. 날줄은 일제 말기부터 21세기 초까지 포항, 서울, 일본, 북한 등을 오가며 분단과 이념의 격랑 속에서 살아간 삼형제의 실화다. 씨줄은 허경욱과 허시우가 유럽 대륙을 여행하며 나누는 대화로, 허경욱의 예리한 시선이 21세기 유럽의 풍경과 인간 군상을 포착해 자신의 사상에 투영하고 해석하는 과정이다. 실존 인물 허경민은 오래전 북한에서 사망했고, 허경욱은 고향에서 눈을 감았으며, 허경윤은 인생의 황혼에서 고독하게 정치판을 바라보며 글을 쓰고 있다. 세월이 묻어버린 그들의 실제 발자국은 소설 곳곳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작가는 주인공이자 화자인 허경욱을 역사의 법정에서 불러내듯 생생하게 재현했다. 분단과 이념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실의 법정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십수 년간 감옥 생활을 견딘 뒤 가석방으로 풀려난 허경욱. 그의 최후 진술과 최후 판결문을 경청한 후에도 작가는 그가 치열하게 추구했던 ‘완전한 세상’과 인간적인 또 다른 가치를 놓치지 않으려 집요하게 파고든다. 소설은 후반부에서 허경욱의 ‘오래된 비밀’들을 하나씩 풀어내며 독자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2004년 전 3권으로 처음 출간된 뒤 2023년 가을 ‘문학뉴스’에서 재연재되며 20년 만에 독자와 다시 만난 이 소설을, 작가는 이번 개정 증보판으로 새롭게 묶었다. 이대환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햇빛이 어둠을 걷어내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지만, 광복의 햇빛이 만든 분단의 어둠은 여전히 한반도를 덮고 있다. 남북을 종단하느라 멍투성이가 된 ‘붉은 고래’의 영혼에 이 책을 바치며, 경계가 사라진 자유로운 바다에서 찬란히 유영할 그 날을 기원한다”고 적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2

정보라 소설가 ‘양성평등문화인상’ 수상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라 한국 장르문학의 위상을 높인 정보라 소설가(49·포항시 남구)가 ‘2025 양성평등문화인상’에 선정됐다. 정보라 작가는 대표작 ‘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으며, ‘너의 유토피아’ 등 작품을 통해 여성과 사회적 약자의 현실을 문학적 언어로 날카롭게 포착했다. 특히 ‘너의 유토피아’로는 한국인 최초로 세계 3대 공상과학 문학상 중 하나인 필립 K. 딕상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그의 작품은 24개국에 번역 판권이 수출되며 전 세계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그는 공상과학(SF), 공포, 환상 장르를 넘나들며 문학 작품에서의 성인지 감수성 지평을 넓힌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25 양성평등문화상’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상으로, 문화·체육·관광 분야에서 양성평등 문화 확산에 기여한 인물과 단체를 선정한다. 올해로 18회를 맞은 이번 시상식에서는 양성평등문화인상, 양성평등문화콘텐츠상, 양성평등문화지원상(개인·단체 부문) 등 총 7개 부문에서 15개의 상이 수여된다. ‘2025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시상식은 2일 오후 3시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개최되며, 정보라 작가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과 함께 상금 500만원을 수상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1

국립등대박물관, 숏폼 영상 제작 이벤트 개최

국립등대박물관은 1일부터 10월 12일까지 숏폼(short-form) 영상 제작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디지털 콘텐츠 제작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일반 숏폼’과 ‘AI생섯 숏폼’ 2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된다. ‘일반 숏폼’ 부문은 박물관 방문 또는 체험 장면이 주제이다. ‘AI 생성 숏폼’ 부문은 ‘등대’를 소재로 한 자유로운 형식의 15초~1분 이내 영상으로 응모할 수 있다. 참여 확대를 위해 2025년 1월 1일 이후 업로드된 기존 영상도 출품할 수 있도록 했다. 참가 방법은 주제에 맞는 숏폼 영상을 제작해 개인 SNS에 업로드한 뒤 필수 해시태그(#국립등대박물관 #한국항로표지기술원)를 입력하고 박물관 SNS 계정을 태그하면 된다. 이후 온라인 신청서를 제출하면 접수가 완료된다. 접수된 작품은 내부 심사(70%)와 조회수·좋아요 수 등 온라인 호응도(30%)를 합산해 심사하며, 부문별 2명(총 4명)을 선정해 각 국민관광상품권 50만원권 1매를 수여한다. 수상작은 오는 10월 20일 발표될 예정이며, 제출된 수상작은 박물관의 홍보 및 교육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김영진 관장은 “이번 숏폼 영상 제작 이벤트를 통해 등대의 가치와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문화 향유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1

청춘, 피어난다… 작약꽃으로 물든 위로의 순간

짧지만 화려하게 피어나는 작약꽃. 그 덧없음 속에 응축된 아름다움은 청춘의 빛과도 닮아 있다. 문상은 작가가 꽃잎에 담아낸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가 이달 대구 한복판에서 관람객과 만난다. 대구 중구 고도아트 갤러리는 2일부터 20일까지 문상은 작가의 개인 초대전 ‘청춘, 피어나는 순간―여름의 작약’을 연다. 오프닝은 2일 오후 5시. 전시장 벽면 가득 화려한 색감과 풍성한 꽃잎이 펼쳐져, 한 송이 꽃처럼 뜨겁게 피어나는 청춘을 비춘다. 작가는 “작약은 짧지만 화려하게 피어나는 꽃이다. 그 모습은 청춘과 닮아 있으며, 그 속에서 우리는 위로와 응원을 얻는다”고 말한다. 실제 작품 속 작약들은 은은한 파스텔 빛조차 강렬하게 피어나며, 한때의 순간을 온전히 끌어안아 관람객에게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전시작은 모두 아크릴로 제작된 회화작업이다. 반복되는 꽃잎의 구조는 일상 속에서 차곡차곡 쌓여가는 우리의 기억과 감정을 은유한다. 그 위에 드리운 파스텔톤은 청춘의 빛남과 쓸쓸함을 동시에 품어내며, 잠시 멈춰 선 이들에게 묵직한 사색을 건넨다. 고도아트 갤러리는 지역의 젊은 작가와 중견 작가들을 꾸준히 소개하며 대구 미술계의 맥박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 역시 삶과 청춘, 그리고 위로라는 보편의 주제를 작가의 언어로 풀어내며, 예술의 힘을 다시금 일깨운다. 문상은 작가의 개인 초대전은 일요일과 월요일은 문을 닫는다. 관람료는 무료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09-01

“예술은 화려함보다 마음의 울림 있어야”

싱가포르의 세계적 예술가 추아 수퐁 박사가 지난달 30일 포항바다국제연극제집행위원회가 수여하는 첫 국제연극예술교류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아시아 각국에서 연극 교류 활성화에 기여해왔으며, 이번 ‘제25회 포항바다국제연극제’에서 오페라극 ‘몬스터의 숲속의 모험’의 원작으로 참여했다. 싱가포르 극단 골든 마이크로폰 플레이하우스와 함께 방한한 그는 포항의 국제 연극 교류 기반 마련에 힘을 보탰다. -연출가·학자·교육자로서 박사님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온 예술 철학은 무엇인가. △예술은 인간을 잇는 다리이자 삶의 의미를 되묻는 도구다. 연출가로선 관객과의 진정성 있는 교감을, 학자로선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교육자로선 미래 세대에 예술적 영감을 전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특히 아시아 예술의 공동체 중심 가치가 세계적 보편성을 가질 수 있다고 믿으며, 이를 알리는 것이 내 소명이라 믿어왔다. 진정한 예술은 화려한 형식보다 마음에 울림을 주고 삶을 성찰하게 만드는 힘이 되어야 한다. -2001년을 계기로 포항과 인연을 맺으셨다. 지난 25년 간 보신 포항과 ‘포항바다국제연극제’의 변화는 어떤 모습인가? △2001년 첫 방문 당시, 바다와 예술이 어우러진 독특한 무대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후 백진기 집행위원장의 예술적 진정성과 행정 역량을 토대로 포항과 지역 연극계를 위한 꾸준한 노력과 헌신, 비전을 통해 국내 중심에서 해외 단체까지 참여하는 국제적 문화 교류의 장으로 성장했다. 초기에는 지역적 특색을 강조했지만 점차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해 세계적 축제로 도약했다. 한국 연극인들의 열정과 포항 시민들의 환대는 이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되었다. 작은 지역 행사에서 글로벌 예술 플랫폼으로 변모한 모습은 큰 의미를 지닌다. -아시아 공연예술의 강점과 세계적 가능성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아시아 공연예술의 핵심은 전통과 현대의 융합이다. 일본의 노·가부키, 중국의 경극, 한국의 판소리·탈춤 등 오랜 역사의 전통 예술이 젊은 세대에 의해 현대적으로 재탄생하며 독창성을 더하고 있다. 이는 세계가 추구하는 문화적 다양성과 새로운 미학적 언어에 부응하는 힘이다. 아시아 예술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창의적 실험을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잠재력이 충분하다. -앞으로 아시아 연극 교류에서 포항바다국제연극제가 맡을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포항바다국제연극제는 단순히 작품을 소개하는 무대를 넘어, 아시아 예술가들의 교류 허브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잇는 문화적 가교 역할을 하며, 예술의 국경 없는 특성을 활용해 국제적 예술 네트워크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특히 젊은 연극인들이 이곳에서 협업하고 실험적 창작을 펼치는 플랫폼이 되길 기대한다. -예술가로서의 계획과 후학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후학 양성에 집중하며 전통예술 연구와 새로운 공연 창작을 이어갈 계획이다. 예술가에게는 명성보다 관객과 호흡하며 변화를 이끄는 진정성이 중요하다. 젊은 예술가들에겐 뿌리를 기반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세계와 소통하라 조언한다. 예술은 험난한 길이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적 가치를 재발견하게 된다. 나는 아시아 예술의 잠재력을 세계에 알리며 이 여정을 지속할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31

바다와 예술의 만남···세계적 아티스트 쥬세뻬 비탈레 포항 온다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 출신의 동화 작가이자 화가, 삽화가, 조각가로, 예술교육 분야에서 혁신적인 접근법으로 주목받는 ‘아뜰리에리스타(Atelierista)’ 쥬세뻬 비탈레가 포항에 온다. 쥬세뻬 비탈레는 오는 14일 포항의 대표 관광 명소인 영일대 해수욕장에 위치한 대형 베이커리 카페 ‘오브레멘’에서 자신의 그림책 ‘오! 브레멘’ 출간을 기념한 사인회를 갖는다. 카페 오브레멘은 넓은 부지에 모든 층의 창가 좌석에서 탁 트인 바다 전망을 자랑한다. 이번 ‘오! 브레멘’ 그림책 출간 기념 사인회는 방문객들에게 마치 해안 도시의 낭만을 음미하듯 특별한 시간을 선사하며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지역 사회와 예술적 교감을 나누는 문화적 축제의 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쥬세뻬 비탈레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와 포항의 바다와 어우러진 도시의 정체성이 조우함으로써 관광객과 주민 모두에게 새로운 영감을 전할 전망이다. 이번 사인회는 오브레멘 카페와 쥬세뻬 비탈레의 특별한 인연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이들의 만남은 2022년 세계 명작동화 ‘브레멘 음악대’를 모티브로 한 카페 오브레멘의 오픈을 기획하던 중 시작됐다. 당시 브랜딩 과정에서 그의 따뜻하면서도 시적인 화풍이 카페의 세계관과 잘 어울린다는 판단하에 ‘브레멘 음악대’ 삽화 작업을 그에게 의뢰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그의 그림은 오브레멘 공간 곳곳에 활기를 더했으며, 이번에 그 삽화들을 모아 한 권의 그림책으로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세계적 아티스트 쥬세뻬 비탈레, 전 세계 독자에게 예술적 영감 전파 쥬세뻬 비탈레는 빛과 그림자, 색채, 동물, 그리고 창작 캐릭터 ‘물의 아이’를 주제로 인간과 자연, 관계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품을 선보이며 전 세계 어린이와 성인 독자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전파해왔다. 특히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예술 활동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으며, 한국에서도 서울 예술의전당·세종문화회관, 울산 태화문화공간 등에 이어 최근 창원 비욘드 전시와 파주 밀크북 북카페 ‘색(Color)’ 전시를 통해 국내 팬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오! 브레멘’ 출간 기념 사인회 & 특별 이벤트 오는 14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 30분까지 오브레멘 카페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쥬세뻬 비탈레가 직접 참석해 현장에서 즉석 드로잉 퍼포먼스와 사인회를 진행한다. 사전 예약자에 한해 한정판 렌티큘러 카드 굿즈(선착순 100명)도 증정할 예정이다. 특히 평소 노키즈존으로 운영되는 오브레멘 카페가 이날 하루만은 예스키즈존으로 전환돼 어린이 동반 가족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로 기대를 모은다. 참여는 무료이지만 원활한 진행을 위해 네이버 예약 시스템을 통한 사전 신청을 권장하며, 예약자에게는 사인회 우선 참여 권한이 부여된다. 현장 접수도 가능하나 조기 마감될 수 있으므로 빠른 예약이 필수적이다. △오브레멘 카페, 바다와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 영일대 해수욕장과 맞닿은 400평 규모의 4층 건물로 자리한 오브레멘 1층에 설치된 회전목마 포토존은 BTS, 트와이스, 세븐틴 등 최정상 K팝 그룹이 2020년 골든디스크 시상식 무대 배경으로 활용해 화제를 모았다. 이후 SNS에서 인증샷 명소로 자리 잡으며 국내외 관광객의 발걸음을 사로잡았다. 카페는 1819년 그림 형제가 출간한 동화 ‘브레멘 음악대’에서 영감을 받아 협력과 상생, 희망을 주제로 공간을 설계했다. 카페 곳곳에는 동물들의 소리와 발자국을 형상화한 그래픽 아트가 어우러져 동화 속 한 장면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쪽 벽면에는 희귀한 고전 도서와 여행자를 위한 책들이 비치돼 있어 책을 읽으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으며, 다양하고 즐거운 추억을 담은 엽서들도 한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어 특별한 추억을 선사한다. 오브레멘 카페의 메뉴는 지역 특산 재료와 독특한 네이밍을 활용해 재미를 더하고 있다. 오브레멘은 예술, 이야기, 여행의 즐거움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으로, 앞으로도 포항의 대표적인 문화 명소로 사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 브레멘’ 출간 기념 사인회 & 특별 이벤트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 문의는 전화 0507-1373-4669/ 이메일ohbremend@naver.com /인스타그램 @ohbrem으로 하면 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31

광저우서 열린 ‘한·중 국제서예교류전’ 성료

고려 시대의 충신이자 유학자로 이름을 떨친 포은 정몽주(1337-1392) 선생의 고향인 포항에서, 그의 충절과 학덕을 기리는 활동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지난달 22일부터 25일까지 2박 4일의 일정으로 중국 광저우시 천하구 문화관 남국 예술관에서 열린 ‘한·중 국제서예 교류전’은 많은 이들의 관심과 찬사 속에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는 포은 정몽주 선생의 탄생 688주년과 함께 포항의 포은선생추모사업회(회장 김영수) 부설 연구소인 포은묵연회의 창립 1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18명의 대표단이 참석해 그 의미를 더했다. 교류전에는 포은선생추모사업회와 중국의 광저우시 청년미술가협회, 광저우시 청년서법가협회 소속 유명 작가 200여 명이 참여해 서예, 문인화, 캘리그래피 등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한국과 중국은 서로 다른 문화와 상황을 존중하며, 양국이 추구하는 정신을 탐구하고 포은 정몽주 선생의 정신을 널리 알리는 뜻깊은 기회를 공유했다. 광저우시 청년서법가협회 마롱 회장은 “포은 선생은 충효 정신을 바탕으로 문인의 풍모를 지니셨으며, ‘붓끝에 호연지기’, ‘점획으로 하늘과 땅의 이치를 드러내다’라는 서예 정신으로 동아시아 예술 공동체의 문맥적 유전자를 형성하셨다”면서 “이번 전시는 젊은 작가들에게 ‘옳은 것을 지키며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모범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한자 서예는 동방 미학의 살아있는 화석으로, 문명의 암호가 담겨 있다”고 전했다. 김영수 포은선생추모사업회장은 “한국과 중국은 1992년 수교 이후 오랜 시간 동안 깊은 우정을 쌓아왔으며, 상호 존중과 협력을 기반으로 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위해 이번 교류전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일본, 대만, 몽골 등 다양한 국가와의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여 포항을 세계에 알리고, 포은 정몽주 선생의 높은 뜻과 정의를 널리 퍼뜨리며, 포은의 정신이 우리 지역 사회에 건강한 가치로 자리 잡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31

“통화 최후 승자는 결국 달러”

현재 세계 경제는 강달러 복귀, 브릭스 탈달러화, 비트코인 신고가, 트럼프 행정부의 스테이블코인 지원, 중국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등 복합적 요인이 혼재된 ‘통화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달러 패권은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최근 출간된 신간 ‘킹 달러’(인플루엔셜)는 달러가 100년간 구축한 글로벌 경제 지배력의 비밀을 파헤치며, 암호화폐와 CBDC의 부상 속에서도 달러가 여전히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40여 년간 경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경제 안보와 기술 패권 동향 분석을 담당하는 저자 폴 블루스타인은 기축 통화인 달러의 독보적인 위상과 지배력이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을지를 고찰한다. 세계 경제와 정세를 아우르는 폭넓은 시선으로 달러 패권의 전모를 비춘다. 달러 패권을 지탱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위안화와 엔, 유로의 탈달러화 시도는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가?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 CBDC는 달러의 대항마인가, 시녀인가? 달러는 세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책은 통화 질서의 핵심을 찌르는 이 물음들에 답을 찾아가며, ‘단기 약세’를 띠더라도, ‘장기 강세’로 수렴하는 달러 패권의 반복되는 사이클을 밝혀낸다. 저자는 백악관·연준·월가 내부를 관찰하며 달러의 독보적 지위를 뒷받침하는 세 가지 축-CHIPS(청산은행간결제시스템), 페트로달러 협약, 연준의 유동성 관리-을 조명한다. 책에 따르면 CHIPS는 은행을 포함한 금융회사 간의 달러 거래를 중개하는데, 신용카드를 활용한 일상적인 결제부터 다국적기업 간의 대규모 송금까지 모두 이곳에서 처리된다. 오늘날 달러로 이뤄지는 국제 거래의 90퍼센트 이상이 이곳을 거치는 만큼, CHIPS는 달러 패권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다. ‘페트로달러’를 달러 패권의 또 다른 축으로 꼽는다. 세계 경제가 오일쇼크의 충격으로 휘청이던 1970년대 중반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모종의 거래를 진행해, 정권을 항구적으로 보장해주는 대가로, 석유는 달러로만 거래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이 거래로 더 많은 나라가 더 많은 달러를 쓸 수밖에 없게 됐으니, 이로써 달러의 황금기가 시작됐다. 달러 패권의 마지막 보루로서 연준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전통적으로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맞서 싸우며 달러의 가치를 지켜내는 기관이었다. 2007~2008년의 세계금융위기 당시 연준은 월가의 대형 금융회사들이 무너지고, 각국의 대형 은행들이 흔들리자, ‘최종 대부자’ 역할을 떠맡으며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를 통해 미국발 금융위기에서조차 달러는 생명줄이 돼준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달러는 현재 전 세계 외화보유고의 60%, 국제 무역의 90%를 차지하며, 금융위기 시에도 안정적인 유동성을 제공한다. 이는 CHIPS라는 민간 결제 네트워크를 통해 가능해졌다. CHIPS는 매일 4조 달러 규모의 국제 거래를 처리하며, 달러의 글로벌 유통망을 완성시켰다. 책은 엔화, 위안화, 유로화 등 기축 통화로서 잠재력을 주목받았던 다른 화폐나, 기존 화폐에 가치가 연동되는 암호 자산인 스테이블 코인, CBDC 등이 저마다의 이유로 달러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유럽 내 무역이 유로화로 처리되는 것과 같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최근 수년간 국제 무역 대금의 75% 이상은 달러로 청구됐다. 특히 서반구 국가들의 거래에서는 달러를 주고받는 비율이 96%에 달했다. 유로는 2010년 유럽 재정위기에서 보듯, 유로존의 구조적 취약성으로 인해 오히려 달러 의존도가 심화됐다. 위안화는 중국의 법치 약화와 권위주의 정책이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엔화는 국경 간 이동 제한으로 국제적 역할이 축소됐다. 반면, 암호화폐는 치명적 한계가 있다. 비트코인은 발행량 제한으로 경기 탄력성을 상실하기 쉽고, 스테이블코인은 ‘디페깅(depegging·가치유치실패)’ 위험에 노출돼 있다. 실제로 USDT와 USDC는 2022~2023년에만 각각 700회 이상의 가치 붕괴를 겪었다. 저자는 스테이블코인이 오히려 미국 국채 수요 확대를 통해 달러 유동성을 강화하는 도구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킹 달러’는 달러 패권이 단순한 경제적 우위가 아닌 정치·역사·기술적 복합체임을 보여준다. 저자는 달러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접어두는 것이 좋다고 단언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29

시력 60년···존재의 본질과 고독을 노래하다

“고통이 바뀌면/축복이 된다기에/그 축복 받으려고/내가 평생이 되었습니다/···. 외면할 수 없는 삶/그게 바로 축복이었습니다” -천양희 ‘축복’ 중에서 한국 시단의 거목 천양희(85) 시인이 시력 60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시선집 ‘너에게 쓴다’(창비)를 출간했다. 1965년 등단한 시인은 존재의 본질과 고독을 찬란한 슬픔의 언어로 노래하며 삶의 의미를 생생하게 담아낸 시로 오랜 세월 사랑받아온 원로다. 이번 시선집은 방대한 시인의 저작 중 공초문학상 수상작 ‘너무 많은 입’, 만해문학상 수상작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청마문학상 수상작 ‘새벽에 생각하다’ 등 여덟 권의 시집에서 시인이 직접 ‘짧은 시’ 61편을 엄선했다. 일부 작품은 시구를 간결하게 다듬고 의미를 더욱 함축해 2025년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전하도록 새롭게 퇴고했다.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시편들의 행간과 여백을 음미하면, 삶이 시가 되는 고단한 길을 걸어온 시인의 여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절망과 고독의 심연에서 길어 올린 시들은 묵직한 울림으로 가슴에 스며들고, 삶에 대한 통찰과 예지가 담긴 아포리즘은 눈부시게 반짝인다. 천양희 시세계의 요체를 제련하고 연마한 이 선집은 ‘말하지 않은 말, 침묵의 말’ 속에 담긴 풍부한 이야기를 읽으며, 짧은 시가 어떻게 큰 시가 되는지 체험하게 한다.(김기택, 발문)” ‘짧은 시’의 정수를 담은 이 시선집은 절망의 바닥에서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 고독한 영혼의 비망록이자, 눈물 머금은 침묵의 언어로 써 내려간 독백의 자서전이다. 시인의 삶의 궤적과 시적 고뇌가 “짧은 시의 침묵과 여백” 속에 응축돼 있기 때문이다. “너에게 쓴 마음이/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마침내는 내 생(生) 풍화되었다”는 구절에서 시력 60년의 세월을 오직 시로 살아낸 시인의 결의를 확인할 수 있다. 시인의 눈길은 늘 ‘뒤편’을 향한다. “성당의 종소리” 뒤편에 박힌 “무수한 기도문”, “마네킹 앞모습” 뒤편에 꽂힌 “무수한 시침”(‘뒤편’)을 꿰뚫어 본다. 겉모습 너머를 응시하며 존재의 내력과 삶의 진실을 탐구한다. 나아가 “바람 소리 더 잘 들으려고 눈을 감고/어둠 속을 더 잘 보려고 눈을 감는다”(‘눈’)라며, 오히려 눈을 감아 본질을 감각하려 한다. 불화와 갈등의 절망 앞에서 시인은 “궁지에 몰린 마음”(‘밥’)을 다독이며, “우울을 우물처럼 마시고 불안을 벗 삼아” 살아온 인생의 황혼녘에 이른다. “절망도 절창하면 희망이 된다”(‘완창’)는 깨달음은 눈물겨운 통찰이다. “외면할 수 없는 삶/그게 바로 축복”(‘축복’)이라 말하는 시인의 목소리에는 자연스레 숙연한 마음이 깃든다. 고통과 좌절 속에서 시 쓰기로 완성된 내밀한 고백록인 이 시선집은 “어둠으로 빚은 빛”(발문)으로 가득하다. 표제작 ‘너에게 쓴다’는 1998년 출간된 절판 시집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에 수록된 작품으로, 2020년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빌딩 광화문글판에 일부가 게시되며 재조명받았다. 2연 10행으로 구성된 이 시는 ‘너’를 향한 변함없는 마음을 간결하게 표현한다. 천양희 시인은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이후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 ‘사람 그리운 도시’, ‘하루치의 희망’, ‘마음의 수수밭’ 등 다수의 시집을 발표하며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만해문학상, 청마문학상, 만해문예대상 등을 수상했다. 탁월한 시로 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선출됐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29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내달 26일 개막

국내외 유명 오페라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영원’이라는 주제로 44일간 무대에 오른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27일 대구오페라하우스 별관 카메라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 달 26일부터 11일 8일까지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축제는 4개 메인 오페라와 콘서트 시리즈 2개, 특별행사 2개 등 총 10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정갑균 대구오페라하우스 관장은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의 대표 축제로서 오페라 발전의 지속성을 추구하며, 오페라의 영원한 예술적 가치와 삶의 희로애락으로 세대를 초월한 감동을 선사한다"고 말했다. 이번 축제에서는 시대와 문화를 초월해 전 세계에서 사랑받아 온 네 편의 오페라를 메인 프로그램으로 선보인다. 베르디, 비제, 모차르트, 글룩으로 이어지는 오페라 거장들의 대표작으로 구성된 축제 라인업은 작품 자체가 지닌 예술성과 대중성이 결합된 무대로 ‘영원히 사랑받는 오페라(예술)’라는 축제의 메시지를 생생하게 구현한다. 개막작은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자체 제작한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로 막을 올린다. 격정적 선율과 운명적 서사가 어우러진 베르디의 명작이다. 사랑과 복수, 가족의 비밀이 얽힌 비극은 무대 위에서 강렬하게 폭발하며 세대를 넘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초청하고 영남오페라단이 선보이는 ‘카르멘’도 무대에 오른다. 인간의 자유에 대한 열망과 치명적 대가를 그린 비제의 대표작으로 ‘하바네라’, ‘투우사의 노래’ 등 매혹적인 명곡들로 세계적 사랑을 받는 이 작품은 이번 공연에서도 객석을 전율시킬 예정이다. 전 세계 신진 성악가들과 함께하는 모차르트의 걸작 ‘피가로의 결혼’도 관심을 모은다. 경쾌한 음악과 재치 있는 희극적 전개, 그리고 계급 풍자를 담아낸 작품으로 익숙하고 친근한 작품이다. 폐막공연은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자체 제작해 지난 7월 에스토니아 사아레마 오페라 축제에서 기립박수를 받은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로 장식한다. 이 밖에도 올해 첫선을 보이는 창·제작 콘체르탄테인 진영민의 ‘미인’이 무대에 오른다. 신윤복의 ‘미인도’를 모티브로 한 조선시대 여성의 미를 담은 작품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와 일본 후지와라가극단, 중국 국가대극원이 참여하는 한중일 갈라 콘서트 ‘동방의 심장, 하나의 무대’도 기대를 모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27

경북콘진원, ‘강치 아일랜드’ 1기 팬클럽 모집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이하 진흥원)은 11월 초 KBS2 TV 방영 예정인 TV애니메이션 ‘강치 아일랜드’ 1기 팬클럽 멤버를 9월 12일까지 모집한다고 밝혔다. 마법학교에 등교하는 5마리의 강치(강치, 음치, 아치, 이치, 망치)의 사랑스러운 미소와 흥미로운 분위기를 담은 팬클럽 모집 포스터는 지난 21일 ‘강치 아일랜드’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됐다. 팬클럽 모집 인원은 총 100명으로, 가입 회원에게는 ‘강치 아일랜드’ 관련 소식 및 정보 제공, 강치 캐릭터 굿즈 증정, 팬 파티 초청, 어린이 성우 교육 및 녹음 참여 기회 혜택 등의 혜택이 주어지며, 향후 진행될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에서도 특별한 기회가 제공될 예정이다. 앞으로 있을 다양한 행사 및 이벤트에서 여러가지 혜택을 줄 예정이다. 이종수 진흥원장은 “독도의 생태계 보호 메시지를 담은 ‘강치 아일랜드’가 팬클럽 활동을 통해 사전 관심을 끌면 작품의 의미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독도를 상징하는 대표 에듀테인먼트 콘텐츠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팬클럽 가입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또는 포스터 내 QR 코드를 통해 가능하며, 모집이 조기 마감될 경우 2차 모집을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27

대구전업미술가협회 ‘아트페어:SUMMER FESTIVAL’전

대구 지역 전업 작가들의 개성 있는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사)대구전업미술가협회가 지난 26일부터 31일까지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 전관에서 ‘아트페어:SUMMER FESTIVAL’을 개최한다. 1998년 창립된 대구전업미술가협회는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전업 미술작가들의 모임이다. 이들은 매년 6~7회의 정기 전시와 체험 행사를 통해 내면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아내는 한편, 지역 작가 간 교류 및 국내외 전시를 통해 네트워크 기반을 다지며 창의성과 개성을 강조한 미술 운동을 선도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나답게 살아간다’는 주제로, 작가들이 자신의 삶과 철학을 작품에 녹여낸 진솔한 응답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자리다. 장정희 회장을 비롯한 강인순, 김의창, 도귀록, 박길숙, 박성희, 신영숙, 이영희, 오순덕, 임철종 등 7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해 서양화·한국화·공예·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70여 점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들은 일상의 순간을 치열하게 관찰하고, 이를 예술로 승화시켜 내면의 이야기와 존재 의미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관람객은 단순한 시각적 감상을 넘어, 작가들의 삶에 대한 애정, 자기 성찰, 세상에 전하는 조용한 위로까지 담아낸 작품 속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예술과 교감하며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아트페어는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의미 있는 자리로도 주목받는다. 전시장 내 마련된 ‘20만 원~30만 원 소품전’ 특별 부대행사에서는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작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으며, 판매 수익금 일부는 한부모가정 지원시설 ‘도나의 집’에 후원된다.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는 “예술을 통한 나눔 실천과 참여자의 선한 영향력 확산에 기여하는 기회”라며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26

철강 혁신기술·미디어 아트 융합… 새로운 예술을 만나다

‘제어를 예술로, 기술을 감각으로. 조율하고 창조하다’ 지난 22일부터 오는 9월 17일까지 포항 스페이스298에서 열리는 ‘2025 기술의 미학-CONT.ROLLING_컨트롤링’ 전은 산업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한 협업 프로젝트다.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이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포항의 철강 산업기술과 장인 정신이 쌓아온 역사를 재해석하며, ‘제어’라는 키워드로 기술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탐구한다. ‘기술의 미학’ 시리즈는 포항의 산업기술, 장인 정신, 삶의 기술이 진화해 온 과정을 탐구하고, 미래 기술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기획이다. 지난해부터 포항문화재단의 대안공간인 스페이스298의 기획전시로 진행됐으며, 올해 전시 역시 산업 현장의 혁신 기술과 미디어아트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선사한다. 전시 기획 단계에서부터 대한민국 명장 권영국과 데이터 기반 미디어 아티스트 김희은이 머리를 맞대고 공정(工程)의 정밀함을 예술적 언어로 풀어내는 독창적인 공간을 구축했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피드백 시스템’과 ‘제어 기술’이다. 권영국 명장과 김희은 작가는 각각 철강 산업의 정밀한 제어 과정과 이를 감각화하는 창작 방식을 결합해 관람객이 기술과 예술 사이를 직접 체험하도록 유도한다. 권영국 명장은 포스코의 연연속 열간압연 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안정화시킨 주인공이다. 44년간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엔들리스 롤링’ 작품을 통해 철판의 두께와 형태를 조절하는 제어 기술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재현했다. 그의 작품은 마치 공정이 살아 숨 쉬는 듯한 리듬을 전달하며, 관람객에게 산업기술의 정교함을 체험케 한다. 김희은 작가는 데이터와 사운드를 매개로 열간압연 기술 공정의 복잡한 메커니즘과 미학적 순간을 예술적 체험으로 재구성한다. 전시장에는 ‘손끝의 알고리즘’이라는 주제로 한 인터랙티브 작품 ‘조율 인터페이스’, ‘쌓인 알고리즈’, ‘데이터 탐색기’, ‘흐르는 알고리즘’ 등 네 개가 선보인다. 각 섹션은 서로 다른 감각적 인터페이스를 통해 공정의 단계를 시각적·청각적으로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관람객이 아이패드로 전시장 곳곳에 배치된 QR 코드를 스캔하면 증강현실(AR) 화면이 활성화된다. 화면 속 3D 모델은 권 명장의 작업실을 재현한 가상 공간으로, 관람객은 손가락 제스처로 압연기의 회전 속도나 온도 조절 장치를 가상으로 조작하며 공정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기술을 재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제어’라는 주제를 통해 기술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과 그 역학을 질문한다. 권영국 명장은 “제어는 단순히 기계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변수 속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김희은 작가는 “데이터는 차가운 숫자가 아니라, 인간의 손길과 결합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한다.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올해 ‘기술의 미학’ 시리즈를 통해 포항의 철강 산업 도시로서의 자부심을 예술적 체험으로 승화시켜 시민들이 직접 체험하며 그 가치를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9월 5일 오후 4시에는 ‘오픈 토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기술의 비가시적인 과정을 감각적으로 재해석하는 이번 작업의 의미를 나누고, 산업기술과 예술의 융합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26

초보 농사꾼의 ‘고군분투-좌충우돌’ 영농기 책으로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법한 한가로운 시골 생활. ‘시골에서는 고기 살 돈만 있으면 된다면서요?’라는 흔한 오해를 정직하게 깨부수는 산문집이 출간되어 화제다. 농부의 딸로 태어나 고향 산골로 돌아온 김영화 작가의 ‘시골에서는 고기 살 돈만 있으면 된다면서요’가 그 주인공이다. 이 책은 겉으로만 보이는 낭만이 아닌, ‘살아내는 시골’의 리얼한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실제 농촌의 삶은 도시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의식주는 물론, 씨앗값, 농약비, 농기계 유지비, 연료비, 인건비까지, 농사는 오히려 많은 자본과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고된 직업이다. 저자는 이러한 농사의 본질을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독자에게 전한다. 충북 영동의 깊은 산골에서 감, 호두, 쌀 등 온갖 잡곡 농사를 짓는 ‘억척스러운 아가씨 농부’의 우당탕탕 영농 기록은 때로는 폭소를, 때로는 짠한 공감을 자아낸다. 책 속에는 감나무 가지치기 중 콧구멍을 찔려 응급실에 가고, 농약 살포기 고장으로 직접 해충약을 뒤집어쓰고, 밤중에 감을 수확하다 도둑으로 오해받는 황당한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또한 애써 지은 농작물을 멧돼지가 망가뜨리고, 닭장에 침입한 매 때문에 119를 부르는 좌충우돌 시골살이는 독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농협과 면사무소, 농업기술센터를 드나들며 기술을 익히고, 예초기가 무서워 헬멧을 쓰고 작업하는 저자를 ‘흰색 하이바’라고 사랑으로 부르는 마을 어르신들과의 정은 시골 삶의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이 책은 단순히 귀농 체험기를 넘어, 도시와 농촌, 부모와 자식, 자연과 사람 사이에서 길을 묻고 답을 찾아가는 한 여성 농부의 인생기이자, 계절 따라 마음이 여물어가는 과정을 담은 산문집이다. 김 작가는 책을 통해 “시골에서도 돈은 듭니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쉽게 가질 수 없는 단단한 마음과 계절의 손길, 그리고 살아 있음의 본질이 여기에 있습니다”라고 전하며, 땅에서 먹거리를 만들고 정직한 노동으로 삶을 채우는 것의 의미를 묻는다.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현실적인 길잡이를,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에게는 삶의 본질을 되새기는 조용한 메시지를 건넨다. 김영화 작가는 충북 영동군 황간면에서 감, 호두, 벼농사를 짓는 ‘아가씨 농사꾼’으로, 땅의 언어를 글로 옮기는 일을 기쁘게 여기는 수필가이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08-26

탈종교화 시대 불교계의 앞날을 논의하다···한국국학진흥원, 선원(禪院) 현황과 과제 학술세미나 개최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28일 안동시 한국국학진흥원에서 ‘경북 북부지역 주요 선원(禪院)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연다. 종교 인구 감소, 젊은 세대의 이탈, 지방 중소 사찰의 쇠퇴 등으로 위기에 처한 한국 불교가 선원을 통해 사회적 역할을 재정립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통 선원은 수행 중심의 폐쇄적 공간으로 인식돼 왔으나 탈종교화 흐름 속에서 사회적 치유와 대중적 접근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맞이했다. 세미나에서는 고운사 고금당선원, 부석사 봉황선원, 봉암사 태고선원 등 8개 주요 선원의 역사적·현대적 가치를 조명하고 “선 명상의 대중화”를 위기 극복 방안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윤필암 사불선원, 불영사 천축선원 등 비구니 선원은 여성 수행자의 자립적 공간으로서 사회적 약자 지원과 신행 지도 등 현대적 역할 확대를 모색 중이다. 이는 불교가 단순한 종교적 틀을 넘어 생활 속 실천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김순석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은 “전통 선원의 유산을 재해석해 탈종교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이번 세미나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26

포항예술고 류병진, 성정 음악콩쿠르 ‘금상’

올해로 34회를 맞은 성정음악콩쿠르에서 포항예술고등학교(교장 홍태기) 3학년 류병진 학생이 금상을 수상하며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재능 있는 아티스트를 발굴해 세계 무대에서 한국 클래식의 위상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대회에서 류 군의 성과는 개인의 열정과 노력뿐 아니라 경북 지역 예술 교육의 역량을 입증하는 결과로 평가된다. 류병진 학생은 고교 3년간 동상(1학년), 은상(2학년)에 이어 올해 금상을 획득하며 성과를 이뤘다. 그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철저히 준비한 결과”라며 기쁨을 전했고, “입시 곡으로 새 도전을 하며 부담과 불안이 컸지만, 저명한 심사위원들의 공정함을 경험한 값진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류 군은 이미 제74회 이화경향음악콩쿠르 고등부 1위, 제29회 음악춘추 콩쿠르 고등부 1위, 제17회 신한음악상 장려상 등을 수상한 실력파다. 이번 성정음악콩쿠르 금상으로 다시 한번 뛰어난 기량을 입증했다. 예선에서 토스티의 ‘비밀'을 연주한 류 군은 성량보다 발음, 악센트, 프레이징, 레가토 등 기술적 요소에 집중해 호평받았다. 본선에서는 스트라우스의 ‘헌신’과 벨리니의 ‘아, 영원히’를 선보였는데, 특히 '헌신'의 서정적 선율과 감정선을 차분히 쌓아 전달했으며, 이탈리아어 가사의 악센트를 직접 표시하며 말하듯 연습한 것이 아리아 해석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류 군은 “국내외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하는 가수가 되기 위해 대학 졸업 후 유학을 계획 중”이라며 “다양한 국제 콩쿠르에도 도전해 경험을 넓히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예술가로서 항상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며 성장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홍태기 포항예술고 교장은 “류병진 학생의 수상은 개인의 노력과 함께 학교 예술 교육의 성과를 보여주는 자랑스러운 결과”라며 “앞으로도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예술가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26

포항시립미술관 제100회 미술관 음악회

포항시립미술관(관장 김갑수)은 오는 28일 오전 11시 미술관 로비에서 제100회 미술관 음악회 MUSEUM & MUSIC ‘100번의 기다림’을 개최한다. 이번 음악회는 2014년 3월 첫 무대 이후 12년간 이어온 성과를 기념하고 시민과 함께한 여정을 되돌아보는 의미 있는 자리다. 미술관 음악회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과 연계해 꾸준히 이어져 왔다. 지금까지 380여 명의 연주자와 40여 개 단체가 참여해 성악·기악은 물론 생황, 반도네온, 엘렉톤 등 이색 악기 무대도 선보였다. 재즈밴드, 판소리 명창, 어린이 연주자까지 참여하며 장르와 세대를 아우르는 공연으로 발전해 왔으며, 2022년 이후 매년 1800여 명 이상이 관람하며 누적 관람객 1만7000여 명을 돌파해 포항시립미술관의 대표 문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100회 음악회의 주제 ‘100번의 기다림’은 기타리스트 안형수가 특별히 작곡한 기념곡에서 따온 제목으로, 지난 12년의 역사와 미래 도약을 상징한다. 공연은 기념곡 초연을 비롯해 바로크, 낭만주의, 한국 전통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로 구성되며, 포항시립합창단 사무장 임희도의 해설로 진행된다. 출연진으로는 첼리스트 김호정(경북대 교수), 플루티스트 이소영(미국 오벌린 음대 객원교수), 스페인 왕립음악원 출신 기타리스트 안형수가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이소영과 안형수의 협연으로 기념곡 ‘100번의 기다림’을 시작으로 첼리스트 김호정의 바흐 ‘첼로 모음곡 3번 다장조’, 이소영의 플루트 독주 ‘한오백년’, 김호정의 카사도 ‘무반주 첼로 모음곡 3악장’, 이소영과 안형수의 줄리아니 ‘플루트와 기타를 위한 대협주적 2중주 Op.85’ 순으로 펼쳐진다. 포항시립미술관은 정기 음악회를 통해 시민 누구나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으며, 이는 ‘문화가 있는 날’ 모범 운영 사례로 꼽힌다. 특히 2014년부터 지속된 프로그램으로 ‘시민을 위한 미술관’ 이미지를 확립했으며, 전국 공공미술관의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김갑수 관장은 “100회라는 숫자는 단순한 기록이 아닌, 예술이 시민과 함께한 시간의 증거”라며 “앞으로도 시민과 함께 더 많은 감동의 무대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26

“옻칠은 단순한 공예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오랜 교감”

포항시 북구 청하면의 한적한 마을에서 옻칠공예가 조병대(51) 작가가 나무의 숨결을 되살리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포항공대 생명공학과 석사 과정 수료자, 영어 강사, 목공예가로 활동했던 그는 이제 옻칠의 깊은 매력에 빠져 전통과 현대를 잇는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2월 문을 연 ‘나무야 공방’에서 만난 조 작가는 “옻칠은 단순한 공예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오랜 교감”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목공예에서 옻칠로, 운명 같은 전환 조 작가의 옻칠 예술 여정은 우연한 계기로 시작됐다. 2002년 포항공대 석사 과정을 하던 중 영어 강사로 일했던 그는 취미로 목공예를 시작했다. 침대, 책상, 의자 등을 직접 제작 판매하며 이름을 알렸지만, 목재의 한계-특히 습기에 약하다는 점-를 깨닫고 ‘환경호르몬 걱정 없는 친환경 소재이자 신라 시대 유물에서도 그 우수성이 입증된’ 옻칠 가구 제작에 눈을 돌렸다. 2018년 경주에서 활동하고 있던 옻칠공예가 김진우 작가를 찾아가 본격적으로 기술을 배운 그는, 고(故) 김광복 명장의 계보를 잇는 실력자로 성장했다. 현재 국내 옻칠공예 작가는 20여 명에 불과할 정도로 진입 장벽이 높지만, 그는 “숙련도와 인내가 답”이라고 말한다.  △14번의 손길 끝에 탄생하는 옻칠 예술품 조 작가의 옻칠 작품은 백골(옻칠 전 목기) 제작부터 상칠까지 총 7단계를 거친다. 백골 손질은 작품의 기초가 되는 단계로, 나무의 자연스러운 결을 살리며 형태를 조각한다. 목재 종류와 특성에 따라 칼·대패 등으로 표면을 다듬고, 곡선이나 각진 모서리를 정교하게 만든다. 식기·가구 등 용도에 맞게 실용성과 미적 요소를 결합한다. 이어 초칠로 생옻을 발라 보호막을 형성하고, 황토와 생옻을 섞은 눈매 메우기와 사포질로 표면을 정리한다. 특히 양면 처리가 필요한 그릇이나 컵은 앞뒤 각각 7회씩 총 14회의 공정을 거치는데 이 모든 과정은 오로지 수작업으로만 완성할 수 있다. 그는 “칠장의 온도와 습도 관리가 핵심”이라며 “정제칠에 송정유를 섞어 농도를 맞추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통의 틀을 깨는 현대적 감각 조 작가의 작품은 ‘옛것의 재현’이 아닌 ‘새로운 해석’에 가깝다. 그는 “짙은 검정색 일색의 전통 칠보다 옅은 톤의 은은한 색감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나무 본연의 무늬가 살아나면서도 강도를 유지하는 것이 그의 디자인 철학이다. 또한 직접 백골을 제작하기에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작품을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다. 최근에는 커피잔 세트, 식기, 벽걸이 장식품 등 실용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아이템을 개발 중이다.   △옻칠의 대중화, 그리고 다음 세대 양성 ‘나무야 공방’ 옆 카페에는 그의 대표작 100여 점이 전시돼 있으며, 지역민과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공방에서는 4명의 수강생이 매주 모여 옻칠 기술을 배우며 꿈을 키우고 있다. 조 작가는 “교육생들이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도록 돕고 싶다”고 전했다. 궁극적으로 옻칠 가구의 대중화를 목표로 하는 그는 “옻칠 제품은 친환경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현대인의 생활 속에 스며드는 실용적인 예술품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끝없는 도전, 옻칠의 미래를 그리다 조병대 작가는 “옻칠은 과학이자 철학”이라 말한다. 나무의 성질을 이해하고, 옻의 변화를 예측하며, 수많은 실패를 극복하는 과정 자체가 삶의 축소판이라는 것이다. “아직 생옻 정제 기술을 배우는 중이지만, 올해 안으로 모든 공정을 홀로 완성하는 작가가 될 것”이라며 웃는 그의 눈빛에서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