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수령 천년 `싸움나무` 통해 인간과 현대문명을 신랄하게 비판한 처절한 묵시록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1-04-28 19:42 게재일 2011-04-28 17면
스크랩버튼

`천 년 동안에` 문학동네 刊, 마루야마 겐지 지음, 1·2권 904쪽ㆍ각 권 1만3천800원

일본 근대문학의 `살아 있는 작가정신`마루야마 겐지가 1996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천 년 동안에(문학동네 펴냄)`는 총 900페이지가 넘는 대작이다.

그가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에 이어 새롭게 시도한 환상적 리얼리즘 기법이 잘 나타난 작품으로 수령이 천 년이나 되는 `싸움나무`(인간 세상의 무수한 싸움과 갈등을 상징하는 이름)를 통해 과거 천 년과 현재, 그리고 2020년까지의 미래를 가로지르며 파국으로 치닫는 인간과 현대문명을 질타하고 있다. 타락한 현대사회의 미래를 향해 던지는 처절한 묵시록으로 읽힌다.

소설은 세기를 가로지르는 문명 비판의 목소리, 도도한 주의 주장이 소설 저변에 날카로운 송곳처럼 솟아 있으며 인간 문명뿐만 아니라 일본 사회 전반에 관해서도 신랄한 비판과 경고를 보내고 있다.

겐지가 2년동안 집필한 이 소설은 발표 당시 일본 현지에서도 평가가 극단적으로 나뉠 만큼 화제작이었다. 그러나 대체로 “일본 문학에서 우뚝 솟아 있다” “새로운 이야기의 탄생”이라는 평가가 내려지면서 겐지 문학의 집대성으로 여겨져왔다.

이 소설은 아주 불가사의하고 기이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한을 지닌 채 인생에 절망한 한 여자가 숲속에 우뚝 서 있는 거목의 가지에 목을 매달아 자살함과 동시에 남자아이를 낳는다. 아이는 이마 한가운데 별 모양 점을 지닌, 범상치 않은 기적의 아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수령이 천 년인 거목인데, `싸움나무`라고 불리는 이 거목은 올해 처음 꽃을 피웠고, 딱 한 개이지만 열매도 맺었다. 소설은 거목에게 비치는 이 아이의 미래가 펼쳐지면서 향후 28년(남자아이가 스물여덟 살이 될 때까지)에 이르는 일본의 역사가 소설의 또다른 주인공 `너`라는 이인칭 시점으로 그려진다.

소설은 거목의 회상으로 그려지는 과거 천 년과 `너`의 삶의 영상으로 펼쳐지는 가까운 미래의 교차적인 구성으로 짜여 있다. 세 시공간의 교차와 전환은 아주 자연스럽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문화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