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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도씨만 나무랄일 아니다

김두한 기자
등록일 2011-04-29 23:25 게재일 2011-04-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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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한편집부국장
울릉군 독도리 이장인 김성도씨가 최근 지탄을 받고 있다.

이유는 국민의 성금으로 모아 건조해 준 독도 지킴이 어선 독도호(1.32t)를 국민적 합의도 없이 멋대로 팔아버렸다는 것이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사정도 모른 채 뭇사람이 돌팔매질을 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누구도 독도리 이장에게 돌을 던질 수 없다.

김 이장은 이유야 어쨌든 현재 우리나라에서 독도에 가장 오래 살아왔고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공고히 해 주는 유일한 독도주민이다.

김 이장은 독도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어선이 없으면 독도에서 생활할 수 없기 때문에 선박의 중요성을 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왜 독도호를 팔았을까? 가장 필요한 생계수단을 팔 수밖에 없었던 김 이장의 고충을 한번 쯤 생각해 보는 것이 순서다.

김 이장이 더 이상 독도에 살기 싫어서 선박을 팔아 성금을 착복했다면 손가락질을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김 이장은 현재 개축 중인 독도주민숙소가 완공되면 들어가 살기 위해 준비 중이다.

선박을 매각한 돈 1천여만 원으로 FRP 재질에 길이 3.5m, 폭 1.5m 규모의 작은 선박을 구입하고 나머지 1천만 원은 은행에 예치해 뒀다.

이 나머지 돈은 독도발전기금으로 사용하든지 기부자들의 뜻에 따라 사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설령 김 이장이 독도에서 정부지원을 받고, 수산물을 채취해 생활하기가 힘이들어 선박을 처분해 생활비로 사용했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 누구도 나무랄 자격이 없다. 선박을 구입해 준 것뿐이지 김 이장 부부가 선박 이용에 따른 고충과 독도 생활의 불편에 대해서는 누구도 헤아리지 않았다.

김 이장은 대수롭지 않게 “나이가 너무 많아 독도호 운영이 어렵고 부부가 손쉽게 작업할 수 있는 선박을 구입한 것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선박의 운영은 육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하게 이동하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독도 어선부두는 항구가 없다. 부두가 동·서도의 섬 사이에 있지만 남·북에서 부는 독도바람을 막아 주지 못한다.

거의 매일 배를 뭍으로 끌어올려야 하는데 나이 든 김 이장 부부가 독도호를 뭍으로 올리기란 불가능하다. 김 이장은 올해 나이 72세, 부인 김신열씨는 75세다.

독도호는 젊은 사람도 세 사람이 있어야 뭍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규모다. 김 이장은 앞으로도 독도를 지키고 살기 위해 최선책을 선택한 것이다. 부부가 함께 운용할 수 있는 작은 어선을 장만하는 길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우리는 이번 김 이장의 행동을 나무랄 게 아니라 오히려 부끄러워 해야 한다. 유일한 독도 주민 김 이장 부부가 배가 없어 독도 생활이 어렵다는 소식을 접하고 성금을 거둬 선박을 건조해 준 뜻은 고마운 일이지만 이후 이들의 독도생활을 되돌아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사실 독도호운영은 처음부터 무리였다. 지금까지 독도호를 육상에 끌어 올리는 일은 독도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도왔다. 지병을 앓는 김 이장의 기력이 점점 떨어져 더이상 독도호를 운용하기 어려워졌고 매번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더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성금을 모아 어선만 만들어 줄 것이 아니라 선박을 항상 바다에 띄워 놓을 수 있는 항구도 함께 건설해주는 것이 필요했다. 매일 배를 끌어 올리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항구가 있었다면 김 이장은 오히려 더 큰 선박을 원했을 것이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떠들면 선박을 만들어주고 독도성금을 내고, 일본 규탄대회를 여는 등 전시성 행사로 부산만 뜰 게 아니라 독도에서 주민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실효적 기반을 하나하나 다져 나가는 일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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