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을 잇는 불교계 최고의 문장가로 알려진 성전 스님에게는 따라붙는 수식어가 참 많다. 그가 세속에서 대중들과 함께 참 말씀을 나누고 전하면서 생긴 꾸밈말이다. 스님은 이런 말들에 그저 벙긋이 웃는다.
“내 꿈은 그냥 깊은 산속 오두막에서 사는 것이에요.”
스님이 최근 펴낸 `어떤 그림으로 우린 다시 만났을까`(마음의 숲 펴냄)에도 자주 나오듯이 스님은 산속에서 혼자 사는 현자들, 꽃과 나무와 같이 홀로 있지만 무엇보다 아름다운 그들을 이야기하며 그리워한다.
`어떤 그리움으로 우린 다시 만났을까`는 별을, 산중에 홀로 핀 이름 없는 꽃을, 정신이 명료해지는 산사의 겨울바람을 그리워하다 다시 그들을 자연 속에서 만난 기쁨을 노래한다. 저자는 말한다. 하늘에 구름으로 흐르던 물방울들이 빗방울로 내려와 만나는 찰나의 순간 속에 영겁의 기쁨이 들어있다고. 즉 이 책은 꽃과 바람과 나무가 쓴 짧고도 청량한 자연의 경전이다.
스님 특유의 아름다운 문장, 자연과 삶에 대한 찬미로 가득 찬 이번 새 책에는 나무와 구름이 만난 이야기, 바람과 햇빛이 우리에게 전하는 말, 밤하늘의 수많은 별과 지상의 꽃들이 서로 그리워하는 이야기 등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마음 놓고 쉬어 갈 수 있는 초록 그늘의 쉼터를 내준다. 또한 영혼의 쉼과 함께 자기성찰과 존재의 이유를 확인하게 해 주는 깨달음의 글들로 가득하다.
“강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면 아마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그냥 흐를 뿐이라고. 강에겐 모든 것이 현재이고 지금입니다. 지금 흐르는 것 외에 강에겐 어떠한 대답도 생각도 없습니다. 강은 다만 흐름에 마음을 다 모을 뿐입니다. 그래서 강은 흘러도 지치지 않습니다. 우리들 인생도 그냥 그렇게 흘러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여기에서의 삶을 전부라 말하며 흘러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강은 그냥 흐를 뿐`중에서)
너무 미워하지도 말고 집착하지도 말고 그냥 강처럼 흐르라고 말한다. 그것이 바로 사랑의 바다에 이르는 길이라고 전한다. 이처럼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모든 문제들, 아픔, 슬픔, 힘듦, 어려움, 시련, 고통을 치유하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자연뿐이며 심지어 죽음마저도 자연 속에서 답을 얻어낼 수 있다고 한다.
결국 이 책은 강, 구름, 바람, 햇빛, 별, 꽃, 산에게 저자 스스로가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고 고뇌하고 반성하며 답을 얻은 자연의 경전(經典)이다. 의외로 이 경전은 어렵지도, 길지도 않다. 새벽별을 바라보며 혹은 노을 앞에 무릎 끓고 자각하며 기도하는 저자의 풍경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삶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점을 일깨워 주고 있다. 그 일깨움이 꽃처럼 아름답고 가볍다. 명쾌하고 간단하다.
이 책은 자연을 대전제로 모두 4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한 편, 한 편이 짧은 잠언으로 구성돼 있지만 각 장의 주제가 유기적으로 구성돼 마치 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서사시처럼 유려하게 펼쳐진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