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쉽고 쉽게 사라지는 것이 다 그렇듯이, 칠포리 암각화도 조상이 우리에게 물려준 대단히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우리시대에 이를 잘 간직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역사에, 그리고 조상과 후손에게 죄를 짓게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훼손은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라도 이를 보호할 장기적 대책으로서, 우선 `칠포리세계암각화박물관(가칭)`과 같은 기구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필자는 칠포리 암각화를 처음 발견하고, 그것을 깊이 연구해 왔다. 복이 많았다고 해야겠다. 암각화가 있어서 살아오고 또 살아갈 길이 한층 충만해 진 것이다. 이 시점에서 감사해야 할 일은 칠포리 암각화가 누구보다도 필자에게 처음 말을 걸어준 것이라고 하겠는데, 사실 암각화만큼 영일만이라는 문화권역의 특수성을 잘 말해주는 자료도 없다. 어떤 문화계인사 중에 감히 `울산 반구대암각화를 경주와 바꾸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 있다. 필자는 이 칠포리 암각화야 말로 울산과도 바꿀 수 없는 무한의 가치를 지닌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만큼 칠포리 암각화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말하는 바가 많다는 얘기이다.
영일만은 우리나라 최고의 선사문화의 중심지이다. 감히 말하건 데, 이곳은 암각화로 대표되는 선사문화를 바탕으로 하여 이 시대에 포항이라는 첨단문화도시를 일구었다. 그렇다면 미래를 위하여 지금우리가 할 만한 일은 무엇일까? 이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소박한 일은 과거 칠포리 암각화가 그러했던 것처럼, 우리가 이제 칠포리 암각화에게 보호의 손길을 내미는 일이라고 하겠다. 적어도 우리에게 주어진 현상만이라도 고스란히 후손에게 전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올해는 영일만 선사문화의 중심 칠포리 암각화의 발견과 그 연구에서 20돎을 맞이하는 해이다. 이 시점에서 영일만의 선사문화를 가꾸고 아끼는데 삼가 시민들께서 일역을 감당해 주시길 감히 부탁드리고자 한다. 많은 돈을 들여서 새로운 지역문화를 만들어가는 것도 의미는 없지 않다. 그러나 없는 것을 만드는 것 보다는 있는 것을 먼저 아끼고 가꾸어야 할 것이다. 잘 가꾼 문화유산 하나가 도시의 격을 높인다고도 하지 않던가. 3000년 전의 얼굴모르는 조상이 칠포리 암각화를 남겨준 것과 같이, 현재 이 자리에서 우리는 이것을 또 어떤 모양으로 미래에 전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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