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이철진(49·사진)은 여체 누드를 그리는 작가로 통한다. 작가는 20여 년간 여체 누드 작업을 통해 최근 몇 해 전부터 국내외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의 개인전이 이달 말까지 경주 갤러리 라우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행복한 여자`연작 중 근작 20여점을 소개한다. 지금까지의 작업들이 여인의 내면적인 모습에서의 자아를 돌아보는 작업들이었다면 이번 작품들은 흔히 보여지는 여인들의 일상의 모습을 통해 요즘 여성들이 보편적으로 보내는 일상의 시간들을 이야기 한다. 커피를 마시며 골프를 하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그런 상상을 하는`춘심이`라는 이 행복한 여자….
작가의 작품 속에는 드로잉풍의 여성누드가 항상 혼자 등장한다. 특히 스케치 하듯 거침없이 선묘해 들어가는 독특한 운필과 과감한 여백 처리는 시원한 화면을 연출하며 화선지와 어울려 격이 한층 높아진다. 또 커피를 물감 삼아 그려 커피의 발색이 커피향 처럼 은은하면서도 커피 빛깔의 육체는 다양한 포즈와 어울려 자못 농염하기 까지 하다.
그의 여인들은 현실감을 쫓는, 현실의 구체적인 상황속에 있는 여인들이 아니라 현실을 뒷받침해 줄 배경이 배제된 채 공간 속에 던져져 있다. 그것에서 작가의 여인이 묘사에 목적이 있기보다 내적 의미의 표출이나 심상의 또다른 표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화면 속의 여인이 같은 모델을 쓴 듯 거의 같은 얼굴로 나타나거나 무표정 이나 웃는 모습, 여인의 개별적 구체성이 나타나지 않는데서도 그런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같은 얼굴로 웃고 있는 여인에서 자아를 감추고 자신을 대체하는 이중적 감춤은 분명 여인의 실재성이 아니라 관념성의 표현이다. 여인이라는 개인적 인격에의 관심이 아니라 인간자체에 대한 이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곧 인물의 사건을 통한 현실적 묘사가 아니라 화면에서의 구성적 긴장을 통해 인물을 재 체험하는 것이다.
작가는 “춘심이는 특정인물의 이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애칭”이라고 말한다. 춘심이를 통해 요즘 우리나라 여성들이 상상하는 그런 여가 시간들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한다.
“요즘 저는 즐겁습니다. 사는 것이 즐거운 것이 아니라 저의 작업 속의 인물들을 보며 즐거움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오는 11월 서울 인사동에서 있을 한국미술상 수상 기념 전시회를 앞둔 작가의 `행복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철진은 개인전 23회, 스위스바젤·홍콩·광저우아트페어, KBS 일요스페셜 `성덕대왕신종` `앙비숑` 패션쇼 제작 등에 참여했다. 현재 현대한국화회장, 대구미술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한국미협 회원, 포항예술고 교사, 동국대 강사로 활동중이다.
문의 010-5653-2399.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