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십자군 이야기1`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1-07-21 19:49 게재일 2011-07-21 17면
스크랩버튼

평화를 염원하는 `神의 전쟁` 역사서

`로마인 이야기`이야기로 잘 알려진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74·사진)가 십자군 전쟁을 둘러싼 인간 군상의 욕망과 의지를 다룬 `십자군 이야기`(문학동네 펴냄)`시리즈를 내놓았다.

이 시리즈는 저자가 필생의 역작이라고 말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작품으로 전체 3권 가운데 일본에서는 2권까지 출간됐으며 국내에는 이번에 1권이 나왔으며 10월께 2권, 내년 상반기에 마지막 3권이 번역돼 나올 계획이다.

책은 11세기 말부터 13세기 말까지 200여년 지속된 인류 사상 최장의 전쟁이자 세계 2대 종교가 격돌했던 십자군 전쟁을 장쾌한 서사로 다루며, 권력자들이 종교와 이념을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키지만 그 속에는 정치, 경제, 사회적 이익을 둘러싼 욕망이 들끓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십자군이 1096년 유럽을 출발해 예루살렘을 정복한 과정과 이후 십자군 국가의 성립 과정, 그리고 1118년 십자군 제1세대가 역사에서 퇴장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오노 나나미 특유의 힘 있는 문장은 십자군 전쟁을 지속시킨 인간의 복잡다단한 욕망을 현재진행형의 생생한 숨결로 재현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종교와 이념 혹은 지역적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은 균형 감각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스스로 “진정한 평화주의자가 되길 희망하는 내가 온 정성을 다해 조사하며 기록해나간 전쟁 역사서”라고 했다.

`십자군 이야기`에는 중세 시대에 대한 기존의 역사서에서 보이는 그런 시각과 관점에 의한 왜곡이 없다. 서구 중심의 시각이나 이슬람 중심의 시각, 혹은 보수적 시각이나 진보적 시각이라 불리는 것들에서 벗어나 그 시각 때문에 왜곡시켜 보지 않는 강점이 있는 것이다.

또한 `십자군`이 가능했던 중세 시대의 물적 토대와 구조에 대한 분석은 필요한 정도를 넘어서지 않는다. 봉건제와 장원, 농노, 왕과 봉건 제후의 관계, 기사도, 비잔틴 제국의 그리스 정교회와 로마 법왕을 중심으로 한 카톨릭 교회의 갈등(비잔틴 제국의 성상 파괴 운동과 가톨릭 개혁 운동) 등 그런 것에 힘을 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그리고 있는 중세의 인간들은 어찌 보면 중세의 인간스럽지 않다. 어폐가 있는 말이지만 중세적이지 않다. 현대적이다. 그들의 신념과 이상, 욕망들이 그렇기에 생생하게 다가온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문학동네 펴냄, 시오노 나나미 지음, 1만3천8백원

문화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