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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일요일들`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1-07-28 21:49 게재일 2011-07-2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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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읽을거리 담은 유쾌한 창작노트

은희경, 등단 이후 첫 산문집.

이 한 줄 외에 대체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여기까지만 들어도 호흡이 빨라지고 마음이 급해진다. 처음 만나는 `은희경 산문집`이라니. 굳이 기존에 그녀가 발표한 소설책 제목들을 줄줄 읊어대거나 어떤 화려한 미사여구를 붙여보아도 사족이 되고 만다. 그냥 `은희경 산문집`, 이 한마디면 되는 것. 여기 이 산문들이 있었기에 은희경의 수많은 장편소설이 완성될 수 있었던 것,

`생각의 일요일들`(달 펴냄)은 은희경(52) 작가가 소설을 연재하면서 틈틈이 썼던 글들을 모은 것이다. 한 작가의 창작 노트이기도 한 이 책은 그렇다고 글쓰기의 이론을 담은 것이 아니라, 일상의 흐름들을 연결해 재미있고 유쾌한 읽을거리를 담았다. 열어놓은 집필실 창문을 통해 작가의 사생활 주변을 기웃거리는 착각이 들 정도로 은희경 작가의 꾸밈없는 모습 그대로와 악수할 수 있다. 창작 과정에 수반되는 끝없는 고민과 생각의 발자취를 따르다보면 어느 일요일 늦은 아침, 자분자분 산책하는 기분마저 들게 한다.

500쪽에 육박하는 장편소설을 완성해야 하는 긴 호흡의 집필 기간 동안, 작가가 어떤 생각을 했고 또 어떤 사소한 일들이 일어났었는지를 거꾸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형식의 산문집은 보기 드물게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있다. 소설을 집필하던 일산과 서울의 작업실과 원주, 그리고 잠시 머물다 온 독일과 시애틀에서의 생생한 이야기들 속에 조금의 보탬이나 과장 없이 사소한 일상의 모습을 오롯이 담았다. 그 덕분에 편안하고 재미있게 읽히지만 어느 한 장 허투루 넘길 수는 없다. 한 세계를 완성시키기 위해 작가가 그려가는 밑그림들을 펼쳐보는 동안, 생각의 날을 다듬고 호흡을 고르는 과정 자체에 한 편의 장편소설 탄생 과정이 고스란히 함축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비슷한 감각으로 비슷한 문제를 고민하는 동시대인이라는 느낌, 그것이 저를 쓰게 만듭니다.”

은희경 작가가 있는 그대로의 생활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모습에서 선명한 울림을 받게 되는 건, 그녀는 열 권의 소설책을 낸 대한민국 대표작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와 같은 하늘 아래서 숨 쉬고 밥 먹고 그렇게 엇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한 인간이기도 하다는 동질감에 있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의 블라인드를 열고 날씨를 살피고 시계를 보고 커피콩을 가는 일상은 우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해 책상 앞에 앉아 문장을 쓰기 시작하는 것,

그밖에도 충분히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면면들을 소개하고 있다.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했던 일화 등 이 모든 부분은 소설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힘줄이 되었고, 어떤 식으로 얼마간이 됐든 전체를 이루게 하는 데 중요한 나사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일 것이다.

평소 소설을 통해 보여주었던 `다소 쿨함`과 `서늘한 맺고끊기`의 정서와는 사뭇 다른 `약간의 엉뚱함`과 `따뜻한 진지함`을 첫 산문집에 담았다.

이 산문집은 그가 작년 1월부터 7월까지 출판사 문학동네의 웹진에`소년을 위로해줘`를 연재하는 동안 매연재물에 직접 달았던 댓글을 중심으로 엮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달 펴냄, 은희경 지음, 324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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