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법보다 권력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7-28 23:38 게재일 2011-07-28 18면
스크랩버튼
권석창한국작가회의 경북지회장
전교조라는 단체가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줄임말이다. 전교조는 대한민국 법률에 의해 설립된 합법단체다. 그럼에도 전교조라는 말만 들어도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 법치를 강조하는 정부에서조차 전교조라고 하면 못마땅하게 여긴다. 영남 지역에서도 전교조라면 문제교사들의 단체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전교조는 우리교육 현장의 문제점에 대해 고민하던 뜻있는 교사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전교조 운동을 한 교사 치고 자신의 영달을 교육적 가치보다 먼저 생각하는 교사는 아무도 없다. 그들은 개인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진정한 교사가 되기 위해 험난한 길을 걸었다. 저간의 많은 교사들이 해직되고 투옥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생활고와 병고에 시달리다가 이승을 떠난 분들도 여럿이다. 지금은 전교조가 합법화됐고 교육 환경도 많이 변화했다. 전교조를 달가워하지 않는 분들은 믿고 싶지 않겠지만 전교조로 인해 우리교육에 많은 긍정적 변화가 있었다. 기억력이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전교조가 있기 전과 후의 학교가 얼마나 변화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1987년에서 1989년 교사 협의회시절 교육부의 높은 분들이 만들어 각급학교에 보낸 `문제교사 식별법`이라는 문건이 있었다. 그들이 말하는 문제교사는 다음과 같은 사람이었다. 지나치게 열심히 가르치는 교사, 학급문집이나 학급신문을 내는 교사, 학생에게 자율성·창의성을 강조하는 교사, 촌지를 받지 않는 교사, 생활한복을 입고 풍물패를 조직하는 교사, 학생상담을 많이 하는 교사, 직원회의에서 원리원칙을 따지는 교사, 이런 교사가 문제교사라는 것이다. 문제교사는 곧 전교조 교사를 가리킨다. 올바른 교육을 하는 교사가 문제교사라는 것이다.

지금도 전교조교사들이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검찰은 정치인에게 수백만 원의 후원금을 낸 교장들은 무혐의처리하고 민주노동당에 한 달에 1만원을 낸 교사 수백 명을 기소했다. 전교조 교사들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법을 어겼다는 것이다. 교장들은 특정 정치인에 후원금을 냈기 때문에 죄가 없고 교사들은 특정 정당을 후원했기 때문에 위법하다는 논리다. 아무리 법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하지만, 이쯤 되면 법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공무원이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우리사회에서는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대부분의 다른 나라에서는 공무원의 정치 참여가 허용되고 있다. 우리도 그렇다. 대학 교수가 국회의원에 출마했다가 낙선하면 다시 교단으로 돌아가는 것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수는 정치활동이 보장되고 교사는 금지돼 있다. 우리나라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에 관한 법률이 마련된 것은 공무원이나 교사들이 관권선거에 동원되는 병폐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승만 정권, 군사정권 시대에는 공무원과 교사 그리고 경찰이 선거에 내몰리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뤄졌다. 그 지역에서 여당 표가 적게 나오면 해당지역 기관장이 불이익을 당하곤 했다. 이런 병폐를 막기 위한 법률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법안이다. 예를 들어 교사가 교사의 지위를 이용해서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특정 후보를 지지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이는 분명한 정치적 중립의 의무에 위배된다.

권력의 잣대에 의하면 우리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조합의 모든 집회는 불법이 아닌 것이 없다. 노조에서 파업을 하거나 시위를 하면 대부분 불법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언론보도에서는 친절하게도 파업이나 시위 앞에 불법이라는 수식어를 번번이 붙여주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오는 30일에는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200일을 넘게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김진숙 노조원을 응원하기 위한 3차 희망버스가 간다고 한다. 검찰에서는 벌써부터 이를 막겠다고 희망버스를 제안한 송경동 시인을 검찰에 출두하라고 법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대한민국은 집회 결사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돼 있다. 평화적으로 국민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왜 불법인가? 법률에 보장된 한도에서 국민의 의사를 평화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불법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법은 법이 아니라 권력이다.

우리사회에는 이런 법의 집행을 당연한 일로 알거나 부도덕한 권력을 부도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다수 있다. 더구나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나 일부 부산의 보수시민단체들은 희망버스를 자신들이 저지하겠다고 한다. 희망버스는 사회적 약자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인 김진숙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다. 서민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희망버스를 서민들이 기를 쓰고 막겠다고 한다. 참교육을 하겠다는 교사들을 문제교사라고 하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종합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