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에 도달하는 길에는 군중이 대단히 많고 그 길은 평탄하고 또 가까운 법이다. 그러나 도의의 정상에 오르려면 땀과 고통으로써 하지 않으면 안된다. 참으로 이상스러운 일이 있다. 사람들은 외부 즉 남(타인)에게서 받는 악에 대해서는 화를 내고 격돌을 하지만 자기 자신 속의 악과 싸우려고 하지 않는다. 타인의 악은 내가 아무리 애를 쓰더라도 고칠 수가 없지만 자기 자신 속의 악은 이겨 나갈 수가 있는 법이다. 악한 일은 악에 의해서 더욱 굳어진다. 악도 선과 마찬가지로 의지에 근원을 갖고 있다. 의지는 그 개념에서 말한다고 한다면 선이기도 하며 악이기도 하다. 그러나 악이 개념 속에 있어 필연적이라고 해서 인간의 자유와 책임에 속하는 행위임을 인정한다. 종교상의 신화에서는 선악의 인식을 갖는다는 점에서 인간은 신을 닮았다고 전해진다. 악이란 우리 인간들이 극복해 온 낡은 생활양식에 되돌아 가자는 것을 두고 말한다. 악의 근원을 만드는 것은 돈 그것이 아니고 돈에 대한 애착이다. 사람이 조물주의 손을 떠날 때 모든 것은 착하고 어진 것이나 인간의 손에 의해서 그것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악은 사람의 마음에서 나와 오히려 사람의 몸을 망친다. 마치 녹이 쇠에서 나서 바로 그 쇠를 먹는 것과 같다. 악은 각별히`인간적`인 현상이다. 그것은 사람 이전의 상태로 퇴행하고 각별히 사람답게 만드는 것, 곧 이상과 사랑과 자유를 제거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악은 인간적일 뿐만 아니라 비극적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짐승은 결코 악할 수 없다. 악의 갚음은 바늘 끝이 된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