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이나 동해안권 개발에 관해 전문가나 연구기관에서 발표를 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말이 `황해권에 비해 동해권은 침체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임에 틀림은 없으나, 우리 동해안 거주민들로서는 매번 안타까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며 할 말이 없는 것도 아니다. 황해권에는 우리나라의 주요도시들이 포진돼 있고 중국의 주요 도시들과도 가깝게 연결된다. 그렇다면 그렇지 못한 동해안권은 언제나 발전 우선순위에서 밀려있어야 하는 것인가? 꼭 그래야 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환황해권도 중요하지만 환동해권도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앞으로 `창지투개발계획`을 바탕으로 발전될 중국 동북3성, 자원이 풍부한 러시아 연해주 및 시베리아로의 진출을 위해서,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의 연계 속에 우리 한국의 물류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북한 두만강유역 개발과 나진·선봉으로의 진출을 위해서 동해안 개발이 필요하다.
필자는 정부 차원에서의 전략적인 동해안지역 개발과 이를 통한 북방진출이 매우 아쉽다고 생각한다. 국가의 장기적인 전략이라는 것은 꼭 중단기적인 경제적인 효율성에만 매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발전을 다각화하고 개방거점을 다각화 시킬 필요는 언제나 존재하는데, 포항은 동해안의 거점도시로서 어려운 가운데서도 이미 갖춰진 산업, R&D, 항만시설과 함께 그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된다.
이날 대경연구원이 발표한 포항시의 문제점은 다음의 5가지였다. 1)기성시가지 노후화 및 공동화, 2)철강중심 산업구조, 3)동시 다발의 산업단지 조성에 초점, 4)지역보다 국가 중심의 R&D 기반, 5)영일만항 및 배후단지. 보편적으로 타당한 지적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들을 지역의 상황과 비전속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풀어나가느냐는 것이 포항시의 해야 할 일이고 문제해결의 첩경이라고 보아진다.
첫째, 기성시가지 노후화 및 공동화는 잘 지적된 문제라고 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포항시도 동빈내항복원과 주변 재개발사업 등 도심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중소도시로서 사업성의 문제가 크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업에 활력을 줄 무언가 차별화된 아이디어와 지자체의 좀 더 적극적인 기반시설 부담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한편, 시청 등 이전후적지의 대응방안이 미비한 탓에 도심공동화 및 노후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음도 사실이므로 이제부터라도 좀 더 체계적이고 심도 있는 분석과 장기적인 계획 수립 속에 도시개발 및 재구조화를 이끌어가야 할 것이다.
둘째, 철강중심의 산업구조가 문제가 됨도 맞는 지적이며,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신소재, 에너지 등에 걸친 산업다각화가 필요하다. 포항시로서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포스텍 및 RIST의 차별화된 R&D가 좀 더 지역에서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고, 컨테이너항인 영일만항이 계획대로 완공되고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경북도 차원의 정책적인 배려가 크게 아쉬워 보인다. 또한 지역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철강산업이 더욱 경쟁우위적인 첨단화를 이뤄 낼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셋째, 동시 다발의 산업단지 조성에 초점을 둠이 문제라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미리 싼값에 산업용지를 확보하자는 것이기에 장점도 크다고 판단된다. 포항시로서는 이러한 사업으로 인한 무리한 자연환경 파손은 피해야 할 것이며, 다양한 차별화된 기업유치여건 제공과 함께 이들 단지들을 국내외 중·소·대 다양한 기업들이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해 나가도록 하자는 것이 더욱 중요한 지적이 될 것 같다.
넷째, 포항이 지역사회 보다 국가 중심의 R&D 기반을 가지고 있음은 지역의 자랑이기도 하지만, 지역산업과는 연계되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이제는 그 수준 높은 R&D가 여러 형태로 지역산업과 연계되어 상용화될 수 있도록 에 테크노파크 등을 중심으로 하여 산·관·학이 통합적인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