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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운 여름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1-08-03 20:59 게재일 2011-08-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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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로는 여름을 입하부터 입추 전까지의 동안이라 하지만 여름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여름이라 하면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마음은 작열하는 태양, 녹음방초, 소나기(장마), 피서(바닷가), 휴가(여행), 부채(선풍기-에어컨)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문인 노자영의 `여름날 편지`에 보면 “여름은 날고 싶고 뛰고 싶은 시즌입니다. 봄을 여성의 계절이라면 여름은 남성의 계절이라 하겠지요. 그리고 봄을 웃음의 때라고 하면 여름은 힘의 때입니다. 청록의 영원한 젊음-거기엔 언제나 녹엽이 있다”고 했다. 정말 여름이야말로 우리 생명의 큰 에너지의 원천인 것이다. 많은 에너지를 공급받는 계절, 그것이 여름인 것이다. 여름은 개방적이다. 닫혀진 창이란 없다. 모든 것이 밖으로 열려진 여름 풍경은 그만큼 외향적이고 양성적이다. 여름의 숲은 푸른 생명의 색조를 드러낸다. 그리고 그 숲 속에는 벌레들의 음향으로 가득차 있다. 은폐가 없고 침묵이 없는 여름의 자연은 벗은 몸 그대로 싱싱하다. 대지를 달군 활활 타오르는 태양의 열기로 여름이 마치 정복자처럼 한반도를 엄습해 왔다. 날마다 더할 수 없이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었고 하늘은 오만할 정도로 푸르렀으며 그것은 박차(拍車)나 다름없이 신경을 자극해 주었다. 유원지의 수목은 일제히 격렬하고 원시적인 녹색으로 짙어가고 집집마다 태양빛을 받아 눈이 아플 정도로 하얗게 반사하고 있는 여름날 오후 “사람들은 모두 더위에 괴로워 하는데 나는 여름해가 긴 것을 좋아하노라”고 여름의 더위를 극찬하는 문인도 있었다. 유배지 생활에서 여름을 읊은 다산 정약용은 “지루한 여름날에 불같이 타는 더위/ 땀은 축축 찌는 듯 등골이 다 젖었을 때/ 시원한 바람 불고 소나기 쏟아져/ 어느덧 온 벼랑에 폭포수 드리웠네. / 이 어찌 상쾌하지 않을소냐. 비가 개인 날 맑은 하늘이 못 속에 내려와서/ 여름 아침을 이루었으니/ 녹음이 종이가 되어/ 금붕어가 시를 쓴다”고 했다. 여름에 얼음이 그립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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