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의장국이 되었다든지, 무역 1조원시대에 돌입했다든지, 현대자동차의 에쿠스가 세계최고의 고급차로 등극했다든지 하는 등의 지구촌에 빛나는 한류 뉴스는 이제 너무 빈번해서 큰 감동을 주지 못할 정도다. 정치·경제·문화·사회 등 각 분야에서 한국이 세계의 앞자리에 서는 경우를 그렇게 하나하나 손꼽기보다 이 모든 것을 하나로 정리해서 근대화에 성공한 나라라고 표현하는 것이 간단명료할 것이다. 그것도 2차대전후의 수많은 신생국가중 유일한 성공 국가라는 것이다.
근대화는 경제적 산업화와 정치적 민주화로 요약될 수 있다. 세계를 휩쓰는 한류와 세계 중심국가로서의 위상은 모두 산업화와 민주화의 토대위에서 이룩된 것이다. 그래서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을 싹틔운 곳이 대구와 경북이고 그 주역이 대구 경북인이란 사실은 역사에서 결코 과소평가 될 수 없다. 말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에 처음 산업화의 정신을 심어준 것은 새마을 운동이었고, 민주화의 출발점을 만든 것은 2·28민주운동이었다. 잘살아보자는 의욕과 하면 된다는 자조정신이 산업화의 뿌리가 된 새마을 운동은 경상북도의 포항과 청도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었고, 2차대전후 신생국가로는 유일하게 절차적 민주주의를 실현시킨 민주운동의 발상지는 대구다. 그러나 이 나라의 성공신화를 선구한 대구 경북이 근래에 경제적 문화적 낙후의 길을 걷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자칫 이같은 귀중한 자산을 잊어버릴 것만 같은 안타까움이 없지 않았다.
이런 시기에 새마을운동의 역사와 유적을 체계적으로 관광자원화하는 사업을 시작했다는 뉴스에 이어 영남대학교가 박정희대학원을 만든다는 소식은 울적한 지역민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했다. 이미 103개국의 5만여명의 외국인이 새마을운동을 배우기 위해 연수를 다녀갔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하버드 대학의 케네디스쿨과 같은 학술적으로도 우수한 박정희 학교를 만들어 새마을운동을 지구촌 사람들에게 가르치겠다는 사업은 그 뜻이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대구 경북이 잊어버릴 번했던 세계사에 빛나는 자산을 이제사 본격적으로 되찾는 감동을 주는 것 같다.
못살던 나라에서 세계2위의 경제대국이 된 중국이 박정희식 경제개발 모델과 새마을운동의 학습을 통해 성공을 이룩했다는 것은 벌써 알려진 일이다. 그 과정에서 중국의 굴기를 기획하고 지도한 등소평은 본인은 물론 모든 공직자에게 박정희 전기를 3회이상 숙독하도록 독려했다는 것은 세계가 산업화의 스승으로 한국의 박정희모델과 새마을운동을 평가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중국은 산업화는 성공의 길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르나 민주화는 아직도 멀기만 하다. 그래서 정치적 민주화가 부진한 중국의 성공을 불안한 성공으로 보는 학자들도 적지 않다.
물론 이같은 이치는 중국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보다 일찍 산업화에 성공한 일본도 정치 불안의 뿌리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후진성에 있다. 제3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경제적 성공의 부침 속에 민주화의 부침이 겹쳐지고 있는 사실이 정치적 민주화의 가치를 충분히 설명하고도 남는다. 우리도 이제부터는 상품 못잖게 우리가 이룩한 가치수출에 나설 때다. 2·28민주운동 이후의 민주화 역사 자산도 세계인의 학습자료가 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