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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하니?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8-04 21:21 게재일 2011-08-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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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창한국작가회의 경북지회장
지난 6월 청소년보호법이 국회에 통과되면서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에서 이른바 청소년 유해가요라는 것을 발표했다. 여기에 선정되면 19라는 붉은 글씨가 붙게 되고 밤10시 이전에는 방송을 할 수 없게 된다. 청소년 유해가요에 선정된 노래들을 보면 주로 술과 담배라는 노랫말이 들어간 노래와 선정적인 노랫말이 들어간 노래들이다. 가령 `떨리는 네 몸 안을 돌고 있는 나의 magic stick, 더 이상 넘어갈 수 없는 한계 느낀 body shake`(비의 레이니즘)는 지팡이를 들고 춤을 추며 부르는 데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취한 것 같아`(비스트의 비오는 날)은 음주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유해가요가 되었다. 기준이 이러하다면 우리나라 대중가요에 심의를 통과할 수 노래는 `새마을 노래`나 `군가`밖에 없을 것이다.

마봉춘이란 비아냥을 받고 있는 MBC의 얼마 전 개정된 `심의규정`을 보면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대립된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인물은 고정출연자로 나올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사회적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배우 김여진을 출연하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김여진 법`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사회적 쟁점에 대해서 국민에게 사실대로 알리고 판단은 시청자에게 맡기는 것이 방송의 가장 중요한 임무인데, 이는 사회적 쟁점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겠다는 규정이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토론 없는 언론이 되겠다는 것이며, 무뇌아들의 잔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MBC는 공영방송이다. MBC의 방송심의위원회는 어느 개인을 위한 기관이 아니라 시청자의 편에서 일해야 하는 기관이다. 여성가족부의 청소년보호위원회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기관이다. 모두 국민이 주인인 기관들이다. 국민의 관점에서 일해야 할 기관에서 하는 일들이 국민의 생각과는 동떨어진 자세로 일하고 있다. 이런 분들에게 막강한 결정권을 주어도 되는 일인지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권력의 마음에 들지 않는 시위를 하면, 집회신고를 한 합법적 집회라고 할지라도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연행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을 누리집에 올리면 `전기통신법`으로 구속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청소년보호위원회나 문화방송심의위원회나 검찰과 같은 기구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권력기관이라 할 수 있다. 막강한 권력의 이런 행태에 대해 상식을 가진 사람들은 당혹한다.

군사정권에서 `개헌`이라는 말만 나오면 `긴급조치` 위반으로 구속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야만이라고밖에 이름 할 수 없는 시절이었다. 그런데 세계화 시대가 되어 다른 나라의 사정까지 훤히 알 수 있는 이 시대에 느닷없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각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우리사회만이 군사정권시대라는 과거로 회귀한 것일까? 바른 정신을 가지고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것도 권력을 가진 기관에서 이러고 있다. 논리적으로 말하기도 쑥스럽다. 말할 수도 없다. `너 지금 뭐 하니?` `장난하니?` 이런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집착하게 되면 사람은 이성을 잃게 되는 것일까? 외신에 따르면 노르웨이에서는 참담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났다. 용의자 안드레스 베링 브레이비크(32)는 이슬람교도를 혐오하는 극우파로 분류되는 사람이라고 한다. 참사가 난 우퇴위아섬은 노르웨이 집권당인 노동당의 `청년캠프가`가 열리는 곳이었다고 한다. 용의자는 자동소총을 들고 캠프가 열리는 곳에서 한 발 한 발 총을 쏘아 98명을 죽였다고 한다. 가장 평화롭고 민주적인 나라가 하루아침에 비극의 땅이 되고 말았다.

만약 브레이비크 같은 사람이 국민의 지지를 얻어 권력자가 되었다면 히틀러 같은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인류 역사에 가장 비극적인 이름을 올린 독일의 히틀러도 캄보디아의 폴포트도 자기가 한 일을 정당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권력에 대한 집착은 자신을 바보로 만드는 지도 모른다. 더구나 용의자 브레이비크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부러워한다고 한다. 그것도 인종차별이나 반인류적인 부분을 말이다.

언론에서는 우리가 OECD 회원국임과 G20을 개최한 경제대국임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사회에서는 우리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 일들의 공통점은 역사를 거슬러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점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비상식적인지 알지 못한다. 정신을 차리고 상식을 회복해야 한다. 경제력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왜 우리의 자살률이 세계 1위인지, 왜 국민들이 고통스러워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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