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시 ?가 필요하다”
`통일시대 한국문학의 보람: 민족문학과 세계문학 4`(2006)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문학평론집으로, 2007년부터 꾸준히 발표해온 문학평론들을 제1부에 묶고, 1980년대 여러 지면에 실은 외국문학 관련 평론들과 서울대 기초교육원이 주최한 관악초청강연내용을 모아 제2부를 꾸렸다.
특히 한국문학에 대한 제1부의 글들은 문학현장에 밀착해 비평활동을 해온 저자의, 작품을 대하는 진지한 자세와 깊고도 날카로운 분석을 충분히 느끼게 해주는 명문들이다. 새로운 세대와 미래파 시에 대한 비판적 검토나 고은에서부터 박완서 신경숙 윤영수 박민규 김애란 등의 작품에 대한 정치한 분석은 그의 여전한 독서의 폭과 함께 한국문학과 현장비평에 대한 애정을 잘 드러내준다.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문학에서 그 어느것보다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이나, 알게모르게 우리 모두의 무의식 속에서 고리타분하고 고답적인 질문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책 제목은 (…) 그 물음을 신실하게 계속 묻는 일이 문학하는 사람에게는 긴요하다는 믿음에서 택한 것이다. 더구나 문학평론이 인문적 교양의 기본이라고 한다면 그 중요성은 문명사회의 누구에게나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그 물음이 중단될 가능성은 많고 실제로 중단되는 일이 너무도 흔하다. 중단하는 방법도 가지가지여서, 문학이 무엇이다라는 정답을 임의로 설정해서 더이상의 묻기를 끝내버리는 방식도 있고, 정답이 없음에 자족하고 마는 또다른 정답주의도 있으며, 작품을 실제로 읽고 생각하는 작업을 소홀히함으로써 묻기를 저버리는 경우도 있다”(책머리에, 7면)
이와같은 통찰을 거쳐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왜 지금 다시 필요한지를 사유하는 대목은 역시 저자의 오랜 연륜과 깊은 내공이 담긴, 이 시대에 던지는 근본적이면서도 갱신을 요구하는 화두라 할 수 있다.
표제 평론 `문학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 일`에서 저자는 2008년 촛불집회의 경험이 어떻게 익숙한 작품과의 새로운 대면을 유도했는가에 대한 소회를 밝히는 데서 출발해, 최근 한국문학이 사회 상황과 맥락으로부터 동떨어져 있음을 지적한다. 문학적으로도 일대 사건인 촛불항쟁에 직면해 문학인들이 일반 시민들의 문학적 감수성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평론가들은 자기 부류에서만 읽히는 글쓰기로 자족하고 작가들조차 그런 평론에 언급되기 위해 작품을 쓰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비판이다. 따라서 민중현실 및 시대상황과 맞물려 있는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지금에 다시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의식은 1970년대 이래 민족문학론, 리얼리즘론 등으로 이어져온 저자의 문학론의 궤적이 당대와 어떻게 호흡했는지 짚는 한편으로 그 현재적 재해석으로 이어지고 확장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창작과 비평사 펴냄, 백낙청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