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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에 감사하고 나누는 마음이 행복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1-08-04 21:45 게재일 2011-08-0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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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태석 신부 강론 모음집 `당신의 이름은 사랑`

어느덧 고 이태석 신부가 떠난 지 1년7개월,

아프리카 수단에서 봉사활동을 펼치다 대장암으로 지난해 1월 선종한 이태석 신부의 삶과 신앙은 많은 사람들에게 바쁜 일상, 이기심, 물질주의 등에 치여 밀쳐두었던 비움과 나눔과 사랑의 문을 여는 큰 도구가 됐다. 이 신부의 삶을 통해 알게 된 낮은 자리의 모범을 따르고자 하는 뜻과 행동이 마음과 마음을 타고 흘렀다.

사제로서 나눔과 봉사의 실천이 무엇인가를 보여준 이태석 신부의 생전의 강론들을 모아 엮은 유고강론집 `당신의 이름은 사랑`(다른우리 펴냄)이 출간됐다.

살레시오 수도회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소속 신부인 이태석 신부가 한 강론들을 모아 책으로 펴낸 것이다.

이태석 신부는 `세상에서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에게 해 주는 것이 내게 해 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한 예수님의 말씀과 그가 몸 담았던 살레시오회의 영성인 `나에게 영혼을 달라. 나머지는 다 가져가라`라는 돈보스코의 가르침을 따라 아무도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아프리카 남수단 룸백 교구의 톤즈에서 선교생활을 시작했다.

교육을 받지 못하고 전쟁의 고통과 가난에 시달리던 톤즈의 아이들은 처음에는 굉장히 폭력적이고 충동적이었다. 그러나 살레시오 영성 안에서 이태석 신부는 그곳의 가난한 청소년들을 위해 학교를 짓고, 음악을 가르치고, 치료를 해 주었고, 이러한 배움과 사랑을 통해 톤즈의 아이들은 조금씩 변화됐다. “배움을 통한 아이들의 변화는 내게는 기쁨이요, 행복입니다”라며 소외받은 땅에서의 사목을 수행하다가 2010년 1월 뒤늦게 발견된 대장암과 사투를 벌이면서도 “난 형제들과 아이들이 없으면 못 살 것 같아. 돈보스코가 저를 축복했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아쉽게 선종하고 말았다.

이 책에서는 인류애를 실천한 의사 이태석의 삶뿐 아니라 영혼 깊은 곳에서부터 살레시오회의 창설자인 돈 보스코 성인과 같은 뜻을 품고 사제로 살아간 이태석 신부의 사목적 삶과 종교적 영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깊은 신앙의 힘으로 자신이 가진 모든 재능을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 기부한 `진정한 기부자` 이태석 신부가 톤즈의 가난한 이들과 어린 아이들에게 전한 따스한 위로와 보살핌이자 복음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는 사랑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다.

`당신의 이름은 사랑`을 읽다 보면 우리는 스스로에게 “나는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가?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나누려 하는가?” 질문에 다다르게 된다.

이태석 신부는 이 책 `당신의 이름은 사랑`에서 전한다. 사랑은 관념이 아니라 실천으로, 살피는 마음이라고. 사랑은 내 이웃에 관심을 갖는 일에서부터 시작되고, 관심은 마음을 내어 시간과 공간을 함께하는 일이라고. 우리가 누군가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위로할 수 있는 삶이라면 헛되이 산 것이 결코 아니라고. 사랑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원동력이고, 가진 것에 감사하고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바로 행복의 원천이라고.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마치 많이 가짐으로써 행복할 수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종종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기보다는 가지지 못한 것에 안달할 때가 많음을 스스로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태석 신부는 전한다. 주일마다, 때마다 교회를 찾아 기도하고 소원함이 무엇인지. 자신의 삶을 향기 나는 삶으로 개선하기 위한 일이 아니라 습관적인 종교 행동 치레는 아니었는지.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이 가지게 해달라는 안달은 아니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기도 중에 가진 것을 누군가와 나누게 되기를 간구해 보라고.

이태석 신부는 우리에게 나누기에는 가진 것이 너무 적음을 걱정하지 말라고 전한다. 비록 우리에게는 하찮은 1%가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100%가 되고, 나누고자 함이 바로 기적이라고. 나눔은 살맛나는 세상을 만드는, 어두운 밤길을 비추는 불빛으로 더 큰 미래의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이태석 신부가 우리에게 말한다. `여러분 모두가 `당신의 이름은 사랑`이라고.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다른우리 펴냄, 이태석 지음, 한국천주교살레시오회 정리, 3202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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