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공급가 인상폭과 관련한 낙농가와 유가공업계의 입장은 분명하다. 젖소 농가들은 지난 3년간 사료비가 30% 올랐는데도 원유 납품 기본단가는 여전히 동결상태에 있어 모두 빚더미에 앉아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에는 구제역으로 수만마리의 젖소가 매몰됐고 그나마 남아 있는 젖소들의 원유생산량도 폭염 때문에 급격히 줄어 축산농가의 사정이 최악상태라는 설명이다. 더이상 잃을 게 없는 만큼 원유 납품가 25% 인상안이 받아들여 지지 않으면 `무기한 납품 거부`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이다. 5일의 최종협상을 위한 마지막 `압박카드`로 여겨진다. 유가공업체들의 반박도 만만찮다. 과거 사례로 볼 때 원유가가 상승하면 유제품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고 결국은 소비 위축을 불러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낙농가에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원유가가 10% 오르면 시유(市乳), 발효유 등 유제품의 소비자가격은 3~10%의 인상 요인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게다가 우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제과 제빵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도 줄줄이 오를 수 밖에 없다. 물가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정부의 눈치도 살펴야 할 처지이다.
낙농가와 유가공업계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소비자를 볼모로 한 극단적인 협상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원유 공급 거부 사태가 빚어지면 시중에서 우유 품귀현상은 피할 수가 없다. 낙농가와 유가공업체, 소비자 모두의 입장에서 조금씩의 양보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중재력이 필요하다. 방학기간 이후 학교급식마저 중단되는 사태로 이어져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