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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미봉남이 우려된다면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8-08 23:09 게재일 2011-08-0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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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문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전 경북부의장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 교수
북한이 지난 28일, 29일 양일에 걸쳐 뉴욕에서 북·미고위급회담을 가졌다. 4년 4개월 만의 북한 고위급 미국방문에 비해 `푸대접`한 의전에도 개의치 않은 채 북한 측 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지금은 모든 나라가 화해해야 하는 때가 아니냐”고 하면서 북ㆍ미 관계개선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자세를 보였다. 이는 우리 남측에 대해서는 연초만 하더라도 대화에 적극성을 보이던 북한이 최근 발리의 남북 비핵화 회담이나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서는 쌀쌀하게 대하는 등의 태도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이와 같은 북한의 행보로 보아 북한은 미국과의 실리적 통상외교를 지향하면서 대미관계에서 남한 정부의 참여를 봉쇄하는 1993년 북핵 관련 제네바협의 이후 등장한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정책 카드를 다시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점점 깊어가기만 하는 고립의 골을 탈피하기 위해 그리고 미국은 어떻게 하든 북한을 6자회담의 틀 속에 끌어들여 북한의 핵 문제를 타결하기 위해 이번 회담이 필요했을 것이다. 회담을 마친 후 북미 양측은 모두 “건설적인 회담”이었다며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탐색적인 만남으로만 생각했던 회담이 `건설적`이었다고 하니 북미대화는 앞으로 만남을 더 계속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미국 측은 이번 회담을 통해 나름대로 한국의 위상을 `배려`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핵 사찰 수용 의사를 넌지시 내비치는 등 전체적으로 미국의 구미에 당기는 태도를 보여 미국 측이 긍정적인 인상을 받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를 빌미로 이번 회담 이후 북한은 비핵화와 함께 식량지원 문제 등을 포함해서 전반적이고도 포괄적으로 논의의 범위를 넓혀가면서 미국과의 대화에만 집착할 경우 현실적인 흐름은 북·미 대화 위주로 갈 수밖에 없게 되며 이럴 경우 우리는 대화의 주도권을 상실하게 된다.

북한이 강성대국의 원년이라는 2012년, 그리고 6자회담 당사국 모든 나라가 정권교체 시기인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는 2012년을 앞두고 한반도 정세가 꿈틀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정부나 국민 모두가 만에 하나 있을 수도 있는 북한의 통미봉남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북한이 통미봉남을 지속할 것인지 또는 남북대화를 병행할 것인지는 북한에 달려 있다. 앞으로 문제는 북한의 통미봉남 정책에 우리 정부나 국민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있을 것이다. 정부는 우선 북한이 통미봉남 상태에서는 북·미 대화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게 해야 한다. 북한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외부 압력이나 외교력을 동원해서라도 통미봉남을 풀게 해야 한다. 더불어 미국에 대해서는 유대를 더욱 돈독히 하며 북핵문제만큼은 긴밀한 관계를 가지며 함께 조율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에 대해서는 한반도 정세변화에 따른 유연성 있는 정책을 다시 검토해 북한과의 대화를 슬기롭게 유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 모두는 통미봉남이 우려된다고 해서 서둘러서 정부의 대북정책 수정과 같은 설익은 결론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 이는 앞으로 있을 남북대화의 기싸움에서 협상의 주도권을 빼앗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켜보며 한 마음으로 정부에 힘을 실어 주므로 우리의 대북정책 원칙을 고수하는 가운데 폭넓고 융통성있는 정책을 통해 통미봉남을 지혜롭게 잘 해결하게 하는 것이 국익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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