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점점 깊어가기만 하는 고립의 골을 탈피하기 위해 그리고 미국은 어떻게 하든 북한을 6자회담의 틀 속에 끌어들여 북한의 핵 문제를 타결하기 위해 이번 회담이 필요했을 것이다. 회담을 마친 후 북미 양측은 모두 “건설적인 회담”이었다며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탐색적인 만남으로만 생각했던 회담이 `건설적`이었다고 하니 북미대화는 앞으로 만남을 더 계속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미국 측은 이번 회담을 통해 나름대로 한국의 위상을 `배려`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핵 사찰 수용 의사를 넌지시 내비치는 등 전체적으로 미국의 구미에 당기는 태도를 보여 미국 측이 긍정적인 인상을 받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를 빌미로 이번 회담 이후 북한은 비핵화와 함께 식량지원 문제 등을 포함해서 전반적이고도 포괄적으로 논의의 범위를 넓혀가면서 미국과의 대화에만 집착할 경우 현실적인 흐름은 북·미 대화 위주로 갈 수밖에 없게 되며 이럴 경우 우리는 대화의 주도권을 상실하게 된다.
북한이 강성대국의 원년이라는 2012년, 그리고 6자회담 당사국 모든 나라가 정권교체 시기인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는 2012년을 앞두고 한반도 정세가 꿈틀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정부나 국민 모두가 만에 하나 있을 수도 있는 북한의 통미봉남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북한이 통미봉남을 지속할 것인지 또는 남북대화를 병행할 것인지는 북한에 달려 있다. 앞으로 문제는 북한의 통미봉남 정책에 우리 정부나 국민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있을 것이다. 정부는 우선 북한이 통미봉남 상태에서는 북·미 대화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게 해야 한다. 북한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외부 압력이나 외교력을 동원해서라도 통미봉남을 풀게 해야 한다. 더불어 미국에 대해서는 유대를 더욱 돈독히 하며 북핵문제만큼은 긴밀한 관계를 가지며 함께 조율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에 대해서는 한반도 정세변화에 따른 유연성 있는 정책을 다시 검토해 북한과의 대화를 슬기롭게 유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 모두는 통미봉남이 우려된다고 해서 서둘러서 정부의 대북정책 수정과 같은 설익은 결론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 이는 앞으로 있을 남북대화의 기싸움에서 협상의 주도권을 빼앗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켜보며 한 마음으로 정부에 힘을 실어 주므로 우리의 대북정책 원칙을 고수하는 가운데 폭넓고 융통성있는 정책을 통해 통미봉남을 지혜롭게 잘 해결하게 하는 것이 국익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