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극제는 `거리예술축제`라는 새로운 형태로 도심재생 프로젝트인 중앙상가 실개천에서 펼쳐져 눈길이 쏠렸다.
바다국제연극제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시민들과 소통하겠다는 이 행사에 대해 연극제 기간 동안 시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젊은이들은 실개천으로 뛰어나와 유명 가수의 콘서트 장을 연상케 할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며 환호했다.
`Young Space, Free Arts`를 내세워 관객과의 소통을 보여준 바다연극제, 축제로선 다소 짧은 기간이었지만 꿈과 희망을 선사하는 난장이었다.
지난 5일 동안 포항시민과 전국에서 모여든 관람객들에게 `참여하는 즐거움`의 진수를 선사했던 제11회 포항바다연극제를 정리해 본다.
◆거리예술축제 기획 긍정적 평가
올해 연극제는 수준높은 거리예술 작품들과 짜임새 있는 행사 진행 등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거리극의 형태를 중앙상가 실개천 거리의 장소적 특성을 잘 활용한 기획적 측면은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이 이어졌다.
포항시가 도심활성화를 위해 중앙상가를 문화공간화 시키겠다는 정책과 잘 부합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외형적으로는 풍성해 보이지만 참가 작품 대부분이 마임이나 퍼포먼스 형태의 가벼운 작품들이어서 공연의 깊이감을 원했던 관람객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다.
한 시민은 “지난 10년간 포항바다국제연극제를 통해서 만났던 명품 연극들을 이번엔 만날 수 없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바다가 보이는 환호해맞이공원에서 진행해오던 축제를 다른 공연예술축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리예술축제로 전환한 것이 새로운 변화의 시도라 보기에는 11회째를 맞는 축제의 위상으로서는 다소 당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동안 바다연극제가 고민해왔던 정체성에 또다른 혼돈을 불러오지 않았나 하는 지적이다. 외형적인 성장과 조직화에 어느 정도 성과를 내어야 할 때이고 또한 질적 변화를 연구하고 실천해야 할 때를 맞았지만 또 그 시기를 놓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부족한 예산집행 아쉬움
부족한 예산집행으로 인한 아쉬움은 올해도 여전했다. 올해 연극제 예산규모는 지난해 보다 5천만 원이 삭감된 2억원. `국제 연극제`라는 구색을 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여러 행사 진행이 원활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한 원로 연극인은 “연극제 개막 행사에서 무대에서 갖춰져야 할 사회자 단상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행사를 해 보기에 좋지 않았다”면서 이외에도 여러 부족한 면은 모두 예산 부족에서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예산을 국비와 도비, 시비에 의존하고 있고 거리공연 특성상 무료로 공연돼 집행위원회는 예산부족으로 인한 문제를 겪을 수 밖에 없다.
◆세계적 거리예술축제로 갈 것인가
3일 열린 연극제 개막식에는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해 행사에 힘을 보탰다.
정 장관은 축사에서 포항시와 시민들이 합심해 연극제를 성공적으로 치루면 정부에서도 세계적거리예술축제로 키우겠다고 했다.
연극제 관계자들에겐 정 장관의 말이 큰 용기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앞으로 거리예술축제로 계속 가도 되는 걸까.
한 원로 연극 연출자는 “거리예술축제라는 새로운 시도는 좋다. 하지만 발전적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세계적인 거리예술축제가 되기 위해선 축제 기간이 너무 짧다. 축제를 여름 한철 내내 연장해 포항에 가면 여름 내내 거리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마음을 심어주도록 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연출자는 “포항바다국제연극제의 장래를 봐선 바다가 있는 곳으로 축제가 나가야 하지 않겠나”고 했다. 그는 “예술성 있는 작품 등을 공연하기 위해서는 보다 넓은 무대가 있는 북부해수욕장이나 환호해맞이공원으로 돌아가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바다연극제 정체성 정립시켜야 할 때
그동안 포항환호해맞이공원에서 연극 공연 축제 형식으로 진행하다 올해는 시민들과 함께하는 거리예술축제로 모습을 바꿨다. 대중과 소통하고 대중들에게 공연예술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게 하자는 집행위원회의 의지 덕분에 전문가들의 공연을 바로 옆에서 즐기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포항바다국제연극제의 진정한 차별화와 정체성을 정립시켜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선 사무국 조직을 외형적으로 확대하고 상설 운영의 안정화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다 체계적이고 거시적인 계획 수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 연극배우는 “`정체성 = 지역성`이라는 등식이 꼭 맞는 말은 아니지만 세계화로 인한 지역간의 차이와 차별의 간극이 자꾸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포항이라는 지역성의 토대 위에 포항바다국제연극제가 자라잡아야 할 위치를, 힘들겠지만 고민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포항바다국제연극제는 지난 2000년 `바다와 자연이 숨쉬는 경북최대의 야외연극제`를 모토로 출발한 만큼 이젠 양적 성장과 축제의 전문화를 모색해야 할 때인데 그에 대한 뚜렷한 방향성과 철학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아쉬워 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