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도 아닌 인생이
이렇게 힘들 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사랑이
이렇게 사람을 괴롭힐 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도덕이
이렇게 스트레스를 줄 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세상이
이렇게 복잡할 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글이
이렇게 수다스러울 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똥이
이렇게 안 나올 수가 없네. ”
마광수 `서시(序詩)`
마광수만큼 독자층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작가는 없을 것이다. 그를 경외하는 마니아층과 그를 몹시 싫어하는 안티층까지. 그를 싫어하는 이유는 이제까지 그가 `감추는 미덕` 없이 소설 속에 표현하는 단어부터 너무 적나라하다는 것 때문이다.
센티멘털리즘으로 일관하다가 섹스묘사를 하는 하루키나 아예 의도된 경박성을 갖고 섹스묘사를 하는 마광수 작가는 별 차이는 없지만, `하루키는 되고, 마광수는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그 해답은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비롯될 수 있다. 마광수가 `즐거운 사라` 필화사건을 겪지 않았다면 그가 지속적으로 이런 소설을 쓰는 것으로 반항아의 모습에 머무르고 있었을까.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는 그에게 야한 소설만을 쓰기를 강요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마광수는 싫다`라고만 편견을 가진 독자들의 오해를 풀기 위해 마광수가 변했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마광수(60) 연세대 교수가 장편소설 `미친말의 수기`(꿈의열쇠 펴냄)를 펴냈다. 그는 그동안 말할 수 없었던 `야한 정신`의 본모습을 이 소설에서 밝혀준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 `야한 여자`는 가짜였다. `야한 여자` 뒤에 숨어 있는 `야한 정신`의 실체, 마광수 작가가 진짜 말하고 싶은 현상 너머의 본질을 마광수 장편소설 `미친 말의 수기`를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꿈의열쇠 발행인 조선우 대표는 “그러나 한편으로 당신이 만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한 장밋빛 미래와 인생에 대한 달콤한 거짓말에 길들여져 있다면 이 책은 썩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인생의 진실을 알고 싶다면 반드시`미친 말의 수기`책장을 열어 보라. 이 소설은 멘토가 절실히 필요한 우리 사회에 진짜 싱싱한 삶에 대한 철학적 멘토로 나선 마광수의 변신을 만나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우리는 권위에 메스를 들이대는 것에 무척 인색한 사회에 살고 있다. 이 소설에서 마 교수는 철옹성 같은 권위에 도전을 시도하는 십자가를 졌다. 그는 우리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시선으로 `생각의 전환`을 시도한다. 예를 들면, 항일시인으로만 철석같이 믿고 있던 윤동주 시인의 권위에도 성역은 없다는 식이다. 윤동주 시인의 문학성과는 별개로 독창적인 정신분석학적 시도를 한다. 저자의 의견에 공감을 하든 안 하든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생생한 브레인스토밍을 시도해볼 수 있다.
또 이 `미친 말의 수기`안에는 마광수 작가의 그림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색다른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마 교수가 이 소설에서 말하고 싶은 본질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라는 것. 우리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권위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훈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마광수 = 야한 여자` 공식의 고정된 편견 때문에 그의 문학이 가진 다른 여러 가지 장점들을 놓치고 있었다. 오늘날 문학인들이 일반 독자들은 이해하기도 쉽지가 않은 현학적인 문체로 그들만의 리그들로 전락하는 데 반해, 그의 글은 독자를 배려해 놀랍도록 읽기 쉬운 문체이다. 그의 작품은 읽는 사람들도 편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강력한 장점이 있다. 또 이 소설 속에서 천재적 문학가로서 인생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삶에 대한 예리한 통찰과 직관적 감수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 교소는 이 소설의 시작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나는 `창조적 불복종`이라는 말을 일종의 화두로 삼고서 지금까지 여러 장르의 글쓰기를 해왔다. 다시 말하자면 `새로운 창조`란 반드시 기존의 패러다임에 대한 반항과 불복종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문화사적으로 보면 새로운 창조를 시도한 사람들은 기존의 진리나 윤리 등에 대해 `삐딱한 눈길`을 보낸 사람들이다.”
마광수 장편소설 `미친 말의 수기`는 그의 이러한 생각을 가장 잘 표현한 책일 수도 있다. 대체로 `수기`라고 작품에 표시한 소설들은 작가의 생각을 떠오르는 대로 써놓은 글들이다. 그리고 프랑스 작가 베르나노스의 `어떤 시골 신부의 일기` 같은 제목을 붙인 소설들도 그렇다. 가장 유명한 수필식 소설은 릴케의 `말테의 수기`나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등이다. 이 소설들은 그때그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상념들을 기록한 것이다.
“예수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고 말했지만, 나는 거꾸로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 라고 말하고 싶다. 고정불변의 진리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유롭고 유연성 있는 사고방식을 갖고서 모든 것들을 대할 수 있어야만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 아니, 고정불변의 `진리`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는 우리가 과학발달의 역사를 주의 깊게 관찰해 보면 금세 알 수 있는 사실이다.”(10쪽)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꿈의열쇠 펴냄, 마광수 지음, 280쪽, 1만3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