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으로서 20년간 장학사업에 청춘을 바친 모 기업의 사장은 제 때 못배운 불우했던 젊음을 가진 사업가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가 새어머니를 들이면서 일어난 가정불화로 12세의 그는 가출해 상경했다. 그후 신문배달, 공사판 잡부직 등 온갖 일들을 해야 했던터라 정규교육의 기회를 놓쳤다. 피곤하고 지친 생활 속에도 그는 어느 교회가 개설한 야간학교에서 밤을 새워가며 이를 악물고 공부한 입지적 존재이다. 늘 신문도 통독해 공부한 지식을 쌓았지만 변치 않은 학력의 소유자란 딱지를 뗄 수는 없었다. 그런 설움을 겪던 그가 세운 장학재단이 국내 굴지의 이름으로 20주년을 맞이한 것이다. 장학재단을 세운 동기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교회 야간학교에서 공부했던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나처럼 어려운 후배들이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지 않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또 32세에 혼자된 어머니는 `어려운 시절 받은 도움을 사회에 되돌려주라`는 유훈을 남기셨다. 이게 늘 가슴 속 깊이 새겨져 있었던 모양이다. 시골사람이 서울에 올라와 학연도 없이 사업하려니 이런저런 고초가 말도 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 어떤 사업을 하든 공부도 못한 사람이 무슨 사업을 하느냐, 누구랑 친해서 일을 크게 벌리느냐 온갖 소리 다 들어야 했다. 독일의 시인 괴테는 “눈물과 더불어 빵을 먹어 본 사람이 아니면 인생의 참맛을 모른다”고 하지 않았던가. 지난 20년간 250여 억원을 장학금으로 사용해 2만1500여명이 장학 혜택을 봤다. 특이한 것은 한국전 참전국인 에티오피아 대학생 120명에게 매달 500달러씩 6만달러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 나라에서는 500달러면 학비에 기숙사비까지 해결되는 액수란다. 12년 전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두 아들에겐 작은 아파트를 줄 만큼 식구에게는 인색한 인물이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