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선교사 글 `판독본…` 발간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프랑스 선교사들이 남긴 불어 필사본들은 한국교회 역사를 연구하는데 매우 중요한 자료임에도 원본 판독의 어려움 등으로 지금까지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못해왔으나 이번에 판독작업을 마친 `판독본 자료집`이 각 교구 교회사 연구소와 신학교 대학 도서관 등에 무상으로 배포돼, 교회사 연구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한국 천주교회는 전망하고 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문화위원회(위원장 손삼석 주교)는 최근 `교구 문서고 및 교회사 연구소 관계자` 회의를 열고, 파리외방전교회 문서 중 한국교회 관련 필사문서를 판독한 자료집 4권을 공개, 배포했다.
지난해 한국교회 창설과 조선교구 설정, 기해·병인박해 등 1797~1874년 작성된 선교사들의 서한을 판독한 `Vol. 577, Coree 1797-1860`과 `Vol. 579, Coree 1797-1874`를 배포한 이래 두 번째다.
`Vol. 580, Cor?e 1875-1886`과 `Vol. 581, Cor?e 1887-1900`는 조선 교회가 오랜 박해의 암흑기에서 비로소 벗어나 한불조약 체결로 종교의 자유를 얻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던 개항기에 작성된 문서들로, 한국 교회 근대사를 연구하는 데 더없이 귀중한 사료로 평가되고 있다.
`Vol. 580, Cor?e 1875-1886`과 `Vol. 581, Cor?e 1887-1900`는 1875년에서 1900년 사이에 조선에서 활동했던 프랑스 선교사들이 남긴 서한과 보고서, 교세 통계표 등이 포함된 문서다.
`Vol. 580, Coree 1875-1886` 문서는 1466매 분량으로 대부분이 불어 필사본이다. 문서 작성자를 중심으로 보면, 리델 주교의 서한과 옥중기, 후임 교구장 블랑 주교의 서한, 이 두 교구장과 함께 조선에서 활동한 선교사들(드게트, 로베르, 리샤르, 두세, 코스트 신부 등)의 서한 등이 포함돼 있다. 또한 이 문서에는 프랑스 선교사들이 조선 재입국을 준비하며 펴낸 `조선어 문법서`와 `한불사전`의 편찬 과정, 1886년 한불조약의 체결 전후 과정, 명동성당 정초식 등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아울러 선교사들의 시각을 통해 열강들의 패권 쟁탈전 속에 휘둘리던 당시 조선의 정세(임오군란, 갑신정변 등)와 신자들의 감동어린 신앙담, 조선의 풍속 등도 살펴볼 수 있다.
`Vol. 581, Cor?e 1887-1900` 문서는 1764매 분량으로 라틴어도 일부 포함돼 있으나 이 또한 대부분이 불어 필사본이다. 블랑 주교와 뮈텔 주교, 그리고 이 두 교구장과 함께 활동했던 선교사들(코스트, 빌렘, 앙드레 신부 등)이 남긴 서한들과 지역별 연말 보고서 등이 포함돼 있다.
이 문서를 통해 문호 개방으로 종교의 자유를 인정받으면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구한말 조선 교회의 발전상을 확인할 수 있다. Vol. 581 문서에 나오는 당시 조선 교회의 주요 사건과 소식을 간략히 살펴보면, 블랑 주교의 요청으로 조선에 처음 들어온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의 진출 과정과 활동, 프로테스탄트 교세의 확산에 대한 대응책으로 블랑 주교가 최초로 도입한 순회 회장단 제도, 동학 교세의 확산으로 큰 고통을 겪었던 신자들의 피해상, 병인박해 순교자 수속 진행, 명동성당 건축 과정, 최초의 프랑스 공사 콜랭 드 플랑시의 협력 외교 등이 있다.
또한 외세의 이권 다툼과 조선 점령 야욕 속에 혼미를 거듭했던 구한말의 조선의 정세(대원군과 명성황후의 갈등, 동학혁명, 청일전쟁, 을미사변 등)와 당시 개화의 흐름 속에 변화하는 조선 풍속, 그리고 신자들의 감동어린 신앙담 등도 살펴볼 수 있다.
문화위원회는 1997년 교회문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바티칸 문서고와 파리외방전교회, 메리놀·골롬반 외방선교회, 상트 오틸리엔 베네딕도회 본원 등의 문서고에 보관돼 있는 한국교회 관련 사료들을 체계적으로 발굴 수집·정리 보존하는 `교회 사료 발굴`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문화위원회 위원장 손삼석 주교는 “이 두 문서는 1875년에서 1900년 사이 곧 병인박해 이후 조선 교회의 재건 과정과 1886년 한불조약 이후 종교의 자유를 조금씩 인정받으면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던 개항기 당시 조선 교회의 상황 등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라면서 “이 자료집이 교회사 연구에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하며 더욱 깊이 있는 연구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파리외방전교회는 아시아 지역 선교를 목적으로 1653년 로마 교황청이 프랑스 선교사들을 중심으로 창설한 사도생활단이다. 지난 3세기 동안 아시아 지역에 4000여 명의 회원들을 파견했으며 이 중 160여 명이 순교의 피를 흘렸다. 본부는 프랑스 파리에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