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순수예술의 경계 위에서 자신의 예술영역을 실험하고 또 확장시키고 있는 작가 알도 샤파로는 20세기 이후 순수예술과 디자인의 개념을 구분했던 그 경계와 제한을 자신의 예술로 끌어들여 오히려 더욱 확장시키며 작업의 주요한 개념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개념미술가다.
그의 작업은 순수예술과 기능주의 예술의 사이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다. 매스미디어로부터 추출한 텍스트 또는 하나의 글귀, 다른 작가의 작업의 일부를 인용하거나 팝 속의 가사 한 구절을 빌려오는 등 작가는 잘 알려진 친숙한 단어와 문장을 기존의 문맥을 벗어난 조합과 차용으로 충격에 가까운 새로운 문맥과 의미를 만들어 낸다. 마치 하나의 장면 또는 이미지를 창조해 내듯 사용되는 언어와 문자는 형상을 벗고 기호로서 직접적인 발언을 시도하는 하나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듯 하다. 네온을 사용하거나 또는 벽면에 설치되는 텍스트 조각 등은 그것이 놓여지는 관습적 문맥에서 벗어나 관객의 개인적인 경험과 시각을 작가의 작업 속에서 새롭게 찾는 경험을 갖게 한다.
작가의 최근 시리즈인 스테인레스 스틸 조각은 직접적인 작가의 몸의 행위와 힘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몸의 움직임과 힘의 강도 그리고 감정을 마치 하나의 기록물처럼 보여 주고 있다. 행위예술을 고려하지 않은 이 시리즈 작품은 그러나 예술창작자로부터 요구되는 육체적 노동을 입증하는 하나의 결과물로 완성돼 우리 앞에 제시된다.
아시아는 물론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알도 샤파로는 1965년 페루 리마에서 태어났으며 1980년대부터 멕시코로 이주해 멕시코와 뉴욕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2007년부터 아트바젤 스위스 및 마이애미에 참가하고 있으며 멕시코는 물론 독일, 프랑스, 런던, 두바이 등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열어 오고 있다. 문의 (053)424-2203.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