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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에 허리 휘는 가계

이곤영 기자
등록일 2011-09-23 23:23 게재일 2011-09-2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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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곤영대구본부 부장
며칠 전 동네 한 막걸리 집에서 오래간만에 친구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며 술잔을 기울였다. 이 집을 찾는 손님들은 대부분 주머니가 가벼운 직장인 등 소시민들이다. 마침 옆 자리에 앉은 40대의 중반의 직장인들이 대학 등록금을 주제로 열을 올리고 있었다. 비싼 등록금이 이들 이야기의 주제였다.

한 사람은 딸이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려는데 등록금 때문에 가지 말라고 할 수도 없어 답답하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또 다른 한 사람은 두 아들이 서울의 모 대학 3학년과 1학년에 재학 중인데 3년째 가계가 마이너스라며 한 숨을 내쉬기도 했다. 대학에 다니는 자식을 둔 부모나, 대학에 보낼 부모가 쏟아내는 한숨에 문득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매년 봄이면 대학마다 의례적으로 치러지던 대학 등록금 투쟁이 올해는 반값 등록금 투쟁으로 사회 이슈로 부각되는 등 등록금 인하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비싼 등록금으로 대학생의 절반 이상이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고 10명 중 1명이 등록금 부담에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비싼 등록금에 등골이 휘어지는 서민들의 마음은 물론 부모에게 등록금 고지서를 내밀어야 하는 대학생의 마음도 편치는 않을 것이다.

최근에는 비싼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은행권에서 학자금 대출을 받으며 대학을 졸업해도 직장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고 이 때문에 대출금을 제대로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는 사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몇 해 전부터는 유례없는 취업난에다 등록금 부담까지 겹치면서 휴학을 택하는 학생도 크게 늘고 있다.

비싼 등록금에 고통받는 가계가 늘어나는 데는 정부의 책임도 크다.

우리나라 사립대학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700만 원, 국립대는 500만 원에 달할 정도로 높다. 이는 OECD 국가 중 미국 다음으로 높은 수치이다. 대학 등록금이 높은 이유는 유럽처럼 국가의 전폭적인 재정 지원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2011년 OECD 교육지표 조사 결과, 국·공립대 등록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고,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OECD 평균의 6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지원이 턱도 없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대학 등록금은 2002년 정부가 국·공립대 등록금을 자율화한 후 2001년 4.9%였던 국·공립대 등록금 인상률이 2002~2008년까지 매년 7.4~10.3%씩 치솟으며 사립대의 등록금 인상을 이끄는 빌미를 제공했다.

대학도 비싼 등록금 문제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6월 한국사립대학교총장협의회는 등록금을 10~15% 인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정부의 지원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대학들의 입장을 바라보는 여론을 싸늘하다. 오히려 이들 대학들의 정부 재정 지원요구에 대해 지역 사회에서는 먼저 대학들이 등록금과 적립금을 어디에 썼는지 투명하게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부 대학은 집행 불가능한 경비를 예산에 편성한 뒤 사용하지 않고 적립하거나 교비회계 자금을 법인회계 등으로 부당 전출하는 등 비도덕적으로 운영하다가 적발되고 전년도 이월 예산을 실제보다 작게 계산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금을 인상한 것이 언론을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천 억대의 재단 전입금을 쌓아놓기만 하고 있는 대학들은 비싼 등록금으로 가계와 젊은 대학생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교비 회계를 조작해 등록금을 인상하는 등 여전히 배 불리기에만 열중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비싼 등록금에 중산층마저도 가정이 피폐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등록금 인하 요인을 찾고 장학금을 확대하며 정부의 재정지원을 과감하게 늘려야 하며 대학도 스스로 낭비 요소가 없는지 진단해 군살을 빼는 과감한 구조조정 등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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