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잘 쓰는` 소설가이다. 이십대 초반에 작품활동을 시작해 거의 스무 해 가까운 시간 동안 이번 소설집을 포함해 그동안 열한 권의 책을 펴냈으며, 늘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구성으로 독자를 사로잡으며 흥미로운 소재를 통해 인간과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를 던지는 소설들을 선보여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작품활동 내내 흔들림 없이 매번 스스로를 넘어서는 발전된 면모를 보여왔다. 이번 소설집에서도 한눈에 드러나는바, 단정하고 유려하기로 정평이 높은 문장은 한층 더 정련되고 절제되었으며, 플롯과 디테일도 더 정교하고 생생하다.
김경욱의 소설은 능란한 수법으로 독자를 이끌어 손에서 책을 뗄 수 없게 만들고, 이윽고 이야기 속에 숨겨진 인간의 심연, 또는 이야기의 심연이라 할 공간을 독자에게 열어 보인다. 곱씹을수록 더 크고 깊어지는 이 심연 앞에서 다만 독자들은 그 여운을 음미하고, 나아가 찬찬히 스스로 그 심연에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그것이야말로 김경욱 소설이 지닌 힘이자 그만의 매력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