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속에 마주 앉은 일일 노동자
그대 앞에 막 나온 국수 한 사발
그 김 모락모락 말아올릴 때
남도 해 지는 마을
저녁 연기 하늘에 드높이 올리듯
두 손으로 국수사발을 들어올릴 때
무량하여라
청빈한 밥그릇의 고요함이여
단순한 순명의 너그러움이여
탁배기 한 잔에 어스름이 살을 풀고
목메인 달빛이 문앞에 드넓다
어스름이 지피는 황혼녘, 달을 서서히 떠오르고 밥그릇을 비추는 한 폭의 그림, 사진을 연상하게 하는 참 편안한 분위기의 시이다. 세상의 모든 밥은 아름답고 소중한 생명에게로 흘러든다. 서러움으로 혹은 고되고 힘든 가슴으로 맞이하는 한 그릇의 밥. 저무는 하늘 아래에서 가만히 들여다볼 일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