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근본으로 돌아가면 선택의 기로서 잃을게 없다

쌍산 김동욱
등록일 2011-10-12 21:11 게재일 2011-10-12 18면
스크랩버튼
`다기망양(多岐亡羊)`, 여러 갈래 길에 이르러 양을 잃었다는 뜻이다. 달아난 양을 찾으려는데 길이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는 바람에 양을 놓치고 말았다는 말이다. 원래는 학문의 길이 너무 여러 갈래여서 너무 다방면에 걸쳐 지나치게 섭렵하거나 반대로 지엽적인 것에 구애되거나 하면 아무것도 얻을 수없다는 비유로 쓰인 말이다. 오늘날에는 선택할 대상이 너무 여러 가지가 있어 어느 것을 택할 것인지 곤욕스러운 경우에도 이 말을 쓴 다. 또는 지시하는 방침이 많아 갈 바를 모르는 경우를 비유할 때도 쓰인다. 열자(列子) 설부(說符)편에 나오는 고사에서 비롯됐다. 전국시대 도가계열의 사상가로 양주(楊柱)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당시 겸애설(兼愛說)로 유명한 묵적(墨翟)과 함께 흔히 양묵 이라고 통칭될 만큼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고 있었다. 양주는 묵적과는 달리 개인주의를 주장했다. 그는 내 몸의 터럭 한개를 가지고 세상을 구할 수 있다 하더라도 나는 뽑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어느날 양주의 이웃집 양 한 마리가 달아났다 그래서 그 이웃 사람은 자기집 사람들을 다 동원해 양을 찾으러 나서게 하고서는 양주에게 찾아와 사람을 보내달라고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양주는 이렇게 물었다. 허허 양 한 마리 찾는데 어째서 그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하오. 이웃 사람이 대답했다. 양이 갈림길이 많은 쪽으로 달아났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들은 양주는 갑자기 근심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하루종일 말도 하지 않고 웃지도 않았다. 한 제자가 그에게 물었다. “선생님 양 한 마리는 그렇게 중요한 물건이 아닙니다. 또 선생님 소유의 양을 잃어버린 것도 아닌데 어찌 말도 않으십니까” 하지만 양주는 가만히 말이 없었다. 그래서 맹손양이란 제자가 선배인 심도자를 찾아가 앞서 있었던 일을 말해 주자 심도자는 맹손양과 함께 양주를 찾아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며 자문을 구했다. 옛날에 같은 스승을 모시고 유가의 도(道) 곧 인의(仁義)를 배워 돌아왔다. 그 아버지가 인의에 대해 물었다. 대답은 각각 달랐다. 이처럼 그 세 사람의 입론은 다르지만 모두 유가에서 나온 것입니다. 곧 큰길에는 갈림길이 많기 때문에 양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학문도 원래 근본은 하나인데 다방면에서 배우기 때문에 본성을 잃는다. 따라서 근본으로 돌아간다면 잃는 것도 없다.

/쌍산 김동욱

한국서예퍼포먼스협회 상임고문

서예가 김동욱의 문자香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