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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우리는 놀면서 배운다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1-10-17 19:19 게재일 2011-10-1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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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연일초교 뒷골목은 목요일마다 아이들 함성 웃음소리로 시끌벅적

“무궁화 꽃이 춤.을.춥.니.다~”

술래가 외치자 아이들이 삽시간에 흩어지며 움직인다.

개다리 춤을 추는 아이, 온 몸을 마구 흔드는 아이, 춤추는 것이 부끄러운지 겨우 팔만 휘저으며 배시시 웃고만 서 있는 아이도 있다. 그리고선 서로의 표정과 몸짓을 보며 깔깔대며 웃어 댄다.

포항시 남구 연일읍에 위치한 연일 초등학교 담벼락 뒷 골목에는 매주 목요일 오후만 되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대로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골목에는 삽시간에 아이들의 함성과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해진다.

(사)한국미래예술문화진흥원(이사장 김동은, 이하 (사)한미진)이 연일 하늘꿈터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과 함께하고 있는 골목놀이를 활용한 예술교육 현장이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지역사회예술교육지원사업으로 선정된`모여라 골목대장`이라는 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아파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사라지고 있는 골목놀이를 무용, 미술, 연극 등 통합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재구성했다.

무용 미술 연극 등 창의 교육

골목놀이하며 재미있게 체험

이 프로그램은 포항이 근대화와 도시화 과정을 겪으면서 앞집, 뒷집의 개념의 동네문화가 상당수 사라지고 그 곳에 초고층 아파트들이 자리를 잡은 과정에서 아이들의 놀이공간도 아파트 놀이터나 실내 놀이터, 운동장으로 옮겨가면서 유년시절 아이들이 뛰어 놀았던 골목놀이 또한 사라지고 있어 이를 회복하기 위해 기획됐다. 여기에 과도한 학습열의로 인해 학교와 학원, PC방을 맴도는 요즘 아이들의 현실을 안타까워 하는 마음이 보태졌다.

(사)한미진 측은 근대화, 도시화에 따른 도시구조의 변화와 삶의 양식 변화 등 골목문화 상실에 대한 성찰과 실천적 대안을 모색하는 의미로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한다.

그래서 교육 수혜 대상 또한 산업화로 이주와 주거환경 변화가 많았던 공단 밀집 인근지역인 청림, 동해, 연일 지역의 3개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로 선정했다. 프로그램의 내용 또한 숨바꼭질, 땅따먹기, 강강수월래 등 어렸을 적 골목에서 하고 놀았던 놀이를 통합 예술프로그램으로 재구성한 것들이며, 돌맹이, 풀, 모래 등 골목이나 자연에서 바로 구할 수 있는 것들을 수업의 소재로 사용해 자연친화적이고 생태적인 놀이에 상상력과 창의성을 더한 것들로 운영된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연일초등학교 김선 어린이는 “늘 센터나 학원에서 학습적인 프로그램만 하다가 바깥에서 마음껏 뛰어 놀 수 있어서 너무 좋고 수업이 참 재미가 있다”며 주최측에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사)한미진 김동은 이사장은 “정작 이러한 골목마저도 차들이 지나가면 비켜야 하고 때로는 인근 지역주민들이 시끄럽다며 항의가 들어와 눈치를 봐가며 수업해야 할 때가 많아 안타깝다”며 사라져가는 유년시절 골목문화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사)한미진은 앞으로 프로그램의 취지를 지속적으로 살려나가기 위해 이 프로그램이 마무리 되는 시점에 골목놀이 페스티벌을 진행할 계획이다.

예술교육프로그램 `모여라 골목대장`은 지역성 상실이라는 인문학적 배경을 토대로 한 예술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줌으로써 예술교육이 문화콘텐츠적 관점에서 새롭게 변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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