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4시, 연락 두절된 히말라야 안나푸르나(8천91m) 남벽에 새로운 등반루트인 코리안 루트 개척을 위해 원정에 나선 박영석 대장과 신동민, 강기석 대원이 실종돼 생사가 확인되지 않아 전 국민들의 가슴을 메이게 했다. 안나푸르나 남벽은 로체 남벽, 에베레스트 남서벽과 함께 히말라야 3대 거벽 중 하나로 등반이 까다롭고 위험하기기로 이름나 있는 최대 난벽(難壁 )이다. 1차, 2차 수색에도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베르크슈른트(Bergschrund) `암벽과 빙하사이 큰 균열` 에도 없었고 설사면(雪斜面)에도 흔적을 찾지 못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등반가들이 총 출동했고 우리 협회 최고의 베테랑 구조대원들이 목숨을 걸고 수색했지만 그 어디에도 박대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모든 수색을 종결하고 어제 현지에서 위령제를 지내고 내년 봄 재수색 할 것을 기약하고 발길을 돌렸다.
박영석이 누구인가. 한국인 최초로 히말라야 8천m급 14좌를 완등한 세계적인 산악인이며, 인류 최초로 `탐험 그랜드 슬램`-히말라야14좌 완등, 세계 7대륙 최고봉 등정, 3극점(북극점, 남극점, 에베레스트)정복- 을 달성한 위대한 탐험가다.
그는 평소 남들 앞에 잘 나서지 않고 부끄러움 많은 조용한 사람이다. 하지만 산에 대한 열정은 도무지 식지 않는 열혈 사나이다. 늘 도전에 목말라 있었고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불같은 성품이 한번 마음먹으면 꼭 실행에 옮겨야만 직성이 풀리는 야생마 같은 사람으로 기억된다. 그가 산에 가는 이유는 분명했다. “1%의 가능성만 있으면 도전 한다”고 말한 그는 그 1%의 가능성 때문에 산에 가고 그 험악한 설벽(雪壁)을 오르는 것이다. 그가 한 말 중에 이런 얘기들이 새삼 떠오른다.
“산과 대면하는 순간, 에너지가 솟구치고 자신감이 생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길을 떠난다” “도전하는 자가 세상의 주인이다” 어렵고 힘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얼마나 위안이 되고 삶의 의욕을 불사르는 말인가.
이렇듯 그는 도전을 통한 자신감과 성취감을 우리에게 보여준 정말 위대한 사람이다.
우리는 그를 잃고 싶지 않았다. 제발 살아 돌아오길 학수고대했다. 대한민국 모든 산악인들 뿐 만 아니라 전 국민들의 간절한 소망이 차디찬 눈 속 어디엔가 헤매고 있을 박영석 대장과 두 대원에게 전해져 환한 웃음을 지으며 우리 곁에 다가오기를 간절히 바랬다.
박영석, 그가 우리에게 일깨워준 `1%의 가능성`을 다시금 상기하며 세계적 영웅의 생환을 빌어 마지않았는데. 하지만 자연의 섭리를 거역 할 수가 없다. 그 숱한 죽음의 고비를 넘기며 자신과의 싸움에 늘 `도전`이란 에너지로 이겨온 불굴의 의지가 히말라야 곳곳에 베어있는 그 만년설 속에 영원히 안긴 박영석이 벌써 그리워진다.
수많은 산악인들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며 더 높은 곳, 더 험한 곳을 향해 도전하고 있다. 우리 지역의 많은 산악인들도 세계 곳곳의 고산(高山)을 오르며 지역의 명예를 빛내고 있다. 박대장 일행의 수색종결을 비통해하며 `1%의 가능성` 때문에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어 최악의 경우를 떠올리기 싫다. 몇 년 전 다녀온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의 아름다움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안나푸르나의 여신이시여!
우리의 영웅, 박영석 대장과 두 대원들을 포근히 안아주소서.
당신의 품속에서 고단한 육신을 편히 쉬게 하소서. 지금도 박영석을 흠모하며 동경하는 우리의 젊은 영웅들이 더 이상희생 되지 않기를 비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