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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첨단기술 예술 융합, 색 다르고 별난 스틸아트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1-11-01 20:47 게재일 2011-11-0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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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립미술관 12월11일까지 `파라테크놀로지-이상하고도 이로운 기술` 전

포항시립미술관(관장 김갑수)이 12월11일까지 전관에 마련하는`파라테크놀로지-이상하고도 이로운 기술`전은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는 예술 작품들을 통해 현재 혹은 미래의 테크놀로지로서의 스틸아트의 확장된 의미를 모색하는 특별한 전시회다.

이번 전시는 예술과 테크놀로지의 독특한 관계를 기술, 미디어, 사운드, 장치, 공간 등 다채로운 기술을 사용하는 작가들의 흥미로운 작품들을 통해 살펴볼 뜻 깊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문명을 이끌었던 대표적 테크놀로지였던 스틸 개념을 확장해 현재 혹은 미래의 첨단 기술로서의 스틸 아트의 변주된 의미를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문제를 교차시켜 접근하고자 하는 전시이기 때문이다.

전시의 주제인 파라테크놀로지(Para-technology)는 기존의 기술에 기생하는 테크놀로지로, 주류 과학과 기술에 대한 문제제기와 더불어 이를 변이, 생성시켜 또 다른 기술을 파생케 하는 테크놀로지 개념이다. 정상과학이 가진 견고한 시스템의 틈바구니에 자리를 틀고, 무언가 새로운 유효성을 끊임없이 창안하는 테크놀로지인 것이다. 그리고 먼 훗날 새로운 패러다임의 조건이 만들질 경우 또 다른 과학으로 자리를 틀수 있을 만큼의 잠재적인 유용성을 가지지만 아직은 미처 사회적 공인을 받지 못한 기술이고, 상식적인 용도와 기능을 갖지 않아 언뜻 이상해보이지만 미적인 기능과 감성적인 유용성을 갖고 있어 우리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수도 있는 기술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상하고도 이로운 기술들(異技利術)인 것이다. 한마디로 색다르고 별난 가치에 목숨을 거는 기술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들조차 과학이 가진 창의적인 상상력의 추동력이 될 수도 있으며, 현재에 존재하지 않지만 미래의 더 나은 삶을 향해 우리의 삶을 이동시키는 잠재력을 가진 테크놀로지라 할 수 있다. 동시에 예술 개념과도 연결된다. 예술의 어원이 희랍어 테크네를 번역한 라틴어 ars에서 유래하고, 일상의 안팎에서 거시적인 삶의 영역까지 포함하는 넓은 의미를 갖고 있다고 했을 때, 거창하고 대단한 기술은 아니지만 삶의 미시적이고 감성적인 영역에서 미적인 효과를 작동하는 파라테크놀로지 역시 넓은 의미의 예술로 묶여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파라테크놀로지는 예술적인 효과를 작동하는 일종의 감각-테크놀로지로 더 나은 심미적인 삶에 대한 요청을 가능케 하는 기술들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이렇게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테크놀로지 개념을 시각, 사운드, 기계, 장치, 공간 등 다양한 형태의 기술을 사용하는 작품들을 통해 흥미롭게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통해 테크놀로지로 작동하는 풍부한 예술의 잠재적인 가능성과 미래의 기술 발전을 추동하는 실험적인 예술과 과학이 갖는 창의성의 문제를 숙고해보게 될 것이다. 그렇게 이번 전시는 테크놀로지의 의미와 가치를 사회의 일반화된 잣대와 연관된 유용성으로만 평가하지 않고, 더 열려진 세상을 위한 잠재된 가능성으로, 더 나아가 삶의 다양한 재미와 즐거움, 그리고 적극적인 의미에서 폭넓은 아름다움을 위해 자리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마치 예술이 우리의 삶에 그렇게 미묘하지만 의미 있게 묘한 영향을 미치듯 말이다.

남지의 이상한 기계 작업은 기계의 일반적인 유용성을 벗어나 개인의 내밀한 심리와 욕망을 포함하여 사회적 관계에 대한 작가의 남다른 사유를 담아낸다. 이들 감각 테크놀로지의 문제가 물리적인 시공간을 벗어난 감각장치일 수 있음을 색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이번 작품은 16개의 각기 다른 시선을 가진 기계 장치로 도처에 자리한 인공눈들의 감시의 상황과 아울러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간의 보고 싶은 욕망을 가시화시킨다.

소리와 움직임을 형상으로 구현하고 있는 노해율은 자연적인 메커니즘과 공학 장치 등을 활용하여 자신만의 조형세계를 구축한다. 이번에 전시되는`Moveless-white field`는 움직임과 정지 사이의 긴장 속에서 관객의 참여를 이끌어내어 구동되는 작품이다. 정적인 움직임이라 할 만한 우리 안의 변화무쌍한 내면의 움직임은 물론 공간을 가득 메운 설치된 작품들을 통해 느껴지는 삶의 리듬과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관객과의 흥미로운 소통을 통한 삶의 활력을 전하려 하기에 이 작품에 구동된 기술이야 말로 더 나은 삶을 향한 테크놀로지의 건강한 모습일 것이다.

현직 의사인(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정태섭은 가시광선에 의존하는 일반적인 시각을 넘어 X-레이에 의해 투과된 비가시적인 다양한 사물의 내부구조를 표현한다. 작가가 가시화시키고 있는 것은 단순히 보여 지지 않은 사물의 이면만이 아니다. 볼 수 없는 것을 보려하는 미학적 시선에 의해 포착된 생명과 자연의 내밀한 질서들로, 작가에 의해 새롭게 구성된 세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테크놀로지와 결합된 시각 이미지 작업은 다시 렌티큘러 3D 등과 같은 부단한 실험으로 이어져 진지한 작가적인 실천으로 거듭나고 있다.

참여작가는 김영섭, 남지, 노해율, 박준범, 우주·림희영, 이장원, 이학승, 임창민, 정태섭, 최종운, 한진수, 홍성철씨 등 모두 12명이다. 문의 250-6000.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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