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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야행(錦衣夜行)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1-11-01 20:35 게재일 2011-11-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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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환향`이란 말과 달리 `금의야행`이란 말은 비단옷을 입고 밤에 외출한다는 뜻으로 출세한 이후에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을 비유하기도 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보람없는 행동을 가리키기도 한다. 중국 진나라의 장군 항우는 도읍지 함양에 오자 많은 사람을 죽이고 아방궁에 불을 지르고 진시황제의 무덤을 파헤쳤다. 백성의 많은 재산을 압수하고 미녀들과 함께 승리를 자축하며 방탕한 생활을 계속했다. 그리고 도읍지를 함양에서 자기의 고향 팽성으로 천도하려고 했다. 대부(大夫) 한생은 이곳 함양이 산과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땅도 비옥하니 여기서 천하의 세력을 뻗히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러나 항우는 고향으로 돌아가서 자신의 입신을 자랑하고 싶은 욕망뿐이었다. 그래서 항우는 혼자 이렇게 말했다. “부귀해지고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비단옷을 입고 밤에 고향 가는 것 같다. 어느 누구 이것을 알아주겠는가?”이 말을 들은 대부 한생은 비웃으며 하는 말이 세상 사람들 말씀이 “초나라 사람들은 원숭이를 목욕시키고 머리에 갓을 씌웠을 뿐이라고 하더니 과연 사실이구나” 바른 말, 좋은 뜻 거역하기로 유명한 항우는 한생의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한생을 삶아 죽였다는 전설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항우가 고향 팽성에 안주한 것은 큰 실수였다. 왜냐하면 훗날 적군이 함양으로 쳐들어와 그곳에서 천하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정치가의 욕망은 백성과 남다르다. 많은 신하를 거느리면서 불사불노초를 먹으면서 천년만년 살 것 같지만 세월이 가면 시대가 변하고 음지 양지가 바뀌는 것이 세상의 일이다. 노름으로 주색잡기로 조상이 물려준 문전옥답도 한 세대를 가지 못하고 허물어지는 것이 인생의 삶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무엇보다도 가장 분명하게 알아야 할 일은 `자기를 먼저 알고 분수에 맞게 처신`하는 것이라 한다. 팔자도 운명도 모두가 제 탓이란 말이 있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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