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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민이 보는 10·26재보선

이경우 기자
등록일 2011-11-02 23:38 게재일 2011-11-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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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니스트
10·26재보선이 끝나고 TV토론을 비롯한 많은 언론 매체들은 여야정당들을 싸잡아 비판하고 오직 서울시장에 당선된 박원순 범야권 후보와 그의 강력한 후원자 안철수 교수만 새로운 정치의 기수인 양 영웅처럼 추켜올렸다. 이와 대조적으로 서울에서는 패배했지만 지방에서는 여당이 승리한 것을 놓고 “이겼다고도 졌다고도 할 수 없다”고 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현실을 모른다며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물론 서울 한곳에서 범야권 후보가 승리했지만 여야정당 후보를 모두 제압했다는 점에서 그런 평가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욱이 한국의 수도라는 정치적 비중만으로도 지방의 전반적인 한나라당 승리는 대수롭잖은 것일 수도 있다. 일부는 지역 텃밭에서 승리했으니까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만 생각할 수 있을까. 지방 유권자의 표심에는 아무런 정치적 의미를 읽을 수 없는 것일까. 설사 대구경북권과 호남권은 여야 모두 연고정당 후보의 당선으로 지역성 확인 이외에 별다른 뜻이 없다고 쳐도 그밖의 지역에선 왜 한나라당이 승리했을까. 이른바 유력한 대권 잠룡의 한 사람으로 매스컴에서 추켜 세우던 문재인 변호사의 텃밭이라던 부산 동구의 청장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이겼고, 야세가 강했던 강원도 인제군수, 서울의 양천구청장, 충주시장, 서산시장, 함양군수 등의 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이 당선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부산동구 선거에서 야당이 이기면 문재인 변호사가 대권주자로 크게 부각될 것이라던 언론과 언론인은 왜 말이 없는 것일까. 서울의 경우도 박원순 후보가 나경원 후보를 약 7%포인트 이겼지만 투표날 양후보의 출구조사와 함께 박후보를 밀었던 안철수 교수와 나후보를 지지했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간 지지도 조사에서는 박전 대표가 조금 앞선 것은 어떤 의미로 보아야 할까.

최근에 내로라하는 서울의 정치분석가들은 이번 재보선 결과를 놓고 천편일률적으로 기성정당에 대한 불신과 국민과의 괴리, MB정권의 실정, 청년층과의 소통부재 등에 대한 심판이란 말만 되풀이할 뿐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은 없다. 하기야 시민운동가이면서 무소속을 고집한 박원순후보가 20~40대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당선된 사실만 놓고 보면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을 것같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의 패배 소용돌이 속에서도 돌출적 인기를 얻고 있는 안철수 교수와 지지도에서 맞서고 있다는 것은 한나라당보다 박 전대표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방의 접전지역 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이 이길 수 있었던 것도 MB정부 출범이후 청와대를 비롯한 당주류 쪽의 중앙집중적 정책 흐름과는 달리 세종시문제, 영남권 신공항문제, 과학벨트문제 등에서 지방의 입장에 동조했던 박 전대표의 선거지원이 유효했던 것은 아닐까. 지방균형발전에 비판적 입장인 수도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박 전대표의 지지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지.

지방에서의 승리를 이렇게 해석한다면 박근혜 전 대표 세력과 지지자들은 한나라당 내에서 MB정부을 비롯한 당주류와 분명히 차별화되는 세력이고, 이는 국민들에게 야당인 민주당보다 더 신뢰받는 정권 대안세력으로 평가된다고도 볼 수 있다. 사실 박 전대표가 아직도 한나라당 소속인 것은 분명하지만 지난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경쟁을 벌인 이후 지금까지 통합세력으로 재탄생하지 못했다. 그래서 국민의 눈에 비친 박 전 대표의 입지는 한나라당이면서도 다른 노선의 정치세력처럼 보여왔고, 그것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보다 높은 지지를 보이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고 서울지역의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가 안교수에 밀리지 않는 것은 국민들이 원하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이 박 전대표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까닭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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