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당나귀 한 마리 살고 있다
귀가 몹시 커다랗고
고개를 잘 숙이는 당나귀
그 당나귀가
잘 우는 당나귀인지, 잘 안 우는 당나귀인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오랜 친구를 찾아가거나
한없이 느린 걸음으로
이 도시의 외곽을 배회할 때
어느덧 내 마음 속에 들어와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는 당나귀 한 마리
나는 이 당나귀가 좋아
풀만 먹고 하루를 보낼 때가 많다
우리들 속에는 무엇이 한 마리 살고 있을까. 시인은 어리석고 어진 당나귀 한 마리 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순진하고 착하고 말 잘 듣는…. 어느날 우리도 우리 속에 무엇이 살고 있어 이리도 슬픈건지, 아니면 무엇이 깊게 뿌리박혀 있어서 이리도 서럽고 괴로운지 가만히 우리를 들여다 볼 일이다. 내 실존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해보고 싶은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