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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가 오면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11-07 19:36 게재일 2011-11-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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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로 내려오는 우리나라 풍습에 동짓날을 작은 설이라 한다. 24절기의 하나로 양력으로 12월22~23일 경으로 북반구에서는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이다. 풍습에 따라 동지 팥죽을 쑤고 찹쌀로 빚은 새알을 자기 나이대로 먹으면서 나이 한 살을 더 키운다. 그리고 미신 같은 것이지만 팥죽을 대문이나 문설주, 그리고 곡간으로 뿌리면서 악운을 쫓는다는 전통문화도 있다. 동짓날 쯤 되면 연말에 세모라 마음도 행동도 바쁘다. 송구영신이라 하여 마음도 설레이지만 송년회니 망년회니 하면서 모임도 많고 기분도 들떠 있다. 묵은 해의 반성도 그리고 아쉬움도 뒤로 한 채 성급하게 새해를 맞는 마음의 정서도 착잡하다. 한시에 소개된 글 가운데 “무릎을 깍지끼고 등불 앞에 앉으면/그림자만 외롭구나. 오늘은 동짓날 밤/ 집에선 내 얘기하며 모여 앉아 새우리. 어느 낙향자가 동지를 그리며 읊은 노래다. 오늘날 동지는 옛 풍습에서 오는 즐거움 보다 묵은 해를 보내면서 마음 속에 착잡한 잡념들을 떨치고 새해를 맞이하는 준비 기간으로 여기고 있다. 고향에 대한 안부도 전하고 객지에서 겪는 설움을 위로하고 싶어한다.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고향이요, 고향에 계신 부모님에게 효도하지 못한 것도 서러워하고 후회하는 시기이다. 어버이날 이상으로 부모님 생각이 간절한 달이다. 해마다 보내주신 김장김치 한 통을 받고 울분에 못이겨 눈물짓는 날이요 부질없는 세월을 한탄하며 덧없이 보낸 나이가 원망스럽다. 자식 노릇도 부모 노릇도 못한 한스러움이 더욱 뉘우쳐지는 날이다. 수절을 목숨으로 삼던 시절-사별 앞에 흐느끼는 할멈의 가슴에도 동짓날 긴긴 밤이 뜬 눈으로 하얗게 새는 날이 동지이다. 이번 추위 지나면 소한이 오고 그 고비 넘기면 대한이라. 손가락으로 절기를 꼽아가며 또 구정을 기다리며 세월은 빠르다 한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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