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문화의 변방이라 할 수 있는 경북 북부지역의 언어와 생활문화를 통해 우리 문화의 폭을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소백산 아래서 생산된 무공해 문장과 감성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산문집`그르이 우에니껴?`는 `그러니까 어찌하겠습니까?`라는 의미의 경북 북부 지역의 방언이다.
저자는 경북 북부지역의 변방에서 살아가고 있는 시인이다. 시인의 변방 체험이 유머와 위트로 이루어진 맛깔스런 서사를 탄생시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사람 사는 세상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재미있게 읽는 가운데 우리는 또 다른 문화를 체험하고 이웃의 삶을 이해하는 기회를 가진다.
제1부는 주로 소백산 아래 지역의 방언이 함의하고 있는 이 지역 사람들의 독특한 정서와 의식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의 드라마나 소설에서는 경상도 사투리라는 실존하지 않는 상위개념의 방언이 소개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어느 곳에도 없는 방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생생한 경상도 방언을 체험할 수 있게 한다.
제2부는 학교와 교육에 관한 서사다. 조금은 엉뚱한 교사의 캐릭터를 가진 인물을 통해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비교육적 현실을 유쾌하게 풍자하고 있다. 교육에 대한 이론적 접근이 아니라 구체적인 체험을 통한 서사라는 데 의미가 있다. 시골 학교에서 일어나는 맛깔스런 에피소드는 중장년 세대에게 유년의 추억을 덤으로 선물한다.
제3부는 변방에 사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보통사람과는 다른 괴짜, 물질에 대한 욕심 없는 소박한 사람들, 수염을 기르거나 꽁지머리를 하거나 모자를 쓴 가난한 예술가, 서울 쪽을 바라보지 않고 소백산 아래 삶의 터전을 잡은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통해 지역의 독특한 삶의 양식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퇴계 선생의 일대기를 서사적으로 구성한`퇴계가 도산으로 간 까닭`은 인간 퇴계와 그의 사상을 감동적으로 들려준다.
“권서각 선생의 글을 읽다가 너무 재미있어 웃음소리가 창을 넘어 아랫집 웃집에까지 들리도록 크게 웃을 때가 많았다. 글은 모름지기 이렇게 읽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재미만 있는 게 아니라 웃음 뒤에 남는 게 있다.
“그르이 우에니껴?”와 같이 말끝을 흐리는 어법, 무뚝뚝하고 불친절해 보이는 말속에 함축되어 있는 경상북도 북부지역 사람들의 질박한 정서, 풋굿을 하며 살아가는 이웃들에 대한 따뜻한 긍정, 과묵함과 촌철살인이 공존하는 말과 태도에 대한 폭넓은 애정이 찐득찐득하게 묻어 있다. `맞다, 이런 서사가 바로 사람 사는 모습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가 하면 김봉두 선생의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돌출행동과 저돌성은 읽는 이들의 속을 후련하게 한다. 가식과 허위와 출세주의를 향한 그의 공격적 행동에 공감하게 되는 것은 그가 진실하고 올곧은 사람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단순하고, 무지막지해 보이고, 꼴통 소리를 듣는 이들의 내면에 자리한 진정성 그게 인간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들은 현실에선 비주류로 분류되겠지만, 그들의 생각이야말로 `주류 가치`가 되어야 한다는 걸 독자들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변방에서 변방의 삶을 꿋굿하게 지켜나가며 경지에 이른 김봉두, 강시위의 자아야말로 권서각의 분신이 아닐까?” - 도종환 (시인)
권서각 시인은 1951년 경북 순흥에서 출생했다.
본명은 권석창. 안동교육대와 대구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문학박사. 197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벌판에서`가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눈물 반응` `쥐뿔의 노래` 등이 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경북지회장을 맡고 있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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