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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예술가의 유목민적 초상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1-11-16 19:42 게재일 2011-11-1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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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여인` 민음사 펴냄, 이문열 지음, 276쪽, 1만1천500원

소설가 이문열(63)이 신작 장편소설 `리투아니아 여인`(민음사 펴냄)을 펴냈다.

`불멸` 이후 1년 9개월 만에 펴낸 이 소설은 이문열이 오랫동안 천착해 온 주제이기도 한 `들소`, `시인` 등의 계보를 잇는 예술가소설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 `김혜련`은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뮤지컬 음악 감독이다. `다국적 정체성`으로 21세기를 살아가는 그녀의 타오르는 예술혼과 다문화적 사랑, 그리고 디아스포라의 운명에 맞서 피와 땅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시대의 유목민적 생애가 슬프도록 아름답게 펼쳐지며, 독자들에게 다시 한 번 진한 감동의 울림을 전한다.

한국인이자 미국인이며 리투아니아인이기도 한 그녀, 뮤지컬 음악 감독 `김혜련`. 코카서스 인종의 용모적인 특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국적인 외모, 그리고 뛰어난 음악적 재능과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을 지닌 그녀는 뮤지컬 음악 감독으로서, 또한 시립 교향악단의 지휘자로서 시대의 명사가 되어 각종 광고와 매스컴을 장식하며 화려하게 부상한다. 소설은 그녀의 불꽃같은 사랑과 3년 만의 파경, 그리고 눈부신 성공 이면의 좌절을, 또다시 이 땅을 떠나고야 마는 고독한 유목민적 예술가의 모습으로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1993년 자신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명성황후`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떠난 뮤지컬 관람 여행 중 소설의 모델격인 인물을 처음 만나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유년시절 한국에서 자랐던 그 여인의 추억담과 리투아니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그녀의 이모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작가는 소설화에 대해 마음을 굳혔고, 결국 18년 만에 `리투아니아 여인`이란 작품으로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작가 이문열은 `리투아니아 여인`을 통해 “피와 땅이 더 이상 개인의 정체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21세기적 현실”을 지적하며, 태생과 인종, 지역이나 국경을 넘어선 다국적 정체성에서 비롯된 21세기적 정체성의 혼란상 및 그렇게 성장한 고독한 예술가의 유목민적 모습을 오롯이 보여 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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