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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문학 동력은 구전 설화 전승 발전”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1-11-30 20:36 게재일 2011-11-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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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문학잡지 `아시아` 통권 제23호

아시아 지역 지식인들의 문화예술적 소통과 연대를 진중하게 모색하는 계간 문학잡지 `아시아`(발행인 이대환·작가) 통권 제23호가 나왔다.

이야기가 아시아를 이해하는 귀중한 통로의 하나라는 데 뜻을 함께하는 아시아 각국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이번 특집에서는 아시아 각국의 신화, 전설, 민담, 민요, 민속극 등 보편적 형식의 이야기에서부터 인도네시아의 와양, 베트남의 수상인형극, 한국의 판소리 등 각국의 고유한 이야기 양식이 가진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호 권두 에세이는 고은 시인의 `아시아 서사 시대를 위하여`를 실었다. 그는 이미지와 영상 과잉의 시대에서도 인류의 오랜 표현 행위로써의 `서사`, `이야기`의 중요성을 피력하며, `잃은 아시아`, 아시아 여러 지역이 고통과 시련을 겪으면서 그들의 구전 설화 유산을 전승 발전시킬 문화 동력이 척박한 상황에 대한 숙고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시인은 지난 10일 서울에서 열린`아시아 스토리 국제 워크숍`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바 있다.

조현설 교수는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로 그동안 신화와 옛이야기의 매력에 빠져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지역의 신화와 민담 연구에 힘을 쏟아 왔다. 이번 호 특별 기고에서 조현설 교수는 옛 이야기의 보편성과 특별성을 `민담적 복수와 신화적 화해` 안에서 고찰한다.

이번 특집과 관련해 조현설 교수의 특별기고와 더불어 지난 10일 열린 아시아 스토리 국제숍의 생생한 현장을 담은 김남일 소설가의 취재기를 준비했다. 아시아 10개국이 참가한 이번 국제 워크숍의 취지와 한계, 아시아 각국의 이야기 유산을 통해 앞으로 더욱 공고한 연대를 기대하는 바람을 들어본다.

`마나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키르기스스탄의 구비영웅 서사시이다. 총 50만 행이 넘는 방대한 양으로 `일리아드`와`오딧세이`를 합친 것보다 스무 배나 길며 “키르기스 정신의 정점”이라고 불린다. `마나스`는 3대에 걸친 영웅들, 즉 마나스와 그의 아들 세메테이, 그리고 손자 세이테크의 전기 삼부작이다. `아시아`에는`마나스` 영역을 시도한 최초의 키르기스인, 엘미라 쾨춤쿨로바의 제1부 `마나스` 편에서 `마나스의 첫 번째 영웅적 업적`의 일부를 싣는다. 더불어 엘미라 쾨춤쿨로바의 해설`키르기스의 구전전통과 서사시 마나스`에서는 서사시 `마나스`의 구성과 음송자 `마나스치`의 역할과 중요성을 살펴본다.

키르기스 영웅 서사시`마나스`를 암송하는 사람들을 `마나스치`라 일컫는다. 총 50만 행이 넘는 서사시를 몇 날 며칠 밤 암송하는 이들은 경이로운 존재임에 틀림없다. 이 방대한 서사시는 마나스치의 입과 입에서 전해온 구전문학의 최고봉이다. `자밀리야`, `백 년보다 긴 하루` 등을 써 국제적으로 이름을 떨친 소련 및 중앙아시아를 대표하는 작가, 친기스 아이트마토프는 키르기스 출신이다. 최고의 마나스치로 인정받는 사야크바이 카랄라예프와 이웃이었던 친기스 아이트마토프는 작은 마을에서 이루어진 그의`마나스` 암송을 들으며 `천국`과 `말`의 신비로운 이중창을 목격하게 된다.

이번 `아시아`제23호에는 네팔과 버마 그리고 한국 시를 싣는다. 특히 네팔 시는 독자들에게 첫 선을 보인다. 젊은 세대 네팔 시인들 가운데서도 독특한 성향의 아비나쉬 쉬레쉬타의 시는 신비주의적 분위기가 강하다. 버마 시인 띳싸 니의 시는 `시란 항상 반시(反詩)`여야 한다는 자신의 믿음처럼 짧지만 강한 여운을 남긴다. 한국 시는 곽재구 시인과 최영미 시인의 신작시를 싣는다. 특히 곽재구 시인의 `나무`는 곽재구 시인만의 섬세함과 서정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단편소설 코너에 실린 독특한 상상력과 마술적이고 몽환적인 세계로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이평재 소설가의 `가름의 멤스티치아`는 계속 되는 무더위에 전기가 간헐적으로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세기말의 풍경이라고 할 만한 시점의 이야기다. 게임 중독에 빠진 아들의 광기를 지켜보며 주인공은 흉흉한 민심 가운데 떠도는 괴담 속 기이한 짐승의 울음소리에 듣게 된다. 표명희의 `소품`은 한 겨울 보일러가 고장 나면서 주인공이 겪게 되는 우여곡절을 경쾌하고 담담한 시선으로 그린 작품이다. 감각적이고 톡톡 튀는 문체를 자랑하는 하재영의 단편 `피팅 모델`은 몇 가지의 징후로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는 주인공의 불안을 서늘한 어조로 그려내고 있다. 한국에서 만나기 어려운 북한 소설가 김혜영의 `답`은 바람직한 교사상에 관한 교훈적, 교육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겉으로는 뒤떨어진 듯 보이는 `영성`이라는 학생을 두고 친구 사이인 두 교사 옥희와 경미가 보여주는 서로 다른 접근 방법은 `좋은 교사`의 자질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시리아가 낳은 탁월한 소설가 하나 미나의 `부대 자루 위에서`는 부두 노동자, 이발사, 기자 등을 거친 작가 자신의 자전적 경험이 녹아든 작품이다. 여린 하나는 일을 나간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자 공사장으로 가 돈을 벌 각오를 하는데, 그곳에서 야지를리라는 감독관을 만나 하나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거친 노동자의 일상을 경험하게 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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